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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에서 학살까지'…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인간-동물의 관계 더듬어본 저서 '위대한 공존'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간과 짐승은 동물이라는 점에서 같다. 오랜 역사 동안 지구의 주인으로서 상호 의존하는 동반자였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지배·복종 관계가 되더니 근래 들어선 학대·착취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졌다. 동반과 유대 관계를 회복해 나란히 지구의 주인이 될 순 없는가.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인간과 짐승의 오랜 역사를 탐색하며 뒤틀린 둘 사이의 관계를 건강하게 되찾자고 역설한다. 선사학 분야의 권위자인 페이건은 아프리카의 곳곳에서 발굴을 수행하고 수십 년에 걸쳐 대양을 항해하며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관계사를 연구해왔다.

'숭배에서 학살까지'…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 2

이번에 번역·출간된 '위대한 공존'은 오랜 연구와 경험을 집약한 책. 저자는 인간이 짐승을 '발견'하고 '이용'했다는 관점보다 인간과 짐승이 상호 동반자로서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방점을 두고 차근차근 더듬어본다. 나아가 짐승의 뛰어난 자질과 놀라운 이로움이 인류 역사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살핀다.

책에 주로 등장하는 여덟 동물은 개, 염소,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 이들은 적어도 1만5천년 전부터 인간과 친숙한 관계를 맺으며 유대와 협력을 해왔다. 이런 관계가 없었다면 당연히 오늘날의 인류 문명도 탄생하지 못했을 터.

저자는 "목축시대까지만 해도 인간과 짐승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 "자급자족의 농민에게 일하는 동물은 사회적 도구인 동시에 오해할 일 없는 친구이자 동료였다"고 회고한다. 이들 동물은 인간의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산자와 존경받는 조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였으며, 사람 사이의 상호 연결과 끈끈한 유대를 상징했다.

하지만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던 이들 동물은 인간의 동반자와 협력자라는 본래 자리를 빼앗긴 채 오늘날 일상적 수탈과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렸다. 생명 없는 생명, 존엄 잃은 사물이 돼버린 것.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고 말았을까?

저자는 짐승 등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로 서구 사회의 기독교적 세계관을 꼽는다. '구약성서'의 '창세기'는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고 외친다. 신의 형상을 닮은 인간이 동물세계를 지배하고 자신의 이익과 쓰임에 따라 부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 이로 인해 수천 년 넘게 짐승들은 학대받고 멸종에 이르도록 학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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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짐승의 본래 관계를 암시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동물'이라는 용어다. 한자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인간과 짐승은 상호 같다. '동물'의 영어 표기인 'animal'은 '영혼'을 뜻하는 라틴어 'anima'에서 나왔다. 다시 말해 인간이나 짐승이나 고귀한 영혼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수렵시대에는 동물이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으며, 사냥을 하더라도 먹을 만큼만 할 정도로 '존중'받았다.

초원의 동반자였던 인간과 짐승의 관계가 혁명적으로 변화한 것은 약 1만2천년 전부터다. 염소, 양, 돼지에 이어 소가 차례로 가축화하며 길들여졌다. 이로써 인간은 고기와 우유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았고, 털과 가죽뿐 아니라 끈으로 쓰이는 힘줄과 뿔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부산물도 얻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자급자족 농경인과 목축인은 전원에서 키우는 짐승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소비되거나 몰개성적인 희생자가 아니었던 것. 하나하나의 개체에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인간과의 관계는 여전히 상호보완적이었다.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데도 이들 동물의 공헌이 지대했다. 최초의 대상 동물이었던 당나귀는 건조한 사막 지역의 여행 경로를 바꿔놓았고, '사막의 배'로서 그 역할을 이어받은 낙타는 사하라 사막을 건넘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대륙을 잇는 교량이자 픽업트럭으로 기능한다. 말의 경우는 칭기즈칸 몽골군의 대륙정복에서 알 수 있듯이 기병대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과 짐승 사이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양분됐다고 말한다. 어떤 동물은 존중받으며 소유자의 자부심이 된 반면, 어떤 동물은 단순한 상품으로 전락했다. 애완동물이 전자라면, 사육동물은 후자다.

특히 사육동물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짐승들은 인간과 심리적·정서적으로 거리가 멀어졌다. 도시가 커지고 인구가 불어나자 육류 수요는 하루가 다르게 늘었고, 짐승의 신체는 영혼이 상실된 채 중량과 가격 등 수치로 단순 측정됐다. 대량 사육시대가 가속화한 것. 현재 대부분의 동물은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인간에 의해 먹히고 있다며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야생동물의 경우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무차별적 남획으로 지금 이 순간도 60초에 한 종씩 멸종의 운명을 맞고 있다. 이는 환경 측면에서도 인간의 삶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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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일방적 착취와 살상에서 상호적 공존과 유대를 다시 도모할 순 없는가. 저자는 "인간이 다른 인간과 관계를 지속해야 하듯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야생의 힘과도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짐승이 인간보다 하등하며 인간의 필요를 위해 복속해야 한다는 착각을 버리자는 것. 따뜻한 피가 흐르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을 가진 존재로 짐승을 대하는 의식은 결국 인간 자신에게로 향하게 돼서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동물이라는 점에서 짐승과 같으며 그 평등한 공존과 상생을 꾀하려 할 때 인간 사이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저자는 환기시킨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짐승 없이 인간은 살 수 없지만 인간 없이도 짐승들은 살아갈 수 있다는 점. 자연이 파괴되면 인간은 생존을 위협받지만 자연은 인간 없이도 잘 지냄은 물론 오히려 번성할 수 있음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인다. 다시 말해 인간이 다른 인간과 호혜적 관계를 지속해야 하듯, 야생의 힘과도 친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옮김. 반니. 4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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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6 10: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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