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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香萬里> 중견작가의 회고록 '나의 아버지, 포르노그래퍼'

평생 포르노 소설 400권 써 가족 부양한 아버지에 대한 헌사


평생 포르노 소설 400권 써 가족 부양한 아버지에 대한 헌사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미국 켄터키 주 동부 애팔래치아 숲속 아버지의 작업실은 금단의 영역이었다. 아버지 앤드루 J. 오퍼트는 43년간 이곳에서 은둔하며 400권 가까운 소설을 생산했다. 6권의 과학소설, 24권의 판타지, 1권의 스릴러, 그리고 나머지는 '포르노 소설'이었다.

신간 '내 아버지, 포르노 소설가'(My Father, the Pornographer:A Memoir)는 이제는 미 문단의 중견작가로 장성한 아들 크리스 오퍼트(57)의 회고록이다.

3년 전 별세한 부친의 유산, 즉 소설 400여권과 미발표 원고, 각종 자료 등을 꼼꼼히 살펴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조명함으로써 '동굴'과도 같았던 아버지의 존재를 이해해가는 탐사의 오디세이이자 헌사다.

2013년 여름 어느 날 크리스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애팔래치아 언덕 숲속의 고향집을 찾게된다. 당당한 걸음으로는 처음 들어가본 작업실. 거기에는 탁자 하나와 총 한자루, 무게 1천800파운드(816㎏)에 달하는 방대한 포르노 소설, 미발표 원고, 일기, 편지, 각종 파일들이 던져져 있었다.

아버지는 이 골방에서 일생을 두문불출한 채 포르노 소설을 써 가족을 먹여 살렸다. 주로 존 클리브라는 이름으로 첫 18년간 130여권을, 주로 터크 윈터라는 이름으로 그 후 25년간 260권을 썼다고 한다. '20세기 외설물의 제왕'이라는 타이틀은 그래서 그에게 주어졌다.

<書香萬里> 중견작가의 회고록 '나의 아버지, 포르노그래퍼' - 2

처음에 그가 펜을 잡게 된 계기는 이렇다. 독서광이었던 그는 1960년대 중반 우편으로 포르노 소설 몇권을 주문해 읽었다. 그리고 "내가 더 잘 쓸수 있다"고 부인에게 말했다. 하지만 진짜 집필에 들어간 것은 5년 뒤. 아들 크리스의 치아교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 세일즈맨을 그만두고 펜을 들었던 것.

남편은 원고를 메우고, 부인은 타이핑을 해 포르노 소설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체제는 이렇게 갖춰졌다.

첫 소설은 1968년 나온 '결박당한 아가씨들'. 600달러의 인세를 받고 써낸 작품이다. 그에게 처음으로 로열티를 안겨준 작품은 '십자군 전사'라는 시리즈물. 이 시리즈물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고 그는 성애소설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에로소설이 가장 각광받던 1970년대의 기류와 맞물려 그도 포르노 소설가로서 정점에 설 수 있었다.

해적 포르노, 유령 포르노, 좀비 포르노, 과학 포르노, 뱀파이어 포르노, 역사 포르노, 시간여행 포르노, 비밀요원 포르노 등 그의 소재는 무궁무진해 그는 이 분야와 장르를 결합시킨 작가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에로소설 작가로서의 야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아버지와 자녀들의 거리는 멀어졌다. 아버지의 작업실은 은둔과 고립, 봉인, 수치, 죄책감의 공간처럼 자녀들에게 비쳤다. 크리스를 비롯한 4명의 자녀들은 아버지를 피했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그의 작업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버지는 깊이 상처 받았다.

고향집을 찾은 아들 크리스는 여름 한 철을 그곳에서 났다. 아버지의 유산인 포르노 소설 등을 모두 싸들고 미시시피 집으로 옮겼다. 몇달에 걸쳐 읽고 분류하면서 그는 "어렵고, 변덕스럽고, 종종 잔인한 남자, 사랑했지만 그 만큼 두려웠던 남자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침내 갖게됐다"고 토로했다.

또 "숲에서의 은둔은 아버지의 어마어마한 소외와 고독을 닮았다. 아버지와 상호작용하면서 무서운 슬픔과 깊은 외로움, 나를 향하는 분노를 발견했다"고 그는 고백했다. 아버지가 작고한 뒤에야 부친과의 평생에 걸친 불화를 치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가 남긴 포르노 소설을 읽고.

<書香萬里> 중견작가의 회고록 '나의 아버지, 포르노그래퍼' - 3

소설가 마이클 샤본은 아마존 서평에서 "크리스는 가장 정교하고 단단한 산문 문체를 소유한 작가 가운데 한명"이라며 "주저하지 않고 삶의 가장 힘겨운 진실을 전할 준비가 된 역량있는 작가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 그는 오로지 지칠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무장해 가장 어둡고 미스터리한 곳으로 들어간다. 바로 앤드루 J.오퍼트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동굴로"이라며 "아버지의 생애를 살려냄으로써 좀 더 깊고, 흥미진진하며, 섬세하고, 가슴먹먹한 진실의 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자 크리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로지 부친의 부재 속에서 작가는 진실로 한 남자와 그의 유산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아마존은 이 회고록을 2월 '이달의 최고의 책들'의 하나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오직 타자기의 산출로만 가족을 부양하는 전업작가의 인생,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무심코 전가하는 끔찍한 정신적 부담, 애팔래치아 언덕에서 자란 겁모르는 아이들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아들 크리스는 NYT 인터뷰에서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해냈던 일들에 대해 더 큰 존경심을 갖게됐다"며 "그의 놀라운 작품들은 노력과 훈련, 인내의 소산이었다. 그는 이 분야의 마지막 장인이었다"고 말했다.

261쪽. 아트리아북스 출판.

sh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3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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