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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에이스 몰락 부른 아마야구 혹사, 지금은

협회, 투구수·휴식일 규제하지만 여전히 문제추운 겨울 무리한 훈련도 부상 주요 원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고교 야구 유망주에서 전과 34범의 상습 사기범으로 전락한 한 전직 야구 선수의 '인생유전'은 지금도 아마추어 야구에서 자행되는 혹사의 위험성을 새삼 일깨운다.

최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전모(35)씨는 서울의 한 야구 명문 고교에서 잘 나가던 에이스 투수였다.

고교 유망주 투수 랭킹 1, 2위를 다퉜고, 2000년 프로야구 신인 2차 지명에서 유명 구단에 1순위로 뽑힐 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찍 꽃 피웠던 기량은 역설적으로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전씨가 고교 3학년이던 1999년은 모교가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야구부 성적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선수층이 얇은 중·고교 야구에서 우수한 투수 한두 명이 대회를 책임지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에이스였던 전씨는 혹사를 당했다.

전씨는 1999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4경기에 등판해 35⅔이닝으로 거의 매 경기 완투하며 투구 수 582개를 기록했다.

이어진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도 4경기 22⅓이닝 동안 369개의 공을 던졌다.

전씨는 모교에 우승을 안기기 위해 두 개 대회에서 6승 2패를 수확하며 분투했다. 자신의 어깨를 희생한 대가였다.

프로 구단의 지명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한 그는 고교 시절 혹사한 어깨 근육이 결국 파열됐고, 그렇게 그의 야구 인생도 함께 끝이 났다.

지금 전씨의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이 찍혔지만 그가 고교 시절 적절한 투구 수 관리를 받았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전씨의 사례가 새삼스러운 것은 성적 지상주의에 내몰린 아마추어 야구 현장에서 여전히 혹사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 혹사의 대표적인 사례는 정영일(SK 와이번스)이다.

광주 진흥고 투수였던 그는 2006년 대통령배 전국교교야구대회 경기고와의 1회전에서 이틀에 걸쳐 무려 242개의 공을 던졌다.

연장전에도 승부가 나지 않은 첫날 171개, 둘째 날 71개였다.

2개월 후 그는 청룡기대회 경남고와의 결승전에서는 연장 16회까지 222개의 공을 뿌렸다. 222개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국내 야구 한 선수 하루 최다 투구 수 기록이다.

정영일의 무리한 투구는 2007년 당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국회에서 고교 투수 혹사 문제를 이슈화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선수 관리에 대한 의식이 많이 개선됐고, 제도적으로도 많은 진전이 생겼다.

2011년부터 고교 야구 주말리그제가 도입됐고, 2014년부터 고교 야구에 투구수 제한(한 경기 130개)과 휴식일 의무화 제도 등 선수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프로야구에 데뷔하는 신인 중에 어깨와 팔꿈치가 건강한 투수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13년 두산 베어스를 제외한 8개 구단의 신인 투수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 경력이나 현재 통증이 없는 선수는 4명뿐이었다.

혹사도 문제지만 추운 겨울에도 무리하게 훈련하는 관행이 선수 생명을 단축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들은 연평균 1.8개월간 진행된 겨울 훈련에서 하루 평균 162.5개의 공을 던졌다. 추운 날씨에 무리하게 투구한 적이 있다는 선수가 49%에 이르렀다.

중·고교 야구팀은 3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주말리그를 앞두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1~2월에 자체 대회를 연다.

제주와 경남 등 비교적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대회가 열린다지만 야구 경기를 하기에 적당한 날씨는 아니다.

특히 골격이 미성숙한 중·고교 야구 선수들에게는 혹한기에 진행되는 무리한 훈련이 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한야구협회 관계자는 "각 중·고교 야구팀에 겨울철 야구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해당 대회들이 시도협회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지도자들도 겨울에 훈련하면 부상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대다수 중·고교 야구팀이 학부모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현실에서 감독이 소신대로 훈련과 경기를 줄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프로구단 입단과 대학 진학을 두고 학부모들이 많은 훈련과 경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 추세와 비교하면 겨울 경기는 비상식적이다.

고시엔 대회에서 에이스가 연일 150개 이상의 공을 던져 '혹사의 대명사'처럼 언급되는 일본 고교야구에서도 겨울철 연습 경기만은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협회가 나설 수 없다면 정부라도 청소년 선수 보호를 위해 '겨울 경기 금지 규정'을 만드는 등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changy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2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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