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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美뉴햄프셔 결전 현장…한파도 녹이는 '아웃사이더 열풍'(종합)

트럼프 유세에 눈보라 뚫고 지지자 5천여명 운집…"트럼프 말에 대리만족"민주당 지지자들 '샌더스 열풍'…'주류' 힐러리·루비오 대대적 반격 유세

(맨체스터<美 뉴햄프셔주>=연합뉴스) 노효동 김세진 특파원 = "트럼프! 트럼프! 트럼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버니(샌더스 후보의 애칭)! 버니! 버니!", "이제는 정치혁명에 나설 때."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눈폭풍도, 한파도 미국 대선판을 휩쓰는 '아웃사이더 열풍'을 막지는 못했다.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둔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일대에서 열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버니 샌더스의 유세는 혹한을 녹일 정도의 뜨거운 열기를 뿜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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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7시 남부 최대 도시인 맨체스터 중심부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아레나'에서 열린 트럼프 유세에는 무려 5천여 명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온종일 5인치(약 13㎝)의 눈이 쌓이고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호소를 들으러 나온 것이다.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멕시코에 국경을 세우자 거나 중국으로부터 일자리를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트럼프의 이번 유세에는 부인과 딸이 동참했다.

이날 낮 1시 역시 맨체스터 도심에 위치한 팰리스 극장에서 열린 샌더스 유세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열성 지지층인 대학생과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진 1천여 명이 극장을 가득 메운 채 샌더스에 열광했다.

이 같은 '아웃사이더 열풍'은 워싱턴 D.C.로 상징되는 기성 정치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실망과 분노가 동력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스스로를 '트럼프의 분신'이라고 소개한 에릭 잭맨(26)은 "사람들은 이제 워싱턴이라고 하면 지긋지긋해한다"며 "트럼프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샌더스의 자원 봉사자인 샌디 코널(62)은 "힐러리(클린턴 후보 지칭)로는 도저히 기업들이 주무르는 정치를 개혁할 수 없다"며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번 프라이머리를 취재하러 온 버몬트주 지역 방송인 WVNV 기자인 스태이시 다실바는 "솔직히 샌더스도 9개월 전에는 이 정도로 성공하 수 있었을지 몰랐을 것"이라며 "그것은 7개월 전의 트럼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국민적인 정치변화 욕구인 '바꿔 열풍'에만 편승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와 샌더스가 내놓는 공약이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지층의 현실적 이해에도 적잖이 부합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지지자인 밥 더피는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공약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며 "자동차를 보라. 일본의 도요타가 캐나다에서 차를 만들어 미국에 내다 팔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이 없다"고 흥분했다. 전기 기술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더피는 "나 같은 기술자들은 대부분 트럼프를 심정적으로 지지한다"며 "다만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쑥스러워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건강보험·이민개혁으로 경제적 이익을 침해당하고 일자리도 빼앗긴다고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더피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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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경우 백인들이 내심 굴뚝같이 하고 싶었던 말이나 공개로 하기 어려웠던 말을 대신해주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언론을 향해 주류 정치에 편승한 기득권 세력이라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샌더스 지지자들 가운데에는 실제로 부자 증세나 월가 개혁과 같은 진보적 어젠다로 경제적 불평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라이언 파울러(26)는 "미국은 대기업들이 모든 것을 주무르고 너무나 탐욕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융자금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에게는 샌더스의 어젠다는 아주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 여대생은 이날 유세에서 "무려 1억5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아웃사이더 열풍에 맞서는 양당 주류 후보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다. 샌더스를 맹추격하는 힐러리 클린턴은 이날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 클린턴을 앞세워 지역 곳곳을 누비며 바닥 표심을 샅샅이 훑었다. 오전 맨체스터 커뮤니티 대학에서 유세한 클린턴 후보는 허드슨의 얼바인 고등학교에서 지지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유세전을 폈다.

클린턴의 메시지는 샌더스와 같은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경륜과 안정감을 갖춘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클린턴은 이날 유세에서 "나는 실현불가능한 공약을 내세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 주류의 지원 속에서 상승무드를 타는 마르코 루비오는 이날 저녁 내슈어 지역대학에서 지지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막판 유세전에서 정책적 역량과 아이디어, 추진력을 통해 '강한 미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를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클린턴과 샌더스를 공격하면서 스스로를 민주당 대선 후보에 맞서는 공화당의 '대항마'임을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날 가족을 모두 동반하고 나온 루비오는 "힐러리는 '이메일 스캔들' 때문에 어렵고 샌더스는 사회주의자여서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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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햄프셔에서 부는 '새로운 실험'이 미국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자못 커 보인다. 미국 일반인들의 여론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정치적 자부심'은 매우 대단했다. 이날 오전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한 뒤 안내소에서 일하는 60대 여성직원이 지도책을 꺼내주며 "미국 정치의 홈타운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인사치레이겠거니 했지만, 이후 유세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낀 뉴햄프셔 유권자들의 정치참여 의식은 혹한의 날씨를 녹일 정도로 높았다.

이날 낮의 뉴햄프셔 주는 마치 눈폭풍의 한복판에 들어선 듯했다. '노리스터'(Nor'easter)라는 북동부의 해안성 눈폭풍이 북상하면서 만들어진 강풍과 눈보라가 온종일 주 전역에 휘몰아쳤다.

자동차 계기판은 화씨 19도(영하 7℃가량)였지만, 차문을 열면 단 몇초만에 손이 오그라들 정도로 체감온도가 극도로 낮았다. 이런 상태로는 정상적인 대선 캠페인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공항에서 도심으로 향하면서 뉴햄프셔를 휘감은 대선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길가 화단 곳곳을 수놓은 각 캠프의 피켓들이 각 지에서 프라이머리를 보러온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느낌이었고, 일반 주택가에서조차 '힐러리'나 '트럼프'를 써 붙인 입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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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번화가에 들어서자 육중한 느낌을 주는 버라이존 빌딩 앞 전광판에는 'TRUMP'라는 글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어 코너를 돌며 바라본 7층짜리 건물 상단부에는 젭 부시 후보의 "워싱턴 정치는 고장이 났다. 너무 크고 너무 썩었다"는 발언이 대자보로 나붙어 있었다. 거리 어느 곳을 가도 각 후보를 지지하는 간판이나 광고가 마치 구역을 표시하는 '야드사인'처럼 서 있었다.

대선 후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려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스라엘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유대인 랍비들이 한파 속에서도 피켓팅을 벌였고, 정치개혁과 부패청산을 요구하는 단체 회원들은 행인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 속에서 9일 유권자들의 프라이머리 참여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008년의 60.2%를 웃돌 수도 있다고 현지 유권자들은 말했다.

다만, 투표 당일 한파와 눈보라가 계속되는 것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과연 뉴햄프셔 주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자부심에 걸맞은 높은 경선 투표율을 기록할지 주목된다.

rhd@yna.co.kr

smil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9 12: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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