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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돈줄> ②北 해외파견 근로자 '현대판 노예'인가

감금 상태서 강제노동…새벽까지 일하고 임금 70∼90% 상납당창건일 등 주요 행사 땐 임금 전액 뜯겨 생계 곤란 겪기도
러시아 건설현장의 북한 노동자<<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 건설현장의 북한 노동자<<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6=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달마다 당자금 5만 루블, 위대성 선전자금 7천500 루블, 륭성번영자금 7천 루블, 충성자금 100달러, 김일성·김정일 기금 100달러, 당비 15달러를 바쳐야 합니다."

러시아 극동연방지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북한 노동자 A씨는 17일 대북 소식통을 통해 전달한 자필 서신에서 매달 125만원 상당을 상납하는 사정을 밝히면서 "그러니 노동자들 차례에는 한 푼도 없는 것"이라고 자조했다.

그는 "겨울이 다가와도 생활비나 노임을 받는 건 꿈도 꾸지 못하고 (노동자들에겐) 다달이 1천 루블(한화 1만5천490원)만 주는 상태"라고 전했다.

◇ 헌 옷 주워 입으며 하루 15∼16시간씩 노동 = 임금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A씨의 근무 여건은 노예에 비견될 만큼 가혹하다.

해당 지역의 북한 노동자들은 오전 7시에 기상해 오후 11∼12시까지 일하고 있으며, 하루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는 날에는 이튿날 새벽 2∼3시까지도 연장 근로를 강요받는다고 한다.

식사는 밥과 양배추김칫국이 거의 전부이고, 하루 한 토막씩 절인 청어나 동태가 나온다. 옷은 러시아인들이 버린 헌 옷을 주워 해결하며, 담배는커녕 간단한 약조차 사지 못할 정도로 쪼들린다.

몸이 아파도 일을 하지 못하면 하루 1천 루블씩 임금이 깎여 벌금을 낼 처지가 되기에 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A씨는 "문제는 그렇게 일해도 계속 하루 계획, 월 계획을 못 했다고 줄욕을 먹으니 하루하루 살기가 원수 같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서자니 아내와 수술을 해야 하는 딸이 떠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외교 당국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와 중국,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 수십 개국에 5만∼10만명이 진출해 있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국가별,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과도한 근로시간과 임금의 70∼90%을 착취하는 구조, 사실상의 감금 생활은 똑같다.

북한 해외 근로 실태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국의 경우 하루 8시간,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제한돼 있고 매주 하루 휴일을 주게 돼 있지만, 중국내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12∼14시간에 달하며 휴일도 한 달 하루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충성자금 때문에 7월부터 아예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상품가치가 없는 부산물을 가공해 팔아 간신히 생계를 유지했다"면서 "올해도 주요행사가 많아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 北 당국, 겉으론 말리면서 뒤로는 착취 부추겨 = 북한 해외 노동자의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북한 당국은 지난해 해외공관에 검열단을 파견하고 불법활동 중단 지시를 내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이면에선 이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 시대' 개막을 위한 5월 7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외화를 조달할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북한산 돼지고기를 주쿠웨이트 북한대사관과 고려항공, 북한 건설사가 종교상 이유로 돼지고기 반입이 금지된 국가인 쿠웨이트로 밀수해 북한 노동자들에게 적정가의 5배로 팔아넘기는 폭리를 취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마음껏 착취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저임금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파견국의 묵인과 우리 외교 당국의 소극적 태도가 거론된다.

A씨는 "과거 우리 건설노동자가 남조선 영사관 울타리를 넘다가 경비병에 잡혀 경찰서에 끌려간 일이 있다"면서 "경찰서에서 벌금을 물고 찾아가라고 (북측에) 전화를 했고 즉시 회사적으로(회사에서) 제일 체격이 큰 사람 4명을 데리고 경찰서에 가 그 자리(감방내)에서 팔, 다리, 갈비뼈를 다 꺾었다"고 전했다.

이 노동자는 소환 조치돼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으나 곧 숨졌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 내부적으로는 해외 노동현장에 파견될 경우 1천 달러 이상의 연봉이 보장된다는 식의 선전이 이뤄지고 있고, 북한 내에서 벌 수 있는 수입보다는 많다는 생각에 지원자도 많은 편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북한 정부를 거쳐 파견되는 때도 있지만, 해외 중계업체를 통하거나 임시 도강증을 활용해 중국내에 편법취업을 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해외 작업장에서 일하게 된다.

최근에는 정식 수속을 밟지 않고 공해상에서 배에서 배로 원양어선 선원을 넘겨주는 일종의 '인신매매' 유형도 등장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렇게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새우 조업에 종사하는 북한 선원은 연평균 800명 수준"이라면서 "이 선원들은 항구에 정박할 때도 뭍에 내리지 못하고 급여의 85% 이상을 북한 송출기관에 상납해야 했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7 09: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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