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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탈출' 11살 소녀가 속속 들춰낸 자녀학대 참상

송고시간2016-02-16 11:31

전문가들 장기결석 조사 확대로 '피해아동 더 나올 수도' 경고"지역사회가 방치된 가정 품고 부모 교육 강화해야"

"죄송합니다"...경남 고성 '큰딸' 암매장 가담 피의자
"죄송합니다"...경남 고성 '큰딸' 암매장 가담 피의자

(고성=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친어머니 등으로부터 맞은 뒤 방치돼 숨진 '큰딸'의 사체 암매장을 도운 친어머니의 친구 백모(42)씨가 16일 오후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고성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2016.2.16
kyunglee@yna.co.kr

'맨발 탈출' 11살 소녀가 속속 들춰낸 자녀학대 참상 - 2

(인천·고성=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40대 여성이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사실을 자백하면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우리 사회의 자녀학대가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여중생 딸 시신 11개월 방치 목사 부부 영장실질심사
여중생 딸 시신 11개월 방치 목사 부부 영장실질심사

(부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중학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가량 방치한 혐의를 받는 목사 아버지 A(47·왼쪽)씨와 계모 B(40)씨가 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경기도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2.5
tomatoyoon@yna.co.kr

경찰은 15일 경기도 광주의 야산을 수색한 끝에 2011년 사망 당시 7세였던 여아의 유골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인천의 빌라에 감금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하면서 시작된 당국의 장기 결석 아동 조사 이후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부천 초등생·여중생 학대 사망 사건은 뚜렷한 이유 없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의 행방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났고 이번 사건은 조사 범위를 미취학 아동으로 넓히면서 불거졌다.

이들 3건의 자녀학대 사망 사건은 곳곳에서 유사점이 나타난다.

4년 4개월 전 큰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박모(42·여)씨는 남편과 불화 끝에 두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오는 등 가정 해체를 겪었다.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의 친부 역시 재혼한 뒤 계모와 함께 딸을 잔혹하게 학대하다가 때려 숨지게 했다. 세 자녀는 계모와의 갈등으로 어린 나이에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

피해 아동들이 비참하게 살해된지 수년이 지나도록 교육 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최소한의 공적 안전망으로 제구실을 못 한 점도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그래픽> 초·중학교 학업중단(장기결석) 학생 현황
<그래픽> 초·중학교 학업중단(장기결석) 학생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건을 계기로 학대아동 관리 실태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장기결석으로 '학업유예'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이 전국적으로 총 10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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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사건과 부천 여중생 시신 방치 사건에서는 결석 아동에 대한 전화와 가정통신문 발송이라는 형식적인 출석 독려와 지자체가 학교 측의 현장 확인 요구마저 무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큰 딸 암매장 사건에서도 서울의 주민센터는 2011년 숨진 여아의 주소지로 취학통지서를 보낸 뒤 '미취학 아동'으로 분류한 것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최근 2개월 사이에 꼬리를 문 3건의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피의자인 부모 이외에 주변인들이 철저하게 학대를 방관하거나 가담한 점도 유사하다.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부모의 폭력과 학대를 알았던 친척과 지인 등은 이를 적극적으로 말리거나 신고하지 않았고 한결같이 침묵했다.

오히려 범행에 동조하고 적극 가담하기까지 하는 등 아동학대에 무감각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냈다.

시신을 심하게 훼손하거나 11개월 넘게 방에 방치하고 암매장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 등 사회적 감시망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또 드러난 장기결석 아동의 죽음…얼마나 더?

[앵커] 장기결석아동 전수조사에서 엄마가 딸을 암매장한 사건이 또다시 밝혀졌습니다. 인천 11살 딸 학대 사건에 이어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여중생 미라 시신 사건까지 끔찍한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일이 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국 기자입니다. [기자] 교육 당국의 장기결석 초등학생 전수조사에서 엄마가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일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인천 11살 학대 소녀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전수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시스템 부재로 인해 방치됐던 아이들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부천에서 7살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냉동실에 3년 넘게 보관해온 부모가 체포됐고, 여중생 딸을 장시간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1년 가까이 미라 상태로 집안에 방치한 목사 부부도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우리 사회의 그동안 숨겨져 있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예방 인프라가 지금까지 구멍이 뻥 뚫려 있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그대로 숨겨져서…" 문제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이번이 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장기결석 초등학생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8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아직 11건은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번 달부터는 미취학 아동들과 중학생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교의 역할과 함께 수사 당국과의 유기적인 연계시스템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학교가 갖는 의미, 위치, 역할은 엄청나게 중요하게 보여요. 학교가 결국은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전방에 있는 기관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웃의 관심도 필수적입니다. 주변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하면 적극 신고하는 것이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이승국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yjebo@yna.co.kr

전문가들은 장기 결석 아동 조사가 초등생에서 중학생, 미취학 아동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앞으로 피해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소정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가정에서의 자녀학대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 시급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최근 불거진 사건들은 취학 연령 아동들이어서 단기간에 드러났지만 집에서 기르는 재가 양육 아동들에 대한 정신적·신체적 학대는 피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인식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이미 설치된 육아종합지원센터를 통해 출생신고 단계부터 전체 부모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아동 학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급격히 늘어나는 폐쇄적이고 고립된 가정을 지역사회로 끌어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아동가족학)는 "기본적으로 마을공동체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이 만연했다"면서 "지역사회가 고립·방치된 가정과 접촉면을 넓혀 개방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립된 가정을 방치하는 사회가 가장 큰 문제"라며 "예방접종과 영유아 검진을 계기로 저소득층 가정과 접촉을 유지하는 보건소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취학 전까지 아동을 보호하고 부모를 지도하는 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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