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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든 재앙을 사람이 다시 회복시킨 거죠"

송고시간2016-02-01 11:26

기름피해 태안 바다 회복 지켜본 최수진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사람이 만들어낸 재앙을 사람들이 다시 원상복구시킨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지경에서도 잘 버텨준 자연의 힘이 물론 대단합니다."

2007년 12월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의 직격탄을 맞았던 충남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인근 천리포수목원에서 근무하며 태안 앞바다의 회복과정을 온전히 지켜본 최수진(35) 홍보팀장은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Ⅴ(육상/해상 경관보호지역)'에서 'Ⅱ(국립공원)'로 변경됐다는 소식에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태안이라는 지명조차 모른 채 부산대 대학원에서 주거환경학을 전공하던 최씨는 2007년 당시 '검은 재앙'에 휩싸인 태안의 비극을 안타까워하다 이곳을 찾아 정착했다.

기름유출 사고 소식을 접한 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사건이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주민들의 고통을 덜고 오염된 바다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려 자원봉사를 희망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

당시 유출된 원유에 노출되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이 있고, 여성들은 불임 가능성도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면서 부모님이 거세게 반대해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씨는 태안에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천리포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듬해 6월 태안을 찾아 수목원에 입사원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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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자연을 직접 보고싶었던 데다 식물과 꽃을 유난히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해 8월 수목원에 들어온 그는 이후 8년간 수목원 언덕에서 만리포와 천리포 바다가 원상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했다.

최씨는 "수목원에 들어온 뒤 태안 바다가 기름으로 뒤덮인 상황을 사진으로 너무도 많이 봤다"며 "세월이 지나 바다가 옛 모습을 찾은 요즘에도 수목원을 찾은 탐방객들과 함께 깨끗해진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사고 당시 생각이 나 감회에 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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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탐방객들에게 천리포 바다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기름이 넘실대던 곳'이라고 소개한다"며 "탐방객들은 깨끗해진 모습만 보고 감탄하지만 이렇게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의 노고가 있었나를 꼭 얘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수목원에 근무하며 선배 직원과 결혼까지 한 최씨는 "기름유출 사고 당시 수목원에 근무하고 있던 남편으로부터 피해상황을 생생하게 전해들었다"며 "사고가 났지만 아직 천리포까지 기름띠가 밀려오지 않아 바다가 파랬는데도, 기름냄새가 코를 찌를 정도여서 이웃집 보일러가 터진 줄 알았다더라"고 전했다.

2010년 결혼해 그해 딸을 낳은 최씨는 지난달 둘째를 낳은 뒤 출산휴가를 보내며 잠시 수목원을 떠났지만 여전히 수목원이 바라다보이는 사택에서 아이를 돌보며 지내고 있다.

최씨는 "자연 스스로 복원하고자 하는 치유능력은 우리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며 "이렇게 회복된 자연을 누릴 수 있는데 대해 너무 고맙게 생각하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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