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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북 확성기 방송' 북이 자초했다

송고시간2016-01-07 18:33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8일 정오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8ㆍ25 합의에 따라 중단된 지 4개월여 만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정면위배한 것이고, 8ㆍ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남북 간 8ㆍ25 고위급 합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명시했다. 한반도의 안보 질서를 뿌리째 뒤흔든 핵실험을 정상적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이런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도박으로 보아야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북한이 져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확성기 방송 재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확성기 방송이 시작됐을 때 한반도는 준전시상태로 치달았었다. 군은 혹시 모를 북한의 도발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수소탄 성공'이라고 주장한 북한의 4차 핵실험 발표 이후 확성기 방송 재개 외에도 갖가지 대북 강경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일제히 '핵무장론'을 제기했다. 최상의 핵 억지력은 핵 보유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매번 농락당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과 미국의 반대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자체 핵 무장이 어렵다는 것은 여당 지도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핵무장론은 아마도 미국 측에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위한 우회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핵 공격을 막아낼 군사력 증강 요구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킬 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부족하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오판을 막고 우리의 안보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국익과 국가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

도저히 통제가 안 되는 집단을 머리에 얹고 살아가는 것이 이 시대 한반도 남쪽에 사는 우리의 숙명이다. 여기에 동북아의 지정학적 불안감과 우리 내부의 이데올로기 갈등 등으로 인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가장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주체는 정부다. 국가 안보에 관한 중대한 문제가 중구난방으로 분출돼 또 다른 국론 분열의 씨앗이 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 당국자와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중심을 잡고 오로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한 실효적 응징이다. 북한이 왜 4차 핵실험을 감행했는지를 분명히 파악하면 대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강공책을 쓰고 있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아 좀 더 나은 위상을 갖고 협상을 벌여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속셈이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고립 탈피다. 우리는 북한이 외톨이 신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핵을 포기하는 길밖에 없음을 여러 차례 충고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 핵을 통해선 그들이 얻으려는 목적을 절대 이룰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가장 유효한 대응책이 될 것이다. 계속 핵을 고집하면 김정은이 체제 안정을 위해 간절히 바라는 '인민생활 향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유엔 안보리가 북 핵실험 직후 긴급회의를 열어 '추가적인 중대한 조치'를 담은 대북 제재 결의안 마련에 착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전화 통화를 갖고 유엔 결의가 신속히 채택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오판에는 철저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제재보다 훨씬 강도 높고 포괄적인 제재가 취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중국은 북핵에는 반대하면서도 제재에는 소극적인 모양새를 보여왔다. 제재에 동참한다면서도 북한의 전략물자 지원이나 금융상 편의를 제공하거나 묵인해 왔기에 대북 제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다. 중국 정부는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분노하며 이례적으로 주중 대사 초치 계획까지 발표했다. 정부 성명도 '각국의 냉정과 절제를 호소'했던 종전 성명과는 달리 이 구절을 뺐다. 북한의 책임을 더욱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외교적 수사에 그칠지, 실제 안보리 제재의 질적 제고로 이어질지 우리는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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