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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타결> 日책임 공식인정 성과…'법적책임'은 모호(종합)

'사사에案'보다 진전…日 정부 위안부 책임 첫 공식인정韓 설립 재단에 日 예산 투입…아시아여성기금과 차별화 日 법적책임·소녀상 이전 놓고 온도차…논란 재발 우려
한일외교장관회담
한일외교장관회담(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한일 외교수장간의 회담을 통해 28일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안은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동원된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핵심 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에선 모호한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져 앞으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 일본 정부 법적 책임…기시다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가토담화와 고노담화 등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한 적은 있지만 일본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2001년 위안부 피해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나라로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와 반성에 입각해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고, 올바르게 이것을 후세에 전함과 동시에 까닭 모를 폭력 등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당시는 피해자 개인에게 보낸 서한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일본이 설립한 아시아여성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보내진 당시 서한은 일본 정부 대신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썼고 책임 문제도 '도의적 책임'으로 국한했다.

회담장 들어서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장 들어서는 한일 외교장관(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를 한 뒤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seephoto@yna.co.kr

우리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관련 책임을 공식 인정했고 일본 총리 명의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으며, 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일본 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출연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근거로 일본 정부가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아베 총리 '사죄와 반성'…고노담화 수준 평가

아베 총리가 기시다 외무상이 대독한 일종의 '사죄문'에서 "일본군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힌 점도 총리 취임 이후 가장 전향적인 사죄와 반성으로 평가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5시47분부터 13분간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밝힌 뒤 "위안부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착실히 실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사죄는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와 반성의 심정을 말씀드린다"는 1993년 고노담화와 유사한 수준이다. 2012년 총리직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분명한 언어로 사죄와 반성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일본 역대 총리가 일부 피해자에게 사적으로 위로 서한을 보낸 것에 비해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장에서 이러한 입장을 표명한 점은 훨씬 무게가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 韓 위안부 재단 설립·日 예산 투입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 규모의 예산을 출연하기로 한 것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양국의 타협안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는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나섰지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국내 피해자 단체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인도적 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아시아여성기금 지원은 1997년에 시작됐지만 1999년 국내 피해자 단체의 반발로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가 2002년 한국 내 기금 활동이 중단됐다.

일본 정부가 작년 6월 공개한 '고노담화 검증보고서'를 보면 총 61명의 한국인 피해자가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정부 당국자는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에도 일본 정부의 예산이 일부 투입됐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지원되는 자금은 민간 모금으로 마련됐고, 일본 정부 예산은 인도적 사업에 쓰였다"며 이번에는 피해자 지원에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재단 출연금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 건강관리 및 요양, 간병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국내에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46명의 평균 연령은 89세로 고령인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재단 출연 명목이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금'이라는 점에서 법적 책임에 따른 피해자 배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위안부 소녀상 이전 놓고 한일 '동상이몽'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논란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 기자들에게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소녀상 이전에 매우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윤 장관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현 단계에선 외교적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한일외교장관회담
한일외교장관회담(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윤병세 외교장관(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zjin@yna.co.kr

윤 장관이 언급한 관련 단체의 대표격인 정대협은 소녀상 이전에 결사반대하고 있고,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 사사에案보다는 진전…법적책임 우회는 한계

이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안은 2012년 3월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제안했다가 거부된 '사사에안(案)'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일본은 도의적 책임을 전제로 한 인도적 조치를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사죄와 반성도 당시는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자를 개별 방문해 사죄 표명을 하고 일본 총리 서한으로 도의적 책임을 재차 인정하는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일본 총리가 공식적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기시다 외무상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본국으로 돌아가 '도의적 책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하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회담 직후 일본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위안부 재단에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배상은 아니다"고 말한 뒤 "일한 간의 재산 청구권에 대한 법적 입장(배상 문제는 최종 종결됐다는 것)은 과거와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밝혀 법적 책임을 이행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에 대한 모호성으로 인해 이번 위안부 합의가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hoj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12/28 20:0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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