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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교육당국 '의도된 실수'가 큰딸 사망 밝혀냈다

실종 작은딸 '장기결석생' 분류 수사의뢰…큰딸은 '존재'도 몰라
경남 교육당국 '의도된 실수'가 큰딸 사망 밝혀냈다 - 1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경남 교육당국의 '의도된' 학적 처리 실수 때문에 7살 딸이 친모에게 맞아 숨진 사실이 5년 만에 밝혀질 수 있었던 것으로 16일 드러났다.

고성경찰서는 최근 큰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상해치사·아동복지법 위반)로 박모(42·여)씨를 구속했다. 사체 유기를 도운 지인 3명도 구속되거나 입건됐다.

박 씨는 남편과 불화로 2009년 1월부터 두 딸과 함께 서울 집을 나와 대학동기가 더부살이를 하고 있던 경기도 용인시 이모(45·여)씨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경찰 수사 결과 박 씨는 2011년 10월께 당시 7살인 큰딸이 이 씨 집 가구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감금하고 때려 숨지게 한 뒤 경기도 광주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살던 두 딸 관련 수사를 경남 고성경찰이 맡은 것은 박 씨의 남편이 2013년 5월께 두 딸 주소지를 고향인 고성군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이후 고성군 한 주민센터는 2014년 3월 1일부로 초등학교 취학대상자가 되는 작은딸에게 취학통지서를 보냈다.

그러나 두 딸은 서류상 주소만 바뀌었을 뿐 고성에서 지낸 적이 단 하루도 없었다.

당연히 작은딸은 등교를 할 수 없었다. 이에 해당 학교는 작은딸에게 독촉장을 두 번 보냈다.

한 달 뒤 보호자로 등록됐던 두 딸의 할머니는 입학을 1년만 미뤄달라는 유예신청서를 학교에 제출, 유예처리됐다.

1년 뒤에도 작은 손녀 행방을 알지 못한 할머니가 학교 측에 의무교육 대상자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면제신청서를 제출해 면제처리를 받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28조)에 따르면 면제처리는 초등학교 입학대상자가 사망했거나 이민을 가거나 실종됐을 경우 가능하다.

당시 작은딸은 소재지가 어디인지 불분명한 실종 상태였기 때문에 면제처리를 받을 수 있었다.

조사받는 경남 고성 '큰딸' 암매장 가담 피의자들
조사받는 경남 고성 '큰딸' 암매장 가담 피의자들(고성=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친어머니 등으로부터 맞은 뒤 방치돼 숨진 '큰딸'의 사체 암매장을 도운 친어머니의 친구 백모(42·여ㆍ앞)·이모(45ㆍ여ㆍ뒤) 씨가 16일 오후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고성경찰서 형사계에서 대기하고 있다. 2016.2.16
kyunglee@yna.co.kr

이에 따라 작은딸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학 대상'이 아닌 '입학 비대상'으로 등록돼야 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입학 대상'으로 등록하는 바람에 학적이 잡힌 작은딸은 미취학 아동이 아닌 장기결석생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도교육청은 최근 관내 장기결석 아동을 확인하면서 경찰에 작은딸의 소재 파악도 의뢰했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관련 서류를 확인하던 중 작은딸 위에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고 친모를 대상으로 행방을 집요하게 추궁해 범행일체를 자백받은 것이다. 처음에 친모는 큰딸을 '잃어버렸다'거나 '산에 버리고 왔다'는 등 횡설수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학교와 교육당국의 오류로 작은딸이 미취학아동이 아닌 장기결석생으로 분류된 덕분에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전교생이 60여명 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라 입학생이 한 명이라도 더 있는 게 중요하다"며 "비록 학교에 온 적이 없더라도 입학 대상에 포함시킨 뒤 학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보호자인 할머니도 면제신청을 했으나 작을 손녀를 최대한 빨리 찾아 학교로 다시 보내겠다는 말도 했다"며 "끝까지 기다려보자는 생각에 입학 대상으로 등록해 계속 관리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명감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것 같다"며 "이 일이 절차상 큰 실수도 아니었고 이게 아니었다면 큰딸이 숨진 사실도 영영 묻혀졌을 수 있었는데 오히려 다행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숨진 큰딸의 경우 관할 서울지역 주민센터가 취학통보 불응 등 사실을 교육당국에 통보하지 않아 교육당국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큰딸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자체와 교육당국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줬더라면 이번 사건의 전말이 더 일찍 파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불거진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 사건이나 '여중생 백골 상태 발견' 사건에서도 주민센터 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교육부도 최근 일련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통보·보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문제점이 잇따라 불거지자 일선 시·도 교육청에 관련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지금까지 관리 '사각지대'나 마찬가지였던 미취학 아동 실태도 제대로 파악될지 주목된다.

home1223@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6 12: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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