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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노래…허연 '오십 미터'

네번째 시집…201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등 실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오십 미터도 못 가서 네 생각이 났다. 오십 미터도 못 참고 내 후회는 너를 복원해낸다. 소문에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축복이 있다고 들었지만, 내게 그런 축복은 없었다." ('오십 미터' 중)

올해로 등단 25주년을 맞은 허연 시인이 4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오십 미터'(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2013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외 6편과 시작작품상 수상작인 '장마의 나날' 등이 수록됐다.

허 시인은 1995년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로 "자기부정을 통한 자기긍정의 정공법으로 두려우리만치 아름다운 미학을 창출해냈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마모돼 소멸하는 존재들을 통해 세월 속에 감춰진 슬픔을 다룬다. 언뜻 보면 절절한 연시(戀詩)이지만 시들은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의 슬픔과 낙오, 죽음을 다룬다. 그럼에도 삶과 사랑은 계속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런 시인의 의식은 강으로 표상화한다. 강물은 인간사에 무심한 듯 불가항력으로 이동하지만 결국 소멸로 이어진다. 이는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강은 시작과 끝도 없이 쓸려가 기록도 남기지 않지만 매일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삶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잃은 자리에서 사랑은 다시 생의 일부로 시작된다.

"오늘 이 강물은 많은 것을 섞고, 많은 것을 안고 가지만,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았습니다. 쓸어 안고 그저 평소보다 황급히, 쇠락한 영역 한가운데를 모르핀처럼 지나왔을 뿐입니다. (중략)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장마의 나날' 중)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양경언 문학평론가는 "허연의 시를 읽을 때 우리는 마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머나먼 이국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연인을 만나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는 경계에서 새어 나오는 삶의 내밀함을 캐내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소멸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노래…허연 '오십 미터' - 2

viv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5 11: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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