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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침> (동포 '우리는 해외봉사 가족'…)

송고시간2016-01-07 15:18


'우리는 해외봉사 가족'…부모 이어 딸도 이집트로
고중협·이경희 씨의 장녀 정민 씨 내달 코이카 단원으로 출국
어머니는 도미니카, 아버지는 엘살바도르서 차례로 나눔 실천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009년 11월 12일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던 날. 딸(고정민)을 수험장으로 보낸 이경희(당시 46세) 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 염곡동에 있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하 코이카) 해외봉사단 국내교육장으로 향했다.

이 씨는 코이카 일반 봉사단원 교육을 받고 이듬해 1월 중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파견돼 여성부 지역사무소에서 1년 2개월간 근무하고 돌아왔다.

귀국 후 자신의 봉사활동 경험에 관해 가족에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했고, 남편 고중협(당시 51세) 씨가 먼저 반응했다.

남편은 코이카 자문단으로 해외에 가겠다고 신청했고, 2011년 7월 엘살바도르로 파견돼 중미기술훈련원에서 정보화(시스템) 기술을 전수했다. 2년간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딸은 훌쩍 성장해 대학 졸업반이었다.

젊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 어머니와 코이카 자문단으로 활동한 아버지를 가까이서 본 딸은 자연스럽게 해외봉사의 꿈을 키웠다. 부모의 해외 경험이 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던 것.

부모는 딸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미국과 남미 등지의 여행을 허락했고, 인도에 세계태권도평화봉사단 일원으로 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딸이 지난해 코이카 107기 봉사단원으로 신청했을 때도 옆에서 응원했다.

다음 달 중순 이집트에 한국어교육 봉사를 떠나기 위해 코이카 영월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는 정민 씨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부터 털어놓았다.

"우리 가족은 엄마 덕분에 코이카를 알게 됐어요. 엄마는 어느 날 우연히 신문을 통해 월드프렌즈코리아(WFK) 봉사단을 알았고,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죠. 영어도 잘하지 못하는 엄마가 해외에 나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가족 모두 놀랐습니다. 하지만 항상 우리 가족이 그랬듯이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했죠. 그땐 당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주체적으로 사는 모습이 멋져 보였습니다."

그는 부모가 봉사하는 도미니카와 엘살바도르를 찾아가 옆에서 보고 들으며 해외봉사를 맛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 봉사단을 통해 일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개인을 통해 나라와 나라가 만나 서로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부모의 봉사를 통해 느꼈던 것이다.

"제가 가진 재능을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일은 어려움이 따르고, 끊임없는 노력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로를 고민하던 중 가슴 떨리는 봉사활동은 우선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집트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한국어를 택한 이유는 코스타리카를 여행하던 중 현지인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

"학생 대부분이 제게 처음으로 한국어를 배웠는데도, 저보다 한국의 아이돌 가수나 TV드라마를 많이 알고 또 그만큼 한국을 향한 사랑이 무척 깊은 친구들이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워 무언가를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보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드라마의 말을 하나라도 더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를 알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죠. 그래서 더 나은 한국어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엿한 한국어 교사로 이집트에 나가는 그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남다르다. 피라미드나 사막의 이미지로만 알려진 이집트가 사실 중동·아프리카 지역 중에서 한국어에 대한 열의가 가장 뜨거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벌써 학생들에게 무엇을 알려줄지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이론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라도 많이 경험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가령 한국 영화를 보여주고, K-팝 노래도 많이 들려주는 동시에 이집트 영화를 한국어로 자막 처리해 상영하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정민 씨는 봉사를 '배움의 장'이라고 규정했다.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 역할로 활동하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학교 밖의 세상을 알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여러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봉사활동은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장이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떠들고, 또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중한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끔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멀리서나마 응원하는 든든한 친구들을 얻을 수 있죠."

그는 2년간의 활동을 마친 뒤 대학원에 진학해 국제개발협력 분야를 전공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또 현재 대학 2학년인 여동생 지호 씨가 해외봉사를 나갈 수 있도록 체험담을 들려줄 생각이다. 동생 역시 봉사 유전자(DNA)를 타고났는지 재학 중에 코이카를 통해 해외에 나갈 계획이라고 언니는 귀띔했다.

"세계화 시대에 가장 훌륭한 도구인 언어를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이집트인들에게 모든 걸 풀어놓을 작정입니다. 누구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후회 없이 열심히 경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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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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