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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요동> ⑥ 세계는 통화전쟁…고민 깊어지는 한은

일본 등 주요 경제권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효과는 미지수16일 금융통화委…기준금리 조정보다 시장안정에 무게 중심
한은, 금융ㆍ경제 상황점검회의 개최
한은, 금융ㆍ경제 상황점검회의 개최(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세번째)가 10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ㆍ경제 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2.10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세계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통화전쟁을 벌이고, 국제금융시장은 다양한 변수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비롯한 통화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경제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하고, 주변국인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등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다양한 대내외 변수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한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일단 연초부터 부진이 심화된 수출과 국고채 금리하락 추세,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시사 등은 한은이 현재 연 1.5%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도 작년 내놓은 부양정책의 효과가 소멸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소비절벽을 막기 위해 지난 3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6개월 연장 등을 담은 '미니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한은이 지원사격에 나서주길 바라는 뜻을 에둘러 표명했다.

이런 분위기가 벌써 녹아든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선택할 여지를 넓혀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금융기관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할 때 이자를 받는 대신 오히려 보관료를 내는 개념으로, 시중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빼든 특단의 정책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에 이어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한 비상 대책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이슬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내 지표가 안 좋은 상황이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2월이나 3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2차례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저금리 기조 속에 1천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있는 데다가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우려가 여전하고, 특히 정책수단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국제금융시장의 변수들이 널려 있는 점이 한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첫 도입(CG)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첫 도입(CG)<<연합뉴스TV 제공>>

긍정적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부작용만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결정을 섣불리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국 간 통화전쟁의 화룡점정을 찍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이 애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엔화 강세를 초래하는 등 통화정책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제권이 잇따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동원했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점도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간 금리 인하의 효과를 둘러싼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은도 이미 2014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낮춰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5%까지 떨어뜨렸지만 경기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환율 요인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줄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를 내려 원화 가치를 떨어뜨린다 해도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는 수출 경쟁력을 복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신흥국 시장의 침체 등 우리나라 수출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다른 변수들의 복합적인 영향이 더 커진 탓이다.

최근처럼 국제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안전자산으로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은이 2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이내 다시 올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마당에 금리 인하를 계기로 외국인 자금이 안전한 곳을 찾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요즘처럼 불안감과 공포가 지배하는 분위기의 금융시장에선 금리보다는 안전을 좇아 돈이 움직이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준금리 조정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담당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 단계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고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한 불안감 고조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는 상황이므로 한은이 금리 인하보다는 금융시장 안정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완화 정책이 실물경제를 살리는데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금리를 동결하고 금융안정에 주력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4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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