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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인플레·경제난에 '차베스포퓰리즘' 버린 베네수엘라 민심

경제난에 포퓰리즘 정책 유권자 외면…야당에 '묻지마' 몰표베네수엘라 집권당 총선패배로 빛바랜 '차비스모'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투표소에는 새벽 5시부터 유권자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이 찍을 야당 후보의 이름을 모를 뿐만 아니라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자투표 때 스크린에 나오는 야당 마크를 누르면 그만이라고 했다."(뉴욕타임스)

베네수엘라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16년 만에 총선에서 야권에 참패했다.

베네수엘라 집권 여당은 우고 차베스가 1998년 대통령에 당선돼 이듬해인 1999년 7월 제헌의회 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이래 계속 다수당 위치를 누려왔다.

그러나 6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에 과반의석을 내줬다.

차베스가 2013년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정권을 넘겨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정부는 살얼음판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경제적 정국이 불안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결국 균열이 현실화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거침없는 언동으로 중남미의 반미 대표주자로 14년간 집권한 차베스의 바통을 물려받아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이어왔다.

버스 운전사 출신의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죽고 없는 차베스의 카리스마에 편승해 자신도 차베스를 신봉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을 의미하는 '차비스타'(Chavista)라고 공언하고 다녔다.

그는 대중 연설을 하면서 "차베스의 영혼인 작은 새가 나에게 찾아왔다"며 차베스의 지지자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차비스타들을 달래거나 차베스의 카리스마를 따라가기에도 역부족이었고, 열악한 경제 사정은 '차베스의 영혼'에 의존할 기회를 그에게 더는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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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지만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국가 재정은 위축됐고 인플레이션율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기저귀와 우유, 식용유, 화장실 휴지 등 생활필수품이 부족한 가운데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현실은 차비스타의 주류를 이루는 서민층에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0월 추정한 베네수엘라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0% 안팎. 마두로 대통령 스스로는 80%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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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망은 작년 2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표면화했다.

대학 교정에서 여대생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뒤 치안 불안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거리 시위로 촉발해 경제 실정을 비난하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에서 수개월간 지속됐다.

40여명이 사망하고 야당 정치인과 시장 등이 구속되면서 인권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으나 마두로 대통령은 포고령으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권한을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등 강권정책을 펼쳤다.

베네수엘라의 생필품난은 친미 성향의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이 베네수엘라 내 우파 세력과 결집해 물품을 사재기하거나 빼돌리는 수법으로 '경제 전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마두로 대통령은 주장했다.

'제국주의에 맞서야한다'는 마두로 대통령의 요란한 구호는 적어도 이번 총선의 표심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계승한 차베스의 포퓰리즘적인 사회주의, 즉 '차비스모'(Chavismo)는 이번 선거에서 희석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두로 대통령이 앞으로 맞닥뜨려야할 역내 정세도 녹록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남미에서 그의 굳건한 좌파 동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나란히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이 내세운 후보가 중도우파 성향의 야당 후보에 패해 좌파 정부 연장에 실패하면서 오는 10일 정권 이양과 함께 부부 대통령시대를 마감해야 하고, 브라질 연방하원은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시장주의자인 아르헨티나 당선인 마우리시오 마크리는 지난 12년에 걸친 페르난데스 대통령 부부의 국정 철학이자 포퓰리즘이라는 평가를 받는 '키르치네리스모'(Kirchnerismo)와의 단절을 선언, 차비스모를 신봉하는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시사점을 던져줬다.

마크리는 베네수엘라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내세워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서 베네수엘라를 축출해야 한다는 강경 입장까지 취하고 있어 마두로 대통령의 선거 후 외교 무대에 난관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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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m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12/07 1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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