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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베네수엘라 지카대응 '총체적 난국'…"약도 의사도 없어"

전문가들 "감염자 50만명 넘어"…불통행정·의료붕괴·경제파탄 '삼중고'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소통 없는 정부, 낙후한 의료 시스템, 경제 위기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지카 바이러스 대응에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

환자 집계가 엉망인 데다가 환자가 와도 제대로 치료할 시설과 인력이 없으며 국가 재정은 파탄 직전이라 제대로 된 대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면 베네수엘라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15일(현지시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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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통 없는 정부…지카 감염자 숫자 '5천 명 vs 50만 명'

베네수엘라 정부의 지카 바이러스 공식 통계에 따르면 감염자는 5천 명 선이다.

그러나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감염자가 50만 명을 넘는 것으로 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호세 펠릭스 올레타 전 보건장관은 "지카 바이러스는 여전히 상승 국면"이라며 "베네수엘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 전염병이 아닌 공포와 두려움이 자라난다"고 강조했다.

올레타 전 장관이 소속돼 활동하는 민간 의료 단체는 지카 감염자를 41만2천 명으로 추산했다.

지카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마비 질환 길랭 바레 증후군도 크게 늘고 있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한 의사는 "매일 새로운 길랭 바레 증후군 환자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그는 처벌 우려 때문에 익명으로 WP와 인터뷰했다.

라파엘 오리우엘라 전 보건장관은 "길랭 바레 증후군 환자는 3천 명에 이를 수 있는데 베네수엘라는 집중치료 병상이 300개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길랭 바레 증후군 환자 집계는 255명에 멈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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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붕괴한 의료 시스템…약품도 의사도 없다

WP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바르가스 병원의 특징은 쓰레기가 들어찬 병동, 건물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 봉합용 실과 거즈 없이 수술하는 의사들이라고 짚었다.

길랭 바레 증후군 환자 리세스 살라스는 처음에 다른 병원으로 갔다가 신경과 전문의가 없다는 말에 마비된 몸을 끌고 이 병원으로 와야 했다.

그러나 바르가스 병원에도 길랭 바레 증후군 치료를 위한 면역 글로불린 항체는 없었다.

이 병원 내과의사 사브리나 말데라는 "1년 내내 면역 글로불린 항체가 전혀 없었다"며 "손발이 묶인 채 환자를 돌본다"고 털어놨다.

소두증과 길랭 바레 증후군을 유발한다고는 해도 지카 바이러스는 대체로 발진, 고열, 관절통 등 가벼운 증상만 보이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병원이나 약국에선 진통제와 모기약은 물론 소두증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한 피임약이나 콘돔도 찾기 쉽지 않다.

베네수엘라 제약협회의 프레디 세바요스 회장은 "약국의 약품 보유량은 평소의 20%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제는 의사들도 베네수엘라를 등지고 있다. WP는 더 나은 대우를 찾아 외국으로 나간 의사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 의사는 월급으로 3만2천 볼리바르화를 받았는데 이는 암시장 환율로 30달러(약 3만6천 원)라고 했다.

이 의사는 "어떤 형태의 응급상황에도 대처할 수 없다. 평범한 의료 처치도 못 한다"며 "진정한 제3세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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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는 경제 위기가 노출한 베네수엘라 사회 민낯

베네수엘라 수출 소득의 96%를 차지하는 석유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제 위기는 가중되고 지카 바이러스 대응은 더욱 늦어지고 있다.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경제 성장률 마이너스 10%를 기록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 8%, 물가 상승률은 7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1990년대부터 킴비오텍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면역 글로불린 항체를 자체 생산할 정도로 의료 수준이 낮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 위기 악화로 지난해 킴비오텍이 생산을 중단하면서 면역 글로불린 항체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식 환율인 달러당 6.3볼리바르와 별개로 암시장에서 달러당 1천 볼리바르 이상에 거래되는 베네수엘라 화폐로는 필요한 만큼의 수입이 불가능하다.

경제 위기에 더해진 지카 바이러스 사태는 잘못된 정보, 물자 부족, 정부 관리 실패 등 베네수엘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WP는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를 연구해온 미국 루이지애나 주 툴레인대학 사회학과의 데이비드 스밀드 교수는 "지카 사태는 나라 전체의 축소판"이라며 "투명성을 경시하는 정부와 의료 체계 붕괴가 뒤섞여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j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6 14: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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