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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할 권리가 있다'…주민소환제 10년

'성범죄' 포천시장 추진에 '관심'…교육감·단체장 성공 사례는 없어

(포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난감한 질문 하나. "주민소환은 일해달라고 시장님 불러들이는 거 아닌가요? 그거 서명하긴 싫은데…."

난감한 질문 둘. "지금 설명 들을 시간이 없어요. 바빠요. 유인물 만들어 놓은 거 없어요?"

지난 9일까지 60일간 이어진 서장원(58·새누리당) 포천시장 주민소환 서명운동 현장에서 실제로 튀어나온 질문들이다.

시민들은 서명을 하면서도 용어와 절차를 아리송해했다.

이달로 도입된 지 10년을 맞았으나 아직 헷갈리기만 하는 주민소환제의 취지와 절차, 역대 사례 등을 정리했다.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할 권리가 있다'…주민소환제 10년 - 2

◇ 주민이 뽑은 지방공직자, 주민이 해임도 할 수 있다

성추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업무에 복귀해 논란을 빚은 서장원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최근 추진돼 이 제도가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시장·도지사·군수 등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의 투표로 파면을 결정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누군가를 어떤 장소로 불러들인다는 뜻의 소환(召喚)이 아니라, 일을 마치기 전에 돌아오게 한다는 뜻의 소환(召還)이다.

주민이 직접 뽑은 지방공직자를 주민이 직접 해임할 수 있게 해 지방자치제도의 의의를 살리자는 논리에 따라 시행된 제도가 주민소환제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이 2006년 2월 공포되면서 제주지역에 한해 주민소환제도가 먼저 도입됐고 이후 2007년 5월 주민소환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민소환투표가 추진된 사례는 모두 81건이다. 교육감과 시·도지사 7건, 구·시·군의 장(長) 32건, 광역의원 5건, 기초의원 37건이다.

주민소환법이 시행된 2007년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 1건으로 가장 적었다. 추진 도중 철회나 요건 미충족 등으로 투표하지 않고 중단된 경우가 63건으로, 전체의 약 78%다.

◇ 교육감·단체장 성공 사례 '0건'

투표까지 가더라도 실제 성공 사례는 단체장의 경우 이제까지 한 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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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을 포함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주민소환 확정 사례는 없으며 하남시 의원 2명이 이제까지 유일한 성공 사례다.

10년 동안 총 81건 중 2건으로, 하남시 의원 2명은 광역화장장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김황식 하남시장에 동조, 김 시장과 함께 주민소환 대상이 됐다가 확정됐다. 김 시장은 투표권자가 2천421명(최소 3만5천478명 필요) 부족해 개표하지 않고 직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주민소환 대상이 됐던 광역단체장은 오세훈 서울시장(2건), 김태환 제주도지사, 김신호 대전교육감, 박원순 서울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종훈 경남교육감 등이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으로 논란이 됐던 오세훈 시장은 주민소환 추진 단계에서 자진 사퇴해 '결과적 성공' 사례로 기록됐고 무상급식 중단과 진주의료원 폐업 갈등을 겪은 홍준표 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은 현재 서명운동 기간이 끝나고 검표를 앞두고 있어 진행형이다.

앞서 2009년 소환대상이 됐던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투표율이 11%(4만6707명)에 그쳐 개표조차 하지 않았다.

주민소환 투표는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개표하도록 돼 있다.

나머지는 모두 자진철회 또는 청구기간내 서명부 미제출 등의 사유로 투표까지 가지도 못했다.

◇ "정치적 압력행사 수단" vs "이대로 가면 사문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민소환제도를 둘러싸고 여러 반응이 교차한다.

짧은 서명운동기간(기초단체장 기준 60일)과 높은 투표율 기준 등은 결국 주민소환제도를 사문화시킬 것이란 의견이 그 중 하나다.

포천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의 연제창 상황실장은 14일 "절차를 하나하나 진행해 보니 너무 까다로워 주민소환을 하라는 법인지 말라는 법인지 모르겠다"며 "서명운동 때 유인물 하나 배포하지 못하게 돼 있어 한계가 너무 많았다"고 토로했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구전으로만 하게끔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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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는 달리 주민소환제도가 일부의 정치적 압력행사 수단으로 남발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주민소환 추진 사례를 보면, 제주해군기지·광역화장장·교도소 등 지역 갈등이 첨예한 사안을 두고 단체장들이 소환 대상이 됐었다.

성추행 후 금전무마 시도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 시장처럼 정책이 아닌 도덕성을 문제삼아 소환 대상이 된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이다.

2012년 선관위에서 펴낸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 주민참여방안으로서 주민투표 및 주민소환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창원대)는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소환요건을 완화하고, 소환사유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특정 국책사업 유치와 같은 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을 소환사유로 삼는 것을 제한하는 등 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suk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13 0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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