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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살 중년' 인천 남구·동구, 개명 성공할까

송고시간2015-12-14 16:21

인천의 구(區) 이름 바꾸기 실험…주민 상당수 동의가 관건

'47살 중년' 인천 남구·동구, 개명 성공할까 - 2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시 동구와 남구가 50년 가까이 써 온 이름을 바꾼다.

과거 행정편의에 따라 단순히 방위 개념으로 정해진 이름을 지역 정체성을 담은 이름으로 새롭게 바꿔보려는 취지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인천의 가치 재창조' 사업과도 일맥상통한다.

동구와 남구가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 처음으로 구(區) 제도가 생겨 1월 1일 같은 날에 중구·남구·동구·북구 등 4개 구가 함께 설치될 때만 해도 작명 기준은 간단했다.

인천 중심부인 중구를 중심으로 동쪽은 동구, 남쪽은 남구가 됐다.

그러나 도시가 확장하면서 동구는 이제 오히려 인천의 서쪽에 있게 됐다. 남구는 지리적으로는 인천의 가운데에 있다.

동서남북 방위 개념의 이름이지만 방위와 전혀 맞지 않는 모순을 안게 됐다.

전국적으로 행정구역 이름을 변경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과 한반도면은 이름을 바꿔 대박을 터뜨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각각 풍류시인 김삿갓의 묘역과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보유한 점에 착안해 2009년 하동면, 서면에서 이름을 바꾸자 관광객들이 밀려들었다.

경북 울진군 서면과 원남면은 올해 4월 각각 금강송면과 매화면으로 바뀌었다. 유명 관광지인 금강송 군락지와 매화나무 단지를 지명으로 삼아 지역 브랜드 가치 상승을 꾀했다.

행정구역 이름 변경은 가끔은 다른 지역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경남 함양군은 2012년 마천면을 지리산면으로, 경북 영주시는 단산면을 소백산면으로 명칭을 바꾸려 했지만 지리산과 소백산을 끼고 있는 인접 지자체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인천 동구·남구의 명칭 변경 절차는 이들 사례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읍·면·동은 상위 지자체의 조례 개정으로 이름을 바꿀 수 있지만 기초지자체 명칭 변경은 행정자치부 승인과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와 국회 심의를 모두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행정자치구역 통폐합 때나 분구로 인해 행정구역 명칭이 바뀐 적은 있어도 기초지자체가 스스로 이름을 바꾸는 사례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동구·남구가 구(區) 이름을 바꾸려면 무엇보다도 대다수 주민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수다.

행정자치부 행정구역 실무편람은 명칭 변경 조건으로 '주민 상당수가 행정구역 명칭 개정에 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함'이라고 명시했다.

'주민 상당수'가 전체 주민 중 어느 정도의 비율에 해당하는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인천시는 주민 동의를 얻는데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북구가 1995년 부평구·계양구로 분구될 때 주민 52%의 동의로 부평구 이름이 지방의회에서 승인된 사례가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주민투표 대신 여론조사에서 과반 찬성이 나온다면 구 이름 변경을 충분히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학교수, 향토사학자 등 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한 3월 설문조사에서도 동구·남구 등 방위 개념의 자치구 명칭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은 전체의 69% 이상이었다.

구 명칭 변경에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예산 문제다.

일각에서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시가 구 이름 변경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남구의 경우 소요 예산은 25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개인 명함, 문패, 간판 등 '개인 메뉴 비용'은 40억원으로 추정됐다.

시는 이에 대해 당장 이름을 바꾸려면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투입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이번 사업이 서울시와 전국 광역시에 행정구역 명칭 변경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에 국비 보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시는 내년 말까지는 동구와 남구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구의 새 이름으로는 화도구·송현구·송림구가, 남구는 문학구·미추홀구가 거론되고 있다.

노년층도 자기 이름이 마음에 안들면 법원에 개명을 신청하는 시대. '47살 중년'의 남구·동구가 개명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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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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