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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지카바이러스 날벼락…'설상가상'의 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올 들어 급속도로 퍼지는 지카(Zika)바이러스가 가뜩이나 침체한 세계 경제에 불안을 더하고 있다.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서 처음 발견된 지카바이러스는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작은 뇌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뇌 손상 증세인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최악의 경제위기에 시달리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이 지카바이러스로부터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2일 현재 중남미에서 이 바이러스가 보고된 나라 또는 지역은 20개를 훌쩍 넘었다.

특히, 브라질은 소두증 신생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브라질이 가장 많은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콜롬비아가 그다음이다. 또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아이티, 온두라스, 멕시코, 파라과이, 푸에르토리코,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지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 브라질, 최악 경제위기에 올림픽 흥행 걱정까지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특히 관광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여행 경고 대상으로 포함한 국가 또는 지역은 카리브해 인근과 남미 등 23개국이다. CDC는 임신부나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은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브라질은 지카바이러스로 설상가상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브라질행 비행기표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브라질의 여행·관광산업 규모는 2014년 기준 세계 9위다. 이 분야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이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크다.

2014년 여행·관광 분야의 직간접적 일자리는 전체의 8.8%인 880만개에 이른다.

브라질은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치러야 하는데, 바이러스를 조기에 퇴치하지 못하면 올림픽 흥행에 실패하게 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이 텅텅 비면 브라질은 올림픽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 속에 빠져들 수 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올림픽 예산은 391억 헤알(약 11조6천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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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3.8% 감소했으며 올해도 3.5% 줄어들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예상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6월말 262.0bp에서 지난 1월 29일 현재 479.34bp로 84%나 높아졌다.

브라질은 예산 부족 때문에 이달 예정된 카니발을 취소하는 도시도 속속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경보를 낸다면 지카바이러스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단기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BI에 따르면 WHO의 경고 이후 2개월간 관광객 감소폭이 가장 컸다. 2013년 사스가 발생한 홍콩에서는 관광객이 2개월간 68% 줄었으며 지난해 메르스가 유행한 한국에서는 같은 기간에 54% 감소했다.

브라질은 이미 숙박업이 부진에 시달리는데 특히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타격이 클 것이라고 BI는 예상했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브라질은 경제위기에 지카바이러스까지 겹쳤다"면서 "전반적으로 중남미 경제에 확산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브라질 외에 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같은 지역도 관광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카리브해 국가들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몇몇 나라는 지카바이러스 때문에 아이 갖는 것을 늦추라고 자국민에게 권고했다. 엘살바도르는 최대 2년간 임신을 연기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권기수 팀장은 "출산율이 떨어지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는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러스가 미국에 상륙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경제국인 미국으로 바이러스가 번질 경우 파장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경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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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사·크루즈선사·호텔 등 취소 잇따라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온콜인터내셔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64%의 미국인은 지카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으로 계획한 여행을 취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항공사들과 크루즈선사, 리조트 등은 취소나 연기 등에 직면해 조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칸항공은 임신부와 동행인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고 환불해줄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이달 29일까지 여행자들이 목적지나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수 있게 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제트블루도 승객이 여행을 미루거나 환불하도록 조치했다.

대한항공도 미국 항공사들과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파울루 노선에서 승객이 임신부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환불을 요청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면서 "아직은 영향이 크지 않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캐리비안, 카니발 등의 크루즈 선사들도 승객에게 환불 등을 해주기로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2일 이후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우려 때문에 로열캐리비안의 주가는 6% 떨어졌으며 노르웨이전 크루즈라인은 7%, 카니발은 4% 하락했다. 같은 기간에 S&P 500 지수는 1% 올랐다.

국내에서도 모두투어,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지카바이러스가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인되자 동남아 여행 성수기에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 관련주들이 나란히 급락했다.

이처럼 지카바이러스로 여행·관광업이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지만 향후 영향은 다른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imy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2 05: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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