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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특별자치 10년> ⑤성공 정착 위한 의지 재결집 필요

송고시간2015-12-26 06:00

도민 54.7% '제도 의미 잘 몰라'…시민단체 '질적 성장' 주문신구범 전 지사 "핵심권한 이양 없으면 '무늬만 자치도' 전락"김태환 전 지사 "중앙정부 의지와 도민 관심도 떨어져 아쉽다"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개원(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7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개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제주도민들이 체감하는 제주특별자치제 시행 10년의 효과는 기대와 달리 매우 낮았다.

도민 절반 이상이 특별자치도 출범 사실과 의미에 대해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과에 대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는 시민단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구범, 김태환 전 제주지사는 도내·외 문제로 말미암아 특별자치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중앙정부와 제주도, 도민이 함께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 도민 과반 "특별자치도 잘 몰라"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10년이 다돼가지만, 제주도민 절반 이상이 특별자치도 출범 사실과 의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기념식(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7월 1일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기념식(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민들은 그간 특별자치도 성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제주도의회가 도민 성인남녀 1천명과 전문가 200명, 공무원 4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반인 중 54.7%가 '들어는 봤다'(42.8%) 또는 '들어본 적 없다'(11.9%)와 같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다.

'잘 알고 있다'는 의견은 10.6%에 불과했고 '대강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다'는 의견은 34.7%였다.

특별자치도 성과에 대해서는 일반인 가운데 25.2%가 '전혀 없다' 또는 '없는 편'과 같은 부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긍정적인 평가는 13.1%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21.5%)보다 부정적인 평가(26.5%)를 더 많이 내놨다.

또 일반인 40.0%와 전문가 49.0%가 중앙정부의 노력이 '전혀 없다' 또는 '없는 편'이라며 부정적인 응답을 보였다. 긍정적인 평가는 각각 8.8%, 13.5%에 그쳐 부정적 평가가 3∼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표준화된 조사표를 이용한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회사원 강모(33·제주시)씨는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솔직히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다. 출범 당시 제주도가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지만 지금은 주변 땅값과 집값이 너무 오른 반면 급여 수준은 나아진 게 없어 사는 게 더 힘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06년 7월 1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식(연합뉴스 자료사진)

2006년 7월 1일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취임식(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영업자 정모(55·제주시)씨는 "특별자치도가 된 이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많이 제주를 찾아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 관광지가 된 것 같다"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다른 산업 발전으로 이어져 제주가 정말 잘 사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 '질적 성장' 궤도 전환 필요

제주 시민단체들은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기초자치단체 폐지 문제와 중국자본의 부동산 잠식,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 등을 거론하며 지난 10년의 제주특별자치도를 평가했다.

좌광일 제주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인구가 늘고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내총생산(GRDP)도 2006년 7조6천억원에서 2013년 13조2천억원으로 늘었다"며 각종 지표들이 성장세를 보이며 외형적 성장을 일궈냈지만 정작 도민들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으로 인한 이득이 도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해외 자본과 투자자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라며 "중국 자본을 중심으로 한 콘도 분양 등 부동산 개발 위주의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 탓에 난개발과 환경파괴, 경관 사유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 사무처장은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한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향토자본 중심의 소규모 개발방식으로 전환하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도모할 것을 주문했다.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연합뉴스 자료사진)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집행위원장은 "특별자치도 도입으로 4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되고, 2개 행정시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초자치권이 사라진 상태지만 이를 만회할 만한 실질적이고 특별한 혜택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민자치를 강조한 특별자치도가 출범했지만 동시에 행정체제가 개편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주민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등 주민자치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강 집행위원장은 "특별자치도 체제의 핵심은 외국자본, 대규모 자본이 아닌 도민이다"며 "도민이 이해할 수 없는 국제적 기준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철 지난 이념을 과감히 폐기하고 도민이 중심이 되는 특별자치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각종 개발권한이 제주도에 이양되면서 상식의 선을 벗어난 대규모 난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인정받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보전해 후세에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 10년의 제주특별자치도는 '주민자치가 실종된 지방자치의 실험장'이었다"며 "제주도정 운영철학과 정책의 변화가 선행돼야 하며 환경보전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제주특별자치도 완성 과제는

민선 1기 제주지사를 지낸 신구범 전 지사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민선 4기 김태환 전 지사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제주도, 도민이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전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 운용과정에서 법적 지위의 한계, 자치입법권의 제약, 개별적 권한이양방식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말미암아 특별자치도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금껏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도 전역 면세화, 도내 국세의 이양, 보통교부세 법정률 제도 보완 등 주된 요구 사항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전 지사는 중앙행정권한 일괄 이양을 통한 자치권 확대·강화,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와 문제점 해결을 위한 법제도 보완, 중앙정부의 적극적 이양의지와 도민들의 단합된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려진 자치단체 제주시기
내려진 자치단체 제주시기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기 전날인 2006년 6월 30일 저녁 제주시와 제주시의회 관계자들이 자치권이 사라지는 기초자치단체 제주시의 깃발을 내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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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범 전 지사는 "9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특별자치도를 완성시킨다고 했는데 10년 가까이 지난 현재 겨우 5단계 제도개선을 통한 중앙행정권한 이양이 완료됐을 뿐 정작 핵심권한은 하나도 받은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는 외교·국방·사법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미국 주정부 수준의 완전분권·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9단계까지 제도 개선할 부분을 일괄 이양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늬만 자치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지사는 "작은 부분 하나를 고치려 해도 제주특별법 전체를 손봐야 하고 국회 통과를 기다려야 하는 등 법제도에도 문제점이 있다"며 제주도가 필요한 경우 법률과 다른 규정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때의 조례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닐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한 제도기반을 확실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환 전 지사는 "도민들이 특별자치도 성과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상당한 성과를 이룬 것도 사실"이라며 "입도 관광객 1천만명 돌파, 불합리한 제도 개선, 제주영어교육도시 등 성과가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자치도 도입 후 여러 가지 정치상황으로 정부가 바뀌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점차 중앙정부의 의지와 도민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도민 모두가 초심을 잃지 않고 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열심히 노력해왔는지 일부 그늘진 부분만을 시시비비 하거나 인기에 영합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특별자치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도는 앞으로 계속해서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나아가야 한다. 도민들은 특별자치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모두가 잘살고 행복한 제주도가 될 수 있도록 단합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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