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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훈의 광화문별곡> '샌더스 돌풍'이 부럽다

<황재훈의 광화문별곡> '샌더스 돌풍'이 부럽다 - 2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논설위원 = 올해 말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민주, 공화 양당 후보를 뽑는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가 끝났다. 뚜껑을 연 결과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이 승리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위력이 입증된 것과 공화당 후보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의 거품이 걷힐 조짐을 보인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숱한 인종차별적 논란과 막말에도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하던 트럼프가 승리하지 못한 것은 최소한의 미국 사회 이성이 작용한 결과로 보면 될 것 같지만, 샌더스 돌풍은 충분히 분석해볼 만한 일이다.

불과 9개월 전만 해도 누구도 대선 후보감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75세의 노(老) 정객이 아이오와에서 거둔 득표율은 49.6%였다. 대세론에 기대던 클린턴(득표율 49.8%)은 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겨우 안도해야 했다.

미국 주류언론은 샌더스 열풍을 앞다퉈 분석하기에 바쁘다. 미국 대선전 초반 거센 아웃사이더 돌풍은 한국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황재훈의 광화문별곡> '샌더스 돌풍'이 부럽다 - 3

두 가지 측면에서 샌더스 돌풍은 태평양 건너에서 지켜보는 우리에겐 경외롭기조차 하다. 우선 40년 가까이 한결같은 길을 걸어오며 불평등 해소를 주장해 온 샌더스의 일관성과 뚝심이 돋보인다. 미국의 많은 정치전문가는 샌더스의 '정직함'과 '진정성'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난 샌더스는 시카고 대학시절 '청년사회주의 연맹' 회원으로 학생운동에 참여한 뒤 베트남전 반대 평화운동, 인종차별 철폐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하며 이른바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변신했다. 민주·공화 양당체제에 반감을 느끼고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직에 도전해 시장 4선, 하원의원 8선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에 진출했다.

샌더스는 자신의 정치인생 내내 북유럽식 모델에 터 잡은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을 표방해 왔다. 소득 불평등 해소나 월가 기득권 개혁, 정치자금 개혁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념적 배경을 깔고 있다. 미국인에게는 생경한 사회주의자지만 그는 민심과 눈을 맞춰서 꾸준히 공감대를 넓혀 왔다.

이렇다 할 설명 한마디 없이 하루아침에 입장을 돌변하거나 철새처럼 움직이는 정치인들의 행보를 다반사로 지켜봐야 했던 우리로서는 한 정치인의 일생에 걸친 일관된 행보가 존경스러울 뿐이다.

더욱 부러운 것은 주류 정치권에서 벗어나 변방에 머물던 샌더스에게까지 관심을 쏟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미국 사회의 유연성이다. 만일 샌더스 같은 정치인이 우리 사회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십중팔구는 돈키호테식 행보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고, 사회 주류로의 편입·동조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출됐거나 주류와 동화되는 현실적 선택을 했을 것이다.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획일적 사고, 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 게 분명하다. 철저히 주류, 기득권 중심의 '권위주의 한국 정치'는 다른 목소리를 용납해 오지 않았다.

물론 한국 정치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새로운 인물이 뜨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샌더스 돌풍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꺼지는 단순한 바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민주·공화 양당 체제 속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던 보통 미국인들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 심화가 샌더스 열풍에 일조했다는 점은 우리 지도자들이 유념해야 할 일이다. 부의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에 실망할수록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열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내 조직력이 약한 샌더스가 클린턴을 꺾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승패와 관계없이 이미 샌더스는 승리했다. '좌파 중의 좌파' 정치인이 자본주의의 본류 미국 사회에서 혁명을 일으킨 셈이다.

한국에서도 '샌더스 현상'을 목격하고 싶다. 진영과 당리당략 속에 국민이 실종된 우리 정치를 더는 바라보고 있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그런 인물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j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3 14: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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