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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TV·스크린 달구는 갑질에 대한 분노

최근 흥행작들의 동력은 "재벌은 물론, 검찰도 경찰도 언론도 못믿어"


최근 흥행작들의 동력은 "재벌은 물론, 검찰도 경찰도 언론도 못믿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생망'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의 줄임말인데 '헬조선' '흙수저' 등의 신조어와 함께 언젠가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이생망'만으로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수가 없다. 대중문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지만, '이생망'을 그대로 갖다 써서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

"인생이 힘든 게 아니라 갑이 설치는 이 나라에 사는 게 힘든 거예요."

시청률 16~17%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를 달리는 SBS TV '리멤버 - 아들의 전쟁'에 지난 10일 등장한 대사다.

이미 자포자기한 '이생망'에서 '갑이 설치는 세상'으로 초점을 좁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고로 쥐라기 시대부터 '갑'은 척결의 대상이었다. 공공의 적을 만들어 보는 이의 분노를 끌어올린 뒤 산넘고 물건너 보기 좋게 쳐부수는 시나리오가 요즘 많이 나오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지난해 관객 1천3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이 그랬고, 700만 명을 넘어선 '내부자들'이 그랬으며, 올 설 연휴 극장가 독식 속 관객을 싹쓸이한 '검사외전'(10일까지 637만 명 관람)이 그렇다.

현재 화제가 되는 두 편의 드라마도 같은 선상에 있다. '리멤버'와 함께 tvN 금토 드라마 '시그널'이 그렇다.

이들 작품은 대개 거대 부를 '갑'으로 설정하고 이들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갑질'을 강도 높게 조명함으로써 장벽 없는 분노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조성한다. 그리고 그 '갑'에는 늘 '기생충'들이 즐비하게 꼬이는데 검찰, 경찰, 법원, 언론이 바로 그 '기생충'으로 묘사된다.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TV·스크린 달구는 갑질에 대한 분노 - 2

'리멤버'와 '시그널'을 시청하다보면 속이 여러 차례 뒤집힌다.

'리멤버'에서는 악질 중의 악질 갑인 일호그룹이 돈을 써서 안 되는 게 없다. 경찰, 검찰, 법원도 손쉽게 매수된다.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더 쉽다.

뭔가 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려고 하면 어김없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금전의 유혹이 따라오거나 목숨을 위협받게 되면서 상황은 바로 반전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약자들의 분노는 늘 생존, 생활의 문제와 연결되며 흔들린다.

'시그널'은 무려 26년이나 '묵은' 경찰 조직의 비리를 다룬다. 지난해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도 그러했지만, 이들 작품 속 경찰은 조직의 위상과 명예를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조작하며 묵인하는 짓을 심심치 않게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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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도 없고, '빽'도 없는 서민들은 '민중의 지팡이'만을 믿고 사는데, 작품 속 경찰의 모습은 그렇지 못하니 절망적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재벌 총수 전화 한통에 신문 1면이 갈리고, 인터넷에 오른 기사가 내려진다. "언론부터 막아"라는 대사는 너무 많이 나와서 클리셰처럼 보일 정도다.

돈 있는 자들의 갑질과 악행, 그들에게 매수된 공권력의 비리를 고발하는 뉴스가 실제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현실이다 보니 이런 드라마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리멤버'와 '시그널'이 현재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는 화려한 캐스팅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공권력과 슈퍼 갑의 비리와 악행이 사람들에게 단순히 허구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 드라마의 시청평에는 "실제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러한 불신은 누구의 책임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냉전이 종식된 뒤 할리우드는 한동안 공공의 적을 찾아나서느라 골머리를 앓다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불특정 악당을 내세워 장사를 하고 있다. '이생망'이 유행어인 우리 사회에서는 돈 있는 자들도, 공권력과 언론도 모두 불신의 대상이 됐고 '악당'이 되면서 대중문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영을 앞둔 '리멤버'에서는 10일 고민 끝에 법정에 선 피해자가 악마 같은 갑에게 "나 이 돈 필요없어. 넌 뭐든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아?"라고 시청자 대신 시원하게 소리쳤다.

이러한 내용의 작품이 계속 나오는 게 씁쓸하기도 하고 너무 자극적이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도 있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라도 억울한 약자가 승리하고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은 10년 묵은 체증을 날리는 일이다.

공공의 적들을 끝까지 잡아내는 이런 작품들이 현실에서도 '이생망'을 이겨내는 작은 힘으로 작용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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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2 07: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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