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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앞둔 꿈·환시, 환자들에게 위안 효과" <美의료진>

'임종夢·임종視' "나는 좋은 부모, 좋은 자식이었다" 재확인 과정
'좋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 주변에서 도와줄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뉴욕주에 있는 말기환자 요양원인 `호스피스 버팔로'에 입원한 54세의 한 여성은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남자 아이가 나이 든 모습으로 나타나 "미안해. 너는 좋은 사람이야. 도움이 필요하면 내 이름을 불러"라고 말하는 꿈을 꾸고는 아흐레 뒤 숨졌다.

"임종 앞둔 꿈·환시, 환자들에게 위안 효과" <美의료진> - 2

역시 호스피스 버팔로에 입원한 92세의 할머니는 간호사와 대화하다 말고는 방문쪽을 향해 "잠깐만 기다려, 간호사와 얘기중이니"라고 말했다. 간호사가 아무도 없다고 말해주자 할머니는 웃으며 "앤트 재니스야(먼저 죽은 여형제 이름)"라고 답하고, 와서 앉으라는 듯이 침상 한쪽을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간호사쪽으로 몸을 돌려 하던 얘기를 마쳤다.

말기 환자들이 사망 수일전, 혹은 수주전 자주 경험하는 '임종몽'(臨終夢)과 '임종시'(臨終視)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임종현상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흔한 일지만, 현대 의학계는 이 현상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버팔로 요양원의 임상의들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종 직전 꾸는 꿈과 환시의 의미와 이를 '좋은 죽음'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자에서 소개했다.

임종몽이나 임종시는 근사(近死)경험과 구별된다. 집중치료실 환자들이 회복 후 얘기하는 죽음의 경험은 죽을 뻔 한 순간의 기억인 데 비해, 임종현상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버팔로 연구팀은 말기환자 85%까지 경험하는 정신착란 상태의 환각과도 구별한다. 신체의 열이나 암의 뇌전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일어나는 신체 화학작용의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신착란을 일으킨 환자는 자신이 꿈꾸는지 깨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환각 내용을 일관되고 조리 있게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임종몽과 임종시는 환자들에게 마음의 위안 효과를 주는 데 반해 정신착란 상태의 환각은 상처를 주는 내용이다.

연간 5천 명의 환자가 거쳐가는 버팔로 요양원의 연구팀은 생의 끝 자락에 선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차 연구 결과를 완화의학지(JPM)에 실었다.

이에 따르면, 이들 환자가 겪은 임종몽과 임종시는 대체로 이미 죽은 사람과 만남,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장면, 마무리하지 못한 일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미 베풀었거나 베풀지 못한 사랑, 화해, 용서이며, 꿈속에서 환자들은 자신들이 좋은 부모, 좋은 자식, 좋은 직원이었음을 재확인받는다.

76세의 한 환자는 어릴 때 죽은 어머니 꿈을 꾸면서 어머니가 쓰던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랑한다 얘야"라고 하는 것도 들을 수 있었다.

한 나이 든 여성 환자는 침대에 누워서 보이지 않는 아기를 두 팔로 안고 있었는데, 그 남편은 연구진에게 첫 아이를 사산했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단짝 친구와 10대 세 아들을 차에 태운 채 그랜드 캐니언을 찾은 꿈을 꾼 얘기를 해주고 3주 후 사망한 84세의 한 남자는 현재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인 세 아들이 어린 모습으로 꿈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아들들이 내 인생의 최대 보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구 대상 환자들은 죽음이 임박할수록 산 자보다는 죽은 자가 더 많이 등장하는 임종몽과 임종시를 더 자주 겪는 경향을 보여, 이런 임종현상이 사망의 전조로서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진행한 크리스토퍼 커 박사는 자신이 늘 환자의 수명 연장을 위해 더 해줄 조치는 없는지 찾아보는 공격적 진료를 하는 의사였으나, 임종몽과 임종시를 알게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수분을 보충하면 더 연명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자에게 그 조치를 취하려 했더니, 환자와 꿈 얘기를 많이 나눈 간호사가 "모르시는군요. 죽은 어머니가 자주 나타나고 있대요"라고 말해준 이틀 뒤 환자가 사망한 일이 있다는 것.

그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진정제를 계속 투여하는 게 죽음으로의 여정을 삭막하게 만드는 것일 수 있다"며 과거 자신의 의료행태를 자성하고 "환자들이 '당신이 기회를 빼앗아갔지? 아내와 함께 있었는 데 말이야'라고 나에게 얘기할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임종몽과 임종시의 위안 효과를 들어, 환자들이 헛소리라고 놀림 받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들이 꾼 꿈을 얘기할 수 있도록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환자의 꿈에 대해 물어봐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종 직전의 꿈이 환자들에게 "정신적 정화작용"을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생의 마감 단계에 있는 환자 뿐 아니라 남겨질 유족에게도 위안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3 17: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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