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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초콜릿·호텔 패키지…올해도 '밸런타인 상술' 여전

日 제과업체 '초콜릿 마케팅' 국내 유입돼 풍습으로 정착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김은경 기자 = 흔히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알려진 밸런타인 데이(St. Valentine's Day·2월14일)를 앞두고 올해에도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노린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라는 취지 자체는 문제 삼을 것이 아니지만, 업계에서 이를 빌미로 대대적 마케팅을 벌이고 어른부터 아이까지 광범위한 소비자층이 그에 호응해 돈을 쓰는 현상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고가 초콜릿·호텔 패키지…올해도 '밸런타인 상술' 여전 - 2

12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한 '밸런타인 데이 마케팅'은 올해에도 여느 해와 다름 없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밸런타인 데이 대목'을 노린 유통업계는 몇만 원대에 달하는 고급 초콜릿을 비롯해 케이크, 쿠키, 와인 등 연인들이 선물로 고를 만한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다양한 할인 혜택과 이벤트도 등장했다.

서울 등 각지의 고급 호텔은 밸런타인 데이를 맞아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상품을 마련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고급 식사에 와인, 초콜릿을 제공하거나 꽃과 풍선 등으로 꾸민 객실을 마련하는 등 마케팅이 치열하다.

부산의 한 호텔 레스토랑은 스테이크와 샐러드, 디저트 등으로 구성된 커플 메뉴 상품을 2인 기준 15만 원에 내놨다.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도 연인을 위한 숙박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등 '밸런타인 마케팅'은 업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밸런타인 데이의 기원에 관한 여러 설 중 하나는 3세기 순교한 로마 성인 성(聖) 발렌티노의 기일이라는 것이다. 성 발렌티노는 황제 허락 없는 결혼이 금지된 시절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시켰다가 순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유럽에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은 새들이 2월14일 짝짓기한다는 민간 속설도 있었다. 이 속설이 젊은이들을 맺어준 성인의 기일과 우연히 일치하면서 2월14일이 '연인의 날'로 자리 잡았다는 기원설이 유력하다.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연애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금기시된 과거에도 이날만은 여성에게 그런 행동이 허락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서양에서는 영미권 일부 국가에서만 밸런타인 데이 당일 선물이나 카드를 교환하는 풍습이 있을 뿐이다. 온 국민이 초콜릿을 사야만 하는 양 요란을 떠는 모습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20세기 일본 제과업체들이 '밸런타인 데이에는 초콜릿 선물로 사랑을 고백해야 한다'는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인 데서 비롯했다. 그 결과 밸런타인 데이는 곧 '초콜릿 주는 날'로 인식됐고, 그런 현상이 한국에도 유입됐다는 것이다.

어떤 날을 기념일로 정해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초콜릿 선물이 마치 일종의 '의식'처럼 반 강요되는 현상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한국만의 특이한 밸런타인 데이 문화에서 기인한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초콜릿에 국한하지 않고 사랑을 무엇인가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마치 기본 의무처럼 인식됐다"며 "특별한 형식이나 의식을 갖춰야만 사랑이 증명되는 양 받아들이는 현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2월14일은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하고 체포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기도 하다. 밸런타인 데이의 떠들썩한 분위기에 가려진 의미 있는 날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윤원태 사무국장은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아 마치 구한말과 같은 상황에서, 동양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안 의사의 뜻이 이런 날을 계기로 좀 더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2 11: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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