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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수현 작가 "막장에 대한 거부감 없어지면 시청자도 망가져"

송고시간2016-02-10 09:00

SBS '그래, 그런거야' 13일 첫선…"가족 붕괴시대에 가족의 가치 더 부르짖어야"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막장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면 시청자도 망가집니다. 현실이 어떻든 드라마가 매일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그리면 온 사회가 막장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드라마가 좀 더 순화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드라마의 대모'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73) 작가는 이렇게 말하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오는 13일 첫선을 보이는 SBS TV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로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오는 그를 최근 전화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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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부작으로 방송 예정인 '그래 그런거야'에는 '가족의 문화가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대가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의미와 가족의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가치를 일깨워주는 드라마'라는 설명이 붙는다.

이순재, 강부자, 김해숙, 노주현, 송승환, 양희경, 홍요섭, 임예진, 정재순 등 이른바 '김수현 사단'이 다시 총출동한다.

언제나 그렇듯 칼칼한 목소리로 강단있게 이야기를 이어간 김 작가는 "내 드라마는 아마도 막장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싶다. 불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이야기인가. 이전에 선보인 가족극과 어떤 차이가 있나.

▲뭐, 우리 사는 얘기다. 다른 게 없다. (이전 작품들과) 많이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냥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를 할 것이다. 작가도 가수나 마찬가지다. 갖고 있는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지 않나. 새로운 곡을 발표해도 목소리를 들으면 그 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듯, 작가도 그렇다.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같은 이야기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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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김수현 사단'이 포진했다. 또 그 배우들이 나온다는 지적도 있을 것이다.

▲연령층이 높은 배우들은 그렇다. 선수들이잖아. 오래 같이 일을 하면서 익숙하기도 하고 내가 많이 신세를 진 배우들이다. 내가 힘들 때 아무소리 없이 뛰어나와서 일해준 고마운 배우들이다. 내가 언제까지 일할지도 모르고, 이제는 정리할 때 아닌가. 하시라도 불평없이 OK를 해주며 날 여겨주는 분들이니 고맙다.

--SBS가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시대에 김수현 작가가 진정한 가족 드라마를 선보인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막장이 넘쳐서) 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막장을 쓸 수는 없지 않나. 난 정말 상스러운 게 싫다. 현실이 어떻든 인간의 모습이 상스러운 것을 TV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을까.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방송사가 광고를 팔아먹는 데는 도움이 됐겠군.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뭔가를 써내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굉장히 조심스럽다. 막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노인네 왜 죽지도 않고, 무덤에도 안 들어가고 저런 소리를 하고 있나 악플이 쏟아진다. 안티가 몇백만이다. 뭐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웃음)

내 드라마를 얼마나 보실지 모르겠지만 청률이(그는 시청률을 이렇게 표현했다)가 안 나왔다고 해서 방송사가 창피해하지는 않을 이야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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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이 인기지만 지난해 임성한 작가는 은퇴를 선언했고, 문영남 작가의 작품은 편성이 불발됐다.

▲그 작가들을 있게 한 것도 시청자와 방송사다. 그런데 (문제가 되니) 덤터기는 작가가 다 쓴 격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수용하고, 조장하고 높은 시청률로 좋아해 준 것은 시청자와 방송사 아닌가. 그중에서 제일 책임감을 느껴야하는 쪽은 방송사이고. 작가도 현실논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 않나.

--물 흐르듯 잔잔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매번 젊은 작가들을 무색하게 하는 감각을 발휘하며 포인트를 줬다. 동성애, 조기치매, 고학력 미혼모 등의 소재를 항상 선두에서 써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도 그런 지점이 있나.

▲글쎄, 뭐가 있을까. 그런데 그런 것들을 목적한 바는 없었다. 이번에는 결혼 두달 만에 남편을 잃고, 뒤이어 시어머니도 돌아가신 후 5년간 홀시아버지를 모시고 산 과부 며느리(서지혜 분)의 이야기가 있다. 홀로 남은 시아버지를 지키면서 부녀관계처럼 살아온 것이다. 사랑이 너무 가벼운 시대이니까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도 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드라마는 결국 인간의 얘기, 관계의 얘기인데 올드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참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다. 물론 어떻게 쓰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기상천외한 관계를 설정한 이야기가 넘치니….

--쉬는 동안 후배 작가들 작품 중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나.

▲연말에 우연히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본 드라마가 있었다. SBS TV 2부작 '너를 노린다'였는데 다 보고 작가 연락처 받아서 잘 봤다고 문자 보냈다. 김현정 작가인데 대본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재방송으로 KBS 1TV '장영실'을 본다. 장영실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단 몇줄로 만났던 사람인데 사실은 정말 대단한 사람 아닌가. 그 부분을 조명하는 드라마라 좋다. 공해도 없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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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어떤가. 요즘에도 매주 단체 대본 연습을 하시나.

▲모르죠. 얼마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크게 문제될 거는 없다고는 나왔다. 치매가 아닌가 늘 걱정하고 있고, 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아프면 안되니까 감기도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 대본 연습은 이제 안 나가면 안될까 싶기도 한데, 안 나가면 배우들이 그 리듬을 잡는 게 어려울 것 같다.

--백세인생이라는데 건강관리 하면서 계속 드라마를 써야 않겠나.

▲글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 세대의 노래를 할 권리가 있지 않나는 싶다. 가족붕괴의 시대이니 가족의 가치를 더 부르짖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해주는 드라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젊은 애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꼰대'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뭐, 난 젊었을 때부터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꼰대'라는 얘기를 들었으니까. '꼰대'들끼리 편하게 하지 뭐.(웃음)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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