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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통화정책도 '샌드위치' 신세 된 한국

송고시간2016-01-31 17:01

(서울=연합뉴스) 중국이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시작한 가운데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함으로써 주요국 간 통화ㆍ환율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경쟁상대국이기도 한 두 나라가 '돈 풀기 경쟁'에 나선 형국이지만, 우리나라의 여건은 이들을 무작정 따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내림에 따라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는 민간은행은 오히려 0.1%의 수수료를 부담하게 됐다. 이런 조치는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가계와 기업 쪽으로 대출을 늘리도록 함으로써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엔화 가치도 떨어트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증권시장의 폭락세와 경기둔화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도 28일 하루에만 무려 3천400억 위안(약 62조2천억 원)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는 등 1월 한 달간 2조 위안 가까운 돈을 시중에 풀었다.

어느 나라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 경기가 확장되고 환율이 떨어지면 그 경쟁 상대국은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고 경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 국가의 확장적인 통화ㆍ환율 정책은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정책을 강요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도록 할 우려가 큰 것이다. 당장 중국, 일본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우리 수출 대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가계 부채의 급증과 일자리 부족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어려운 우리나라는 역시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경쟁국들의 통화ㆍ환율 정책에 누구보다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일본을 좇아 유동성 공급을 늘리고 원화 가치 절하를 유도하는 것은 쉽사리 채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무엇보다 해외자금의 유출 가능성이 문제다. 이미 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 26일까지 37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모두 6조5천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신흥국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가운데 미국의 금리가 인상돼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외국인들의 매도 행진은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우리나라가 함부로 저금리 정책을 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가계와 기업 모두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저금리라는 '마약'에 의존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결과적으로 더 큰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마이너스 금리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경제 회생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의문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일본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금융정책만으로 올릴 수 없다"거나 "역사적인 초저금리 하에서도 은행 대출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그 근본적인 문제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비판론은 우리 당국자들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당장 오는 2월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위원들은 어느 때보다 치열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금리 정책의 효과를 맹신해서도 안 되지만 우물쭈물하다 실기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더욱 각성해야 한다. 세계 경제의 격랑이 거세지고 각국이 저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현실을 명확히 바라봐야 한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대증요법은 그에 따르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책도 물론 필요할 때가 있지만, 상황이 어려울수록 경제의 구조를 개선하고 체질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요법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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