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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민공들 '세계의 공장 주강 삼각주' 떠난다

송고시간2016-01-22 11:36

체불·업체도산 등으로 고향으로 유턴 늘어…월급 적어도 '가족과 함께'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 사회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주장(珠江)삼각주 지역이 특히 두드러진다. 농촌 출신의 노동자를 일컫는 '농민공'이 더이상 모여들지 않는다.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도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2일 둥완(東莞) 르포기사에서 "농민공들이 '세계의 공장'을 떠나고 있다"면서 "주장 삼각주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공이 떠나는 이유는 고향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임금을 체불하는 업체도 늘어 농민공의 현지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농민공들 '세계의 공장 주강 삼각주' 떠난다 - 2

전자부품 공장이 밀집해 있는 광둥성 둥완. 농민공이 몰려들던 버스 터미널 주변의 구인센터는 한산했다. 10년 이상 구인중개업을 해 왔다는 40대 남성은 "2014년 8, 9월께부터 갑자기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전에는 버스가 도착하면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었다. 요즘은 한산하다. 전에는 한 달에 40명 정도를 공장에 보냈으나 요즘은 기껏해야 10명 정도라고 한다.

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역액도 2009년 이래 가장 많이 감소해 제조업 밀집지대로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던 주장 델타지역에 타격을 안겼다.

둥완에서는 작년 10월까지 약 500개 기업이 도산했다. 전자부품 조립, 공제, 가구, 완구 등 노동집약형 회사들이 특히 어려움을겪고 있다. 매출이 줄어도 임금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둥완의 2010년 최저임금은 월 920위안(약 16만 원)이었으나 작년에 1천510위안(약 27만 원)으로 1.6배가 됐다.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의 최저임금도 각각 1.7배와 1.8배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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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완에서는 사장이 월급을 주지 않은 채 야반도주하는 공장도 많다. 이런 사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알려지면 사람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아동용 구두공장의 채용담당자는"요 몇 달은 특히 심하다"면서 "예전의 절반도 안온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삼성전자 납품용 휴대전화 부품을 제조하는 일본계 기업 둥완신여우(新優)전자는 전에는 공장에 직접 찾아오는 구직자 중에서 종업원을 골라 채용했다. 요즘은 한 사람당 500위안(약 9만 원)의 수수료를 주고 중개업체를 통해 채용한다. 기본급도 최저 임금보다 높은 1천600위안(약 28만 원)이었지만 이달들어 1천700위안(약 30만원)으로 올렸다. 이 회사 사장은 "주위의 공장들이 올리기 때문에 임금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지금은 공정합리화 등을 통해 원가상승분을 어떻게든 흡수하고 있지만 지금의 임금상승추세라면 3년 후에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지역에서 조업이 어려워진 회사들은 공장을 인건비가 싼 동남아나 중국 내륙으로 옮기고 했다. 공장을 아예 농민공 배출지역으로 유명한 후난(湖南)성 융저우(永州)로 옮긴 곳도 있다. 대만계 운동화 공장들이 2005년 이후 광둥성에서 융저우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해 지금은 3개 공장에서 2천500명이 일하고 있다. 5년전 근처에 고속도로가 개통돼 여건도 좋아졌다.

이곳에서 일하는 우쥐셴(吳菊仙. 42)씨는 고향을 떠나 2010년부터 광둥성으로 나가 일했으나 2011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광둥성에서 일할 때는 춘제(春節)때라야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월급은 4천위안(약 70만 원)에서 3천위안(약 53만 원)으로 줄었지만 "매일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 중에는 처음부터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도 있다.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레이쥔(雷君.22)은 고교 졸업 후 친구들이 대부분 연안지역으로 갔지만, 고향에 남았다. 아버지는 운전기사, 어머니는 공장노동자로 유복한 가정은 아니다. 단순노동으로 월급도 2천위안(약 35만 원)으로 많지는 않지만, 만족하고 있다. "연안지역으로 가면 월급이 많지만, 물가도 비싸다. 여기서는 일도 힘들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늘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농민공은 작년에 전국적으로 약 2억 7천7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고향을 떠나는 사람의 증가율은 0.4%였던데 비해 고향에서 일하는 사람은 2.7% 증가했다. '고향선호'를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내륙지방은 수송이 불편했지만 2005년 약 4만㎞였던 고속도로가 2014년에는 1만㎞로 늘어났다. 중국 국무원은 새해 들어 공장이전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 기업에 필요한 환경을 정비하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책을 마련하라고 각 지방정부에 지시,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가속할 전망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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