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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보다 보수적"…디플레에 야망 포기한 日 청년들< FT>


"나는 할머니보다 보수적"…디플레에 야망 포기한 日 청년들< FT>

일본 '성년의 날' 행사(AP=연합뉴스)
일본 '성년의 날' 행사(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우리 아빠와 엄마는 거품, 우리는 디플레를 겪었어요. 부모님 세대는 다소 들떠있었지만 우리는 지독하게 실용적이죠."

일본에서는 매년 2월 두번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 성년의 날을 맞아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가 도쿄 시부야에서 만난 여학생 이마에다 아야코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1995년과 1996년 사이에 출생해 성년이 되기까지 20년의 삶을 디플레이션과 줄곧 함께 보낸 최초의 세대에 속한다. 이마에다는 "부모와 우리 세대는 모두 사고 방식이 경제로 인해 아주 달라졌다"고 말했다.

20세의 일본인 남녀들은 작게 생각하고 신중함에 의지하며 미래는 돈이 말라가는 비상상황의 연속으로 보고 있다.

도쿄대학의 이시다 히로시 교수는 이들 세대가 지난 20년간 지지부진한 임금 상승, 낮은 직업안정성, 활력이 없는 소비에 지쳤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요인들이 이들에게서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차를 사고 결혼하며 아이를 갖고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인센티브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오랜 디플레이션이야말로 일본 청년들에게 야망을 억제하는 저강도의 불안감을 초래하는 원천이다.

2013년 히타치에 입사했다는 오쿠야마 다쿠야는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디플레이션이 규범이었다. 디플레이션의 부정적 충격이 있었다고 해도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뿌리깊은 좌절은 여타 선진국에서도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일본의 부활을 꾀하는 아베노믹스에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해 11월의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연율 기준으로 0.3%에 불과했다. 일본은행은 인플레이션율 2%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고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이 더이상 디플레이션 시대에 있지 않다고 선언했지만 젊은이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일본의 물가는 올해 20세를 맞는 청년들이 출생했던 해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대한 믿을 잠식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이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도록 만들었다.

올해 성인이 된대요(AP=연합뉴스)
올해 성인이 된대요(AP=연합뉴스)

성년식에 참가한 청년 하마다 유스케는 "부모들은 정부가 삶을 개선해준다고 믿었고 부유해졌다. 우리가 배운 교훈은 가급적 많이 저축할 필요가 있으며 가능한 한 적게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이나 아베 총리로서는 대중들과 일종의 힘겨운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 하세가와 노조미의 말을 빌리면 불행하게도 디플레이션 세대는 까다로운 청중이다.

디플레이션은 일본 기업들의 이익을 위축시키고 임금을 억눌렀을 뿐만 아니라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종신고용제라는 문화를 구준히 해체하는데 기여했다.

물가 하락은 공무원과 대기업 사원들에게는 부유해지고 있다는 감을 주었지만 나머지 국민들에게는 고용이 불안해지고 있다는 걱정을 안겼다. 일본의 기업은 99%가 중소기업에 속한다.

올해 20세를 맞는 일본 청년들은 두 가게에서 파는 도넛의 가격에 5엔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검절약의 비결을 소개하는 베스트셀러의 저자 모리가나 다쿠로는 이 세대는 큰 것을 꿈꾸지 않고 현 상황에서 자그마한 행복의 순간을 찾는다.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 보험 차원에서 돈을 아낀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세대는 곧 노동시장에 진출하게 되겠지만 완만한 임금 인상을 기대할 뿐이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인터뷰한 20여명의 학생과 청년 노동자 가운데 제로 금리가 이상하다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희망한 사람, 주식을 보유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창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답한 청년은 단 한 사람에 불과했다.

패션스쿨에 다닌다는 한 학생은 "스스로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엄마보다 보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할머니보다도 더 보수적이다. 할머니는 전시를 살았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는 20여명의 인터뷰 대상자들에게 목적지는 같지만 경로는 다른 두 열차 가운데 하나를 골라보라고 했다. 요금은 각각 200엔과 150엔이었고 소요시간은 15분의 차이가 있었다. 한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값싼 노선을 선택했다.

여대생 이마에다 아야코는 "이 문제는 공론이 아니다. 내 친구와 항상 이런 것을 논의한다. 때로는 10엔 차이도 따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엔의 차이가 갖는 중요성은 절약이 됐다는 것 자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성년의 날' 행사(AP=연합뉴스)
일본 '성년의 날' 행사(AP=연합뉴스)

요코하마의 대학생 고하라 데루는 "당신이 내게 10만엔을 준다면 90%를 저축할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니혼조시대학의 노동경제학 교수인 오사와 마치코는 이처럼 젊은이들이 사소한 돈에 안달하는 것은 심리학적인 방어 기제(메카니즘)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학생들이 그처럼 가격에 민감한 것은 놀랍지 않다"면서 "이 세대는 끊임없이 경제와 관련해 무서운 정보만을 들었다. 사람들이 파산하거나 한 푼도 없이 은퇴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사회든 젊은 세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저 두려워할 뿐이다"라고 한탄했다.

물론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쿄 쇼코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과 2014년 사이의 창업 건수는 9만9천780건에서 11만9천552건으로 급증했다.

도쿄대학의 이시다 교수나 20∼40세 일본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사회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2008년부터 50%를 웃돌았으나 아베노믹스의 원년인 2013년에는 41%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여전한다. 대학생 하세가와 노조미는 "정부는 우리가 책으로만 읽거나 부모로부터 듣기만 한 경제성장을 믿어주기를 바란다"고 꼬집으면서 "그것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나는 저축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젊은이들의 트라우마가 과장됐으며 돈에 대한 신중한 태도는 아베노믹스에 의해 증발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구루마 바나레(자동차 기피현상)'가 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들은 차를 살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대중교통이면 충분하며 그 밖에 환경상의 이유를 대면서 부모들이 누리던 이동의 자유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

자동차 보험사인 소니 솜포가 이달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의 77.6%가 돈이 없어 차를 살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아베노믹스에게는 타격을 주는 뉴스다. 그 비율은 아베 총리의 취임 2년째인 2014년부터 상승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런 설문 결과는 일종의 합리화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돈이 없어 차를 살 수 없는 심적 불편을 감추기 위해 차량 구입에 관심이 없는 체한다는 것이다.

소니 소포의 설문조사에서 "차를 가진 친구들은 쿨하다"는 답에 동감을 표시한 사람들은 절반에 가까웠다.

jsm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1/14 17: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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