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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민, 경제붕괴로 혹독한 생활고 시달려

송고시간2016-02-15 16:53


베네수엘라 국민, 경제붕괴로 혹독한 생활고 시달려

줄을 서서 계란을 구매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줄을 서서 계란을 구매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국민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베네수엘라 경제의 붕괴로 국민들이 혹독한 생활고에 내몰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시민 로살바 카스텔라노(여.74)는 생필품을 사려고 몇시간 동안 긴 줄에 서서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손에 쥔 것은 2리터짜리 식용유뿐이었다.

그녀는 "화장지와 쌀, 파스타를 사려 했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은 비싼 가격표가 붙은 암시장의 물건들뿐이다.

이는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이다. 식품뿐만 아니라 의약품도 부족해져 사회주의 경제의 자랑이었던 국가보건 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그 대가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참담한 현실이다.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지난주 식품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식품에서 의약품에 이르는 각종 재화에 적용한 가격 통제를 완화하도록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다.

만성적인 전력부족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주 전력 배급제를 실시하면서 카라카스의 상가들은 일거에 어둠에 휩싸였다. 이곳의 주택과 아파트들은 정기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마이너스 10%를 기록했고 올해는 마이너스 8%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세계 최악이고 물가 상승률에서도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IMF에 따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세계 최악인 7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 정부가 경제정책 노선을 반대 방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베네수엘라 좌파정부는 십여 년간 집권하면서 수백 개의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각종 물가 통제 조치를 취했으며 공공지출을 마구잡이로 늘렸다. 그 결과로 이 나라의 예산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부풀어올랐다.

국민들이 겪는 고통의 끌은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위기의 원인을 민간기업들과 오바마 미국 행정부를 포함한 적들이 벌이는 '경제전쟁'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식품난은 민간 기업들이 마두로 대통령 정부의 안정을 해치기 위해 상품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두로 대통령 본인은 지난달 식품난 대책이라며 도시농업부를 신설한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자택에서 50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고 국민들도 도시농업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초 구소련의 붕괴로 원조가 중단된 쿠바가 택한 정책과 닮은꼴이다.

고통이 가중되자 이 나라를 떠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 회사인 다타날리시스에 따르면 10명당 1명이 해외로 나가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좌파가 집권한 지난 10년간 1백여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이민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살인 범죄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90명에 이른다. 이는 엘 살바도르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베네수엘라는 유가 하락으로 여느 산유국들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석유는 이 나라 수출 소득의 96%를 차지하고 예산의 절반을 충당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이었을 때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배럴당 40달러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그 덕분에 엄청난 잉여 수입이 발생했으나 의회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비예산 항목에 전용됐다.

전직 정부 관리들과 부패 조사관들은 막대한 돈이 횡령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허술하게 석유 수출 소득을 관리한 탓에 비상시를 대비한 석유대책기금에 남은 돈은 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몇몇 석유 부국들이 수백, 수천억 달러의 기금을 구축해놓은 것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꼴이다.

베네수엘라는 국내 저축이 바닥나자 막대한 돈을 외부에서 차입하고 있다. 이 나라의 외채 규모는 1천100억 달러에 이른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중남미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알레한드로 아레아사는 베네수엘라가 향후 12개월 안으로 국가부도에 빠질 확률을 85%로 내다봤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당장 이달 26일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 15억 달러를 갚아야 하며 10월과 11월에는 모두 50억 달러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부도가 발생해 채권자들에 의해 석유 자산이 압류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더욱 줄이는 한편으로 채무 재조정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대대적인 국유화와 물가 통제가 민간경제 부문을 해친 탓에 이 나라 경제는 더욱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2006년부터 2014년 사이에 베네수엘라의 민간기업은 20%나 줄었다.

과거에는 쌀과 커피, 육류를 해외에 수출했으나 지금은 이들 3개 품목을 모두 수입하고 있다. 심지어는 국가 화폐도 유럽에 인쇄를 의뢰해 747여객기로 실어오고 있는 형편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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