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바이오업계 숨은 주역 원숭이…2016년도 잘 부탁한다

송고시간2015-12-31 09:05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실험용 원숭이 수요도 크게 증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 780억 달러이던 전세계 바이오 의약품 시장은 2014년 1천790억 달러로 커졌다. 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825억 달러)의 2배가 넘는 규모다.

바이오업계는 새로운 의약품이 허가를 받아 출시되고, 특허가 끝난 의약품의 복제약(바이오시밀러)도 쏟아져 나오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2020년엔 시장규모가 무려 2천780억 달러로 확대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제약 기업들의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 연구원들의 헌신 등, 성장을 주도한 주인공들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어떤 조명도 받지 못한 채 차가운 실험실에서 온몸을 희생해온 존재도 있다. 바로 실험실의 원숭이들이다.

바이오업계 숨은 주역 원숭이…2016년도 잘 부탁한다 - 2

◇ 유전자가 인간과 가장 가까워서 슬픈 짐승

31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서 실험실 원숭이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비교적 단순한 화학구조로 이뤄진 일반 의약품은 쥐 등 더 단순한 동물실험 등을 통해 독성을 확인하고 인체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바이오 의약품의 분자 구조는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일반 의약품의 분자 구조가 '자전거'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바이오 의약품의 분자 구조는 '비행기'와 비교될 정도다.

이런 이유로 사람에게 의약품을 시험하는 '임상시험' 전에 시행하는 '비임상 시험'은 유전적으로 인간과 훨씬 유사한 원숭이에게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술로 실험용 원숭이를 생산하는 업체 오리엔트바이오[002630]의 관계자는 "실험쥐와 인간의 유전적인 차이가 100m라고 가정하면, 실험용 개는 인간과 10미터 떨어져 있고, 원숭이는 인간이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다"고 비유했다.

이런 영장류 실험에는 필리핀원숭이(학명 사이노몰거스), 붉은털원숭이(리서스) 등이 주로 사용된다.

이들은 인간과 유전 구조가 비슷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몸무게가 5∼10㎏,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가 40∼60㎝ 정도로 작아 다루기가 쉽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원숭이들은 고향인 동남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 지역에서 포획돼, 센터에서 규정에 맞도록 성장한 뒤 실험실에 배치된다. 때로는 서식지에서 포획돼 일정 기간 적응 훈련만 마치고 실험실로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실험용 원숭이 한 마리의 가격은 수백만원 수준. 오리엔트바이오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원숭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침저녁으로 보는데 정이 안 들 수가 있나요"

의약품의 독성 파악 외에도 인공 장기나 이종(異種) 장기를 이식하는 실험에도 원숭이가 사용된다.

실험 단계의 장기를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에게 이식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대의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 5마리가 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받아 모두 6개월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 한 마리는 1천일 이상 정상 혈당을 유지해 국제 학계에 보고됐다.

이 실험에 참여한 신준섭 연구교수는 "1천일 넘도록 아침저녁으로 같은 원숭이의 얼굴을 보면 원숭이도 나를 알아보고, 나도 원숭이를 알아본다"며 "원숭이들은 힘이 센 남자 연구원한테는 고분고분하고, 여자 연구원은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 교수는 "일반인은 구분이 되지 않겠지만 원숭이와 오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원숭이의 표정만으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정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런 모든 실험과정을 마친 원숭이는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안락사로 최후를 맞는다. 수의사의 집도 아래 전신마취 후 약물을 주입한다.

정든 원숭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연구원들에게는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일이다.

신 교수는 "경험이 없는 여자 연구원들은 원숭이들을 안락사시킬 때 특히 많이 운다"며 "술이라도 한 잔 마시고 원숭이를 떠나보내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junmk@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