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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 "바둑의 전설, 이렇게 기쁜 바둑은 처음"

송고시간2016-02-15 15:14

대국 중에는 아쉬움…시상식에서는 함박웃음최하위 조훈현 "다른 데 정신 팔려서 공부 못해"

바둑의 전설
바둑의 전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 시상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창혁 9단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 조훈현 9단, 조치훈 9단.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바둑을 많이 좋아하는데, 이렇게 기쁘게, 즐겁게 바둑은 두기는 처음입니다."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걸고 일본에서 활동하는 조치훈 9단은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에 참가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회 시상식에서 조치훈 9단은 "한국 바둑의 전설들과 승부해서 진짜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 대회가 한 번으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내년에도 해주신다고 하니 내년에도 또 참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상식에 앞서 홍봉철 전자랜드 회장은 "이 대회를 매년 개최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하고 싶다"며 대회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바둑의 전설은 조치훈 9단과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등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거장 5인 사이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회로 주목을 받았다. 초대 우승은 유창혁 9단이 거머쥐었고, 조치훈 9단은 4위를 차지했다.

조치훈 9단은 대회 개막전에서 조훈현 9단에게 211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둔 것을 떠올리면서 "존경하는 조훈현 선배한테 제가 많이 졌는데 이번에는 고마웠다"며 웃었다.

이어 "서봉수 선배한테도 바둑을 지면 안 되는데 (졌다)"며 또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래도 진짜 재밌게 뒀다"고 즐거워했다.

조치훈 9단은 서봉수 9단과 대국 중 우세한 상황에서 스스로 대마를 죽이는 큰 실수를 저질러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는 등 심하게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한국어와 일본어로 혼잣말을 내뱉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치훈 9단은 유창혁 9단과의 대결에서도 초읽기가 끝나기 전에 돌을 놓지 못해 어이없게 시간패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바둑 공부 외에 한국어 공부도 해야겠다"며 한국 바둑 규칙과 환경에 익숙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조치훈 9단은 대국 후에는 환한 표정으로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자주 찾지 못하는 한국에서, 최고의 스타들과 대국하는 것 자체로도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응답하라 이창호'
'응답하라 이창호'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2016 전자랜드 프라이스킹배 한국바둑의 전설' 시상식에서 이창호 9단이 대회 참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조치훈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2016.2.15
seephoto@yna.co.kr

조치훈 9단은 1승 3패로 5명 중 4위에 그쳤지만 시상식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4명 외에 겨루고 싶은 전설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 4명만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조치훈 9단에게 이번 대회는 뜻 깊었다.

최하위인 5위에 그친 조훈현 9단은 "개인적으로 조금 불만스러운 성적이었다"며 "조치훈 9단에게 너무 이겨서 미안한 마음에 양보하다 보니 첫 판에 졌다. 그때부터 조금 어긋난 것 같다"고 밝게 말했다.

그는 "바둑은 지고 이기는 것이니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라고 위안했다.

또 최근 정치 입문 제의를 받고 고민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요새 바둑을 공부해야 할 텐데 다른 데 정신이 팔렸다"며 "만약 내년에 이 대회에 나오면 조치훈 9단처럼 공부를 해볼까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전설을 초대하면 국제적으로 재밌는 대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초대 우승자에 등극한 유창혁 9단은 "선배들에게 여러 가지로 배운 것이 많다"며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지도자 일을 주로 했는데, 이번 경기로 승부사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격적인 스타일로 '반상의 일지매'로 불리던 그는 "이번 경기를 하면서 승부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에 반해 선배들은 너무 잘하셔서 저보다 훨씬 나았다. 내년에는 저도 승부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멋진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준우승한 이창호 9단은 "예전 느낌을 되살리는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고 돌아봤다.

'스승'인 조훈현 9단과 311번째 맞대결을 펼쳐 승리한 것에는 "조훈현 9단뿐 아니라 네 분 모두와 다시 오랜만에 대국해서 기뻤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초반 2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다가 3위를 차지한 서봉수 9단은 "연승을 막은 이창호 9단이 밉지는 않다. 그러나 그날 제가 터무니없는 실수를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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