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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로 칼럼> 4차 산업혁명은 '존 롤스'를 호출하나

<이병로 칼럼> 4차 산업혁명은 '존 롤스'를 호출하나 - 2

(서울=연합뉴스) 이병로 논설위원 = 스위스의 한적한 시골 휴양지 다보스에서는 매년 1월 말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이 열린다. 국제적인 경제인과 정치인이 대거 집결하는 이 포럼은 한때 지구촌 파워 엘리트의 향연 같은 것이었다. 너도나도 이곳으로 모였고, 초청대상에서 빠지는 건 불명예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포럼의 권위와 영향력이 시들기 시작했다. 다보스 포럼이 신자유주의의 첨병에 서서 세계화를 무작정 찬미하면서 세계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여기에 한몫을 했다.

올해도 지난 1월 20~23일 연차 총회가 열렸지만, 옛날과 같은 시선을 끌지는 못했다. 국내 언론 보도만 보면 올해 포럼이 언제 지나갔는지 알기 어려울 지경이다. 다보스 포럼도 변화를 모색하긴 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강대국 편향이라는 비판을 떨치기 위해 자본주의 미래를 우려하는 논의까지 주제로 삼은 이유가 그런 맥락이다. 최근 몇 년간 그런 흐름은 확연했다. 하지만 다보스 포럼이 논의를 앞장서서 주도했다기보다는 추세를 따라잡는 차원에 그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짙다.

2016 다보스 포럼의 주제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완전히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최근 세계 경제 흐름을 종합적으로 진단한다는 취지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종전보다는 좀 더 영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도 있다. 왜 그런지는 주제에 담긴 문제의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1차 산업 혁명이 증기의 힘을 이용한 생산기계화, 2차 산업혁명이 전력을 이용한 대량생산, 3차 산업 혁명이 전자와 정보기술을 통한 생산자동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s)'으로 구축되는 새로운 생산질서를 의미한다. 쉽게 풀이하면 그것은 고기능 로봇, 무인 자동차, 사물 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성 혁명을 뜻한다. 이제 그것은 인위적으로 막거나 늦출 수 있는 흐름이 아니라 예정된 필연이다. 다보스 포럼이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방법, 이 흐름을 활용하는 수단에 대한 논의에 국한했다면 진부한 반복에 그쳤을 것이다.

올해 다보스 포럼의 주제를 제안한 인물은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학의 로버트 J. 실러 교수다. 실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후폭풍, 거대한 변화를 더 주목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지질 단층과 같은 대격변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리스크 관리를 제안한다. 그가 제시한 리스크관리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불평등에 대응할 현대적 재정원리, 즉 조세와 복지 같은 것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존 롤스의 정의론적 관점에서 도덕적 사회 합의를 개발해 내는 일이다. 그가 4차 산업혁명 이후를 보고 던진 화두는 바로 도덕적 사회합의다.

`공정한 정의(Justice as Fairness)' , 존 롤스의 정의 이론이다. 롤스는 모든 사람이 각각 자신의 지위와 배경, 조건을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한다면(무지의 장막), 이런 상태에서는 평등한 자유와 차등의 원칙에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기술 발전으로 엄청나게 늘어날 강자의 수익 중에서 일정 부분을 사회ㆍ경제적 최약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전체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는 게 차등의 원칙이다.

실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온건한 것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 아직 모른다. 다만 집이 불에 몽땅 타버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화재보험에 들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의 결과가 온건한 것이라면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런 준비를 한 것을 기뻐할 것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구조 재편으로 사회ㆍ경제적 격차가 극단적으로 커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준비 없이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이미 결과 자체가 기득권으로 굳어진 다음일 공산이 크다. 그때 가서는 갈등을 가라앉힐 방책을 만들 수 없다. 우리 사회도 이미 수년 전부터 불평등 심화라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으로의 흐름도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진지한 질문이 필요하다.

inn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6 15:1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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