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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시아파 벨트' 러 전투기 격추한 터키에 협공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AP=연합뉴스자료사진)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AP=연합뉴스자료사진)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사태와 연결된 시리아 내전에서 상대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던 터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점점 전장의 한복판으로 불려나오는 모양새다.

'미국-러시아', '수니파 걸프국-이란'의 대결구도였던 시리아 내전이 '터키-러시아·시아파 벨트'로 뒤바뀌고 있다.

군사대국 터키는 IS의 근거지인 이라크·시리아 모두와 국경을 사이에 둔 최인접국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일원이자 미국의 우방이면서도 올해 중반까지 IS 격퇴 작전에 미온적이었다.

터키가 이라크·시리아 국적자가 아닌 외국인이 IS에 가입하는 통로를 묵인한다거나 시리아의 시아파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오히려 IS를 방조하거나 물밑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국경 통제가 느슨한 탓에 터키 입장에선 IS를 선명하게 적대해봐야 자국의 안보에 별다른 이익이 없다는 점도 터키의 계산 중 하나다.

IS 격퇴전에 대한 터키의 '전략적 모호성'은 7월23일 IS에 대한 공습 개시를 선언하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자국 내 고질적인 골칫거리였던 반정부 쿠르드족 무장세력 쿠르드노동자당(PKK) 공습이 주된 표적이었으나 공식적으론 터키가 IS 사태에 처음으로 군사적으로 개입한 것이다.

IS 격퇴전의 특징은 '개입은 쉽지만 퇴로는 없다'는 것이다.

IS가 중동을 벗어나 세계를 위협하는 공적이 되면서 이들을 격퇴하는 작전에서 도중에 발을 빼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IS 격퇴를 명분삼아 PKK를 무력화한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던 터키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가 9월30일 '절대 명제'가 된 IS 격퇴를 내세워 시리아 공습을 전격적으로 단행,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지키기 작전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전투기는 시리아 북서부 국경지대의 반군 장악 지역을 폭격하면서 터키의 턱밑을 오갔고, 급기야 터키는 지난달 24일 작전 중인 러시아 전투기를 영공 침범을 이유로 격추했다.

예기치 못한 격추 사건으로 사실상 전세계 주요국이 모두 개입된 시리아 사태의 초점은 IS 격퇴와 알아사드 정권의 존폐에서 단번에 터키로 옮겨갔다.

러시아는 자국 전투기의 피격에서 더 나아가 터키가 IS의 돈줄인 원유와 석유제품의 밀거래 통로라는 주장으로 터키를 압박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가족이 이 밀거래에 관여됐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터키에 대한 공세는 직접 당사국인 러시아에 그치지 않고 중동에서도 '피아'를 확실히 갈랐다.

터키의 인접국으로 경제 교류가 활발한 이란까지 러시아를 거들고 나섰다.

모흐센 레자이에 이란 국정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4일 국영 IRNA 통신에 이란이 IS가 터키에서 석유를 거래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레자이에 사무총장은 "터키가 자국 내에서 다에시(IS의 아랍어식 약자)의 석유거래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이란이 필요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며 "유조차가 다에시의 석유를 싣고 터키로 가는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터키 외무부는 6일 "터키가 IS의 석유 밀거래에 개입해 IS를 지원한다는 이란의 비난에 경악했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가족이 IS의 밀거래에 관련됐다는 이란 언론 보도에 항의하고 "계속 그렇게 한다면 이란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과 함께 '시아파 벨트'의 일원인 이라크도 러시아 편에 섰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5일 중무장한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에 무단 주둔했다면서 즉각 철군하라고 요구했다.

터키의 고위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말한 것처럼 터키군의 이라크 주둔은 2∼3년전부터였고, 이는 공지의 사실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라크 총리가 굳이 이 시점에서 이를 거론한 것은 현재 터키가 그만큼 궁색한 처지에 있다는 방증이다.

이라크는 시아파 정권이면서도 친미 성향이라는 특이한 지점에 있다. 다시 말하면 시아파를 고리로 이란, 러시아와 연결되고 정권 탄생의 원인인 미국과도 밀접하다.

이라크 정부는 IS 격퇴를 고리로 이들 두 진영 모두에게 지원을 받는 '양다리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에서 민감한 줄타기 외교로 국익을 챙겨왔던 이라크가 이번에 미국 진영에 속한 터키군을 걸고 넘어진 것은 최근 격동하는 중동 정세의 무게추가 이란·러시아 쪽에 다소 기운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란·러시아 편에 서는 게 미국을 상대하는 외교적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이란·이라크·시리아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직후인 10월 초 러시아와 함께 바그다드에 IS 격퇴를 위한 공동 정보센터를 세워 협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미국과 반대쪽으로 잠시 한발 옮겼지만, 자신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미국이 이라크에 절대 등을 돌릴 수 없다는 점도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중동 '시아파 벨트' 러 전투기 격추한 터키에 협공 - 2
중동 '시아파 벨트' 러 전투기 격추한 터키에 협공 - 3

hska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12/06 20:5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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