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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네덜란드 일자리 유연성·안정성 동시 추구

'자발적' 파트타임, 여성인력 활용 고용증대 효과일자리 질 저하 부작용…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과제

(브뤼셀=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네덜란드에서 고용 안정의 열쇠는 시간제 일자리다. 파트타임 근무는 고용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묘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 인력의 활용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네덜란드 노동정책은 1982년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인 네덜란드는 당시 2차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에 높은 실업률과 비경제활동인구 증가, 지나친 사회복지 지출 부담 등이 겹치며 '네덜란드병(病)'으로 불릴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악순환을 끊고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 노조와 사용자 대표는 정부의 중재하에 대타협을 이뤄냈다.

타협의 배경에는 노사정 간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2차대전 중에 사용자와 노동자 대표들은 독일 나치에 대한 저항운동을 공동으로 전개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전후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노사 관계 안정이 필요했다. 임금 인상 억제를 노동자들이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야 했다. 노사간 이해관계는 노사정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조율되었으며, 정부와 의회는 이를 정책과 입법에 반영했다.

<노동개혁> 네덜란드 일자리 유연성·안정성 동시 추구 - 2

당시 노동자 측을 대표해 협상을 주도한 네덜란드노총(FNV)의 빔 콕 위원장은 1994년 네덜란드 총리직에 올라 2002년까지 재임했다.

바세나르 협약으로 노동계는 임금 동결을 약속했고 사용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고용 창출로 화답했다. 정부 역시 세금 감면과 공무원 연금 축소 등으로 힘을 보탰다. 특히 이 협약에서 시간제 일자리 확충이 고용 창출을 위한 주요 방안으로 제시됐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일자리는 1980년대 이후 여성의 취업확대와 서비스 업종 고용증대와 함께 급격하게 증가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바세나르 협약 이후에도 시간제 근무를 활성화하고 파트타임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을 개정하고 시간제 일자리 관련 법률을 속속 제정했다.

한국에서는 파트타임 고용이라고 하면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 위주의 값싸고 질 낮은 일자리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에게는 전일제 근로자와 모든 면에서 동일한 권리와 대우가 보장된다.

1996년 제정된 ‘노동시간에 따른 차별금지법'은 시간제 근로자에게 시간당 임금, 휴가기간의 보상, 보너스 등에서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제공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사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간제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2000년에 도입된‘노동시간 조정법'은 근로자들에게 현재의 일자리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늘려 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사용자에게는 사업상 어려움이 없으면 이러한 요청을 수용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 같은 노동 관련법제를 통해 네덜란드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일자리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네덜란드 노동자의 약 3분의 1은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남성 경제활동인구의 26.8%와 여성 근로자의 76.6%가 주당 36시간 이하의 시간제 일자리를 갖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선택한 경우며 강제로 파트타임 일자리로 내몰린 경우는 드물다. 네덜란드의 시간제 노동자 중 비자발적인 경우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네덜란드 노동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회사는 일감이 줄 경우 구조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임금 부담을 줄인다. 노동자는 자기계발이나 가사를 위해 근무시간 및 시간대를 미리 조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가지고 왔으며 이러한 역동성은 고용주가 원해서 이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선택과 함께 이뤄진 것이어서 상호 윈윈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확충이 고용 증대에 치우쳐 일자리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바세나르 협약은 노동자의 복지나 소득보다 고용 증대를 추구했고 이 과정에서 실업자는 감소했으나 비정규직과 파견 근무 등 취약한 일자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고위직 진출은 남성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시간제 근무가 경력이나 승진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덜란드 노사정은 2013년에 새로운 사회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서 노사정은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6.8%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평균 실업률은 10.5%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국영 고용센터(UWV)는 올해 네덜란드 기업들이 10만명 이상을 추가로 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고용 증가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고용센터는 전일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를 구분한 고용 증가 전망치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제 근로자 수 증가가 더 많을 것이며 대부분의 고용 계약에서 근무 시간 선택이 유연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고용센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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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b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2/02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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