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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2,1 점화" 섬에서 불붙는 국산 로켓 개발 꿈

송고시간2016-01-31 12:00

첫 국산 위성로켓 개발 한창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현장


첫 국산 위성로켓 개발 한창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현장

<르포> "3,2,1 점화" 섬에서 불붙는 국산 로켓 개발 꿈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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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고흥>=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탁 트인 바다를 내려보는 섬 산비탈에 시멘트 공장처럼 생긴 회색 구조물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버스 만한 액체산소 탱크와 4층 건물 높이의 회색 질소 실린더,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로고가 박힌 초록색 굴뚝 등이 범상치않다.

작년 12월 준공된 이 구조물들은 첫 국산 위성 로켓인 한국형발사체(KSLV-Ⅱ)의 엔진 시험 설비.

발사체의 핵심인 엔진을 수 백번 돌리면서 설계를 최적화하는 곳으로 이제 본격화한 한국형 로켓 개발의 승패를 좌우할 '최전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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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엔진은 불이 붙으면 3천500도에 달하는 고온을 내는데다 압력은 지상의 수 십 배로 치솟습니다. 그 와중에 안 녹을 물질이 없죠." 김승한 항우연 책임연구원이 시험장에 매달아 놓은 엔진 모델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어른 키 두 배 만한 엔진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외관 때문에 언뜻 보면 식당에서 쓰는 대형 취사 설비가 떠올랐다. 엔진 내부는 3천500도 이상 열을 견디고자 특수 구리 합금을 썼다.

점화시 화염이 쏟아지는 엔진의 꽁무니 밑에는 10여m 깊이의 구덩이가 입을 벌렸다. 일명 '덕트'(duct·배관)라는 곳으로 고온의 화염과 가스가 시험 설비를 녹여버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점화로 화염이 몰아닥치면 덕트에서 초당 1.2t의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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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로켓 엔진은 시험할 때마다 화산 같은 불꽃과 함께 10층 건물 높이 이상의 흰 수증기 구름이 일어난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장은 "사람이 적은 외지지만 시험할 때 생기는 소음·진동·수증기 등에 관한 환경 영향 평가를 꼼꼼하게 했다"며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가 가장 많이 엔진을 시험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돈만 있으면 일반인도 외국 로켓에 개인 위성을 실어 쏘아 올리는 세상이지만, 정작 위성 로켓은 자체 제작이 극도로 까다롭다.

가히 국산화의 '끝판왕'이다. 미국과 중국 등 발사체 원천 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안보 등의 이유로 기술 공유를 매우 꺼리기 때문이다. 로켓 기술을 국제 특허로 등록해 공개하는 사례도 드물고 엔진에 쓰이는 연료조차 성분 등 세부 사항은 무조건 극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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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지금껏 한국 우주 개발의 최대 성과로 꼽히지만, 실제론 '절반만 국산'이었다. 1단 러시아제 로켓에다 국내에서 개발한 2단 모델을 얹었다.

현재 항우연은 과거 국산화가 불가능했던 대형 로켓 엔진인 75t급(추진력 기준) 엔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엔진을 폭발하게 하는 '불안정 연소'를 없애고자 시험을 거듭하는 단계다.

불안정 연소는 연료를 태우는 도중 온도와 압력이 요동치는 현상으로 1930년대 초기 로켓 개발 때부터 각국 연구자를 괴롭혔던 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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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겹게 개발되는 75t 엔진은 4개가 한 묶음(클러스터)이 돼 발사체 맨 하단인 1단 로켓에 들어간다. 200t에 달하는 발사체를 지상에서 들어 올리기 위한 조처다.

지상 15∼20㎞ 고도에서 작동하는 중간의 2단 로켓에는 75t 엔진 1대가, 위성을 싣는 맨 끝 3단 로켓에는 별도 개발하는 7t 엔진이 탑재된다.

항우연은 내년 말까지 엔진 개발을 마치고 중간 2단과 끝 3단 로켓으로만 구성된 '시험발사체'를 쏘아 올려 실전 엔진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최종 완성 로켓의 발사는 2020년에 이뤄진다.

로켓 국산화는 2013년의 나로호 성공 덕에 불이 붙었다.

발사체 개발·조립, 발사장 설계, 발사 운용 등 로켓의 전(全) 분야에서 협력국이던 러시아의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개발하는 한국발사체도 엔진 부품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러시아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발사체 개발 사업은 2010∼2021년 총 예산 1조9천572억원이 투입돼 단일 과학기술 연구 프로젝트로는 국내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항우연이 개발을 주도하고 한화테크윈[012450] 등 민간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로, 항우연에서만 박사급 인력 150여명이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위성 발사체를 완성하면 우리도 이를 수출 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며 "극저온 밸브 등 기반 기술을 국내 기업체에 이전하면서 다른 산업의 경쟁력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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