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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신동주의 도박?…예상 깬 신격호의 법정 출석(종합)

고관절 환자인데 직접 걸어 출석…'건강 과시 이벤트'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유미 이도연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자신의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따지는 법정 심리에 예상을 깨고 직접 참석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측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신 총괄회장은 '성년후견인 지정이 필요할만큼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다'는 자신의 입장을 직접 진술하기 위해 법정행을 결심했다.

신 총괄회장의 법률 대리인 김수창 변호사도 이날 심리가 끝난 뒤 "(법원 관계자가 신 총괄회장을 방문해 검증하는) 출장검증 절차도 추진했는데 본인이 직접 나와서 진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좀 더 객관적으로 본인의 상태를 밝히는 길이라고 판단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측은 물론, SDJ측조차 지난주말까지만해도 "신격호 총괄회장이 첫 심리에 불참할 가능성이 크고 법무법인 양헌의 법정대리인을 내보낼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신 총괄회장의 행보는 말그대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SDJ측 설명처럼 이날 출석이 전적으로 신 총괄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현재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필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SDJ측 변호사들이 '전략적'으로 신 총괄회장에게 법정 출석을 설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날 첫 심리에 법정대리인만 보내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간접적으로 진술한다해도, 어차피 법원이 최종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이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신 총괄회장 본인의 건강상태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직계가족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하는 데 있어 의견을 개진하게 돼 있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인의 상태가 제일 중요하며, 그가 성년후견을 받을 필요가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 두 차례 법정 출석을 피해도 언젠가는 장소에 관계없이 법원이 지정한 의료인 등 전문가로부터 정신건강 이상 여부를 점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아예 첫 심리에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게 '정신·신체적 자신감'을 과시하는 측면에서라도 판사들에게 더 긍정적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관절이 좋지 않은 신 총괄회장이 이날 법원에 도착해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법정까지 무리해서 직접 걸어간 것도, 같은 측면에서 SDJ측이 기획한 '신격호 건강 과시용'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정법원 판사, 언론 뿐 아니라 한국·일본 롯데그룹 임직원들과 국내외 주주들에게 신 총괄회장의 건재함을 강조함으로써 "아직 경영권 분쟁이 신동빈의 승리로 끝난 게 아니다. 신동주에게 기회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서둘러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이번 법원 출석 이벤트가 꼭 신동주 전 부회장에 '득'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몇 가지 단순한 질문에는 '연습' 등을 통해 답변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법원의 질문이 거듭될 수록 정신건강 문제가 드러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인 가정법원 심리의 원칙을 깨고 직접 "신 총괄회장이 법정에서 50대 때나 지금이나 (정신건강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법원 안팎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준비해온 이 발언을 법원의 질문과 상관없이 10여차례 반복했다는 상반된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씨와 법정대리인도 이날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여동안 이어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언론 등에 보도되거나 직접 노출된 신격호 총괄회장의 언행이 평소 알던 오빠의 모습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가장 가까운 형제뿐 아니라,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가 '일관적 판단'을 기대하기 힘든 수준임을 뒷받침하는 여러 종류의 증언들도 많다.

한 임원은 "8~9년전부터 총괄회장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조는 일이 잦아졌고, 5~6년전 부터는 보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은 "총괄회장이 1시간 보고 내내 20~30번 같은 질문을 해서 20~30번 같은 대답을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몇년전부터 치매 관련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법원은 이날 신청자(신 총괄회장의 여동생)로부터 들은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의 취지와 배경, 신동주·동빈 형제 등 가족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제출한 정신건강 이상 또는 정상을 뒷받침할 자료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신 총괄회장의 의사를 대신 결정할 성년후견인이 필요한지 여부를 본격적으로 따진다.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는 이 과정에서 법원은 신격호 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가정 방문, 의료진을 통한 정신감정, 신격호 총괄회장 본인에 대한 추가 심문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법원이 종합적 판단을 거쳐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신 총괄회장은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상태로 인정받게 된다. 이 경우 위임장 등을 근거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나를 후계자로 지목했다"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역전'의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법정이 후견인 지정 신청을 받아들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이상설'은 사실로 공인되고, 그동안 '신 총괄회장의 뜻'임을 강조해온 신동주 전 부회장의 논리는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등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들에서도 신 전 부회장은 불리한 국면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과 언론 보도 등으로 미뤄 깔끔하게 정상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신 총괄회장이 직접 자신의 건강상태를 진술하는 전략은 효과도 큰 만큼 위험도 큰, 신동주측 입장에서는 일종의 '도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 신동주의 도박?…예상 깬 신격호의 법정 출석(종합) - 2

shk999@yna.co.kr, gatsby@yna.co.kr, dy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3 18: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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