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29년전 필요해 만든 '낙동강 하굿둑' 개방 논란
송고시간2015-11-16 09:00
서병수 "2025년까지 수문 모두 열겠다" 선언…환경단체 '호응' 해결과제 '수두룩'…김해평야 농민 "안돼", 대체용수대책 미흡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낙동강 하굿둑'의 수문을 모두 여는 '완전 개방' 논의가 재점화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2025년까지 하굿둑 완전 개방을 목표로 2017년부터 점진적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1987년 완공된 하굿둑은 김해평야의 안전적인 식량생산과 각종 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이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낙동강 기수역(汽水域)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부산시의 의지가 강한 만큼 30년 가까이 이어진 하굿둑 개방 논란이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 1987년 2.4㎞ 건설…김해평야 염습 차단·식수 안정적 확보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길이 2천400m, 높이 18.7m, 16개 수문으로 만들어졌다. 1천573억원이라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됐다.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만들어져 염분이 낙동강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아 김해평야(낙동강 수계 4만㏊)의 안정적인 식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낙동강 수위를 높여 각종 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낙동강 하구 양안을 메워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부대 목적도 있었다.
하굿둑이 완공된 뒤 시는 연 6억4천800t의 용수를 낙동강에서 성공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상수도원의 86%를 낙동강에 의존해 온 부산의 식수난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경남도와 울산시 등도 각종 용수를 공급받게 됐고, 염분 침습을 막게 된 4천㏊의 김해평야에서는 연간 2만여t의 식량증산 효과를 거뒀다.
강 바닥에서 긁어낸 2천만㎥의 흙으로는 하굿둑 주변의 개펄과 습지를 메워 낙동강 하류에 택지와 공단이 조성됐다.
하굿둑 위로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겨 부산의 중심에서 서부 경남지역인 김해, 진해 등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도 한다.
◇ 재첩 사라지고 녹조류 번식…'생태환경 파괴' 논란 거세져
하굿둑은 건립 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환경파괴 논란을 빚었다.
하굿둑이 연결된 사하구 을숙도는 매년 11월부터 4월까지 알래스카나 시베리아 북반구에서 날아온 수만 마리의 철새가 찾는 동양 최대 철새도래지다.
이미 1966년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돼 보존의 필요성이 인정되던 곳이었다.
또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0.5∼3%의 염분농도를 보이는 낙동강 기수역은 다양한 어종이 서식해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렸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낙동강 보존협의회'를 주축으로 하굿둑 건립반대 운동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환경보전단체인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가세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심화하자 낙동강 하굿둑 건립 사업이 우리나라 1호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졸속 논란 속에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하굿둑은 완공됐다.
이후 생태계 파괴 징후가 잇따라 나타나면서 논란은 '하굿둑 개방'이라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환경단체들은 기수 생태계에서 자라는 생물 60여 종을 모니터링한 결과 절반가량이 없어졌다며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낙동강에서 나던 재첩은 아예 씨가 말라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강바닥은 산소가 줄어 바닥 어종들이 살기 어려워졌고, 낙동강 하구 어민들의 주 어업이던 통발어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들어서는 4대 강 사업 이후 강물 정체 현상이 녹조류 번식으로 이어지며 하굿둑 건설의 핵심 이유였던 식수원 취수마저 영향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 서벙수 시장 '완전 개방' 선언…시민·환경단체 '박수'
최근 하굿둑 개방 논의에 포문을 연 사람은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하굿둑 개방을 민선 6기 공약을 내걸었던 서 시장은 "낙동강 생태계 복원은 후손과 이 나라 미래를 위해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지난 9월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2025년까지 낙동강을 완전히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7년부터 하굿둑을 점진적으로 개방해 나가겠다고 나섰다.
공업용수 취수원과 식수 취수원 이전, 정수시설 개선, 농업용수 염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 등 하굿둑 개방에 필요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지난달에는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하굿둑 개방을 위한 실무기획팀(TF)을 만들고 농민, 어민, 공업용수를 사용하는 제조업체 등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 절차에 나섰다.
울산·경남도 등 낙동강 수계 지자체들의 참여도 독려하면서 실무자 협의체 마련을 촉구하는 등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하굿둑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상수원 오염, 환경 생태계 파괴 등 부산시민의 희생을 방치하는 낙동강 정책을 과감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시민·환경단체는 즉각 호응하고 나섰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등 부산지역 20개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해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가 발족했다. 지난달 9일에는 시청과 국회 등을 돌며 '낙동강 하굿둑 개방 시민 대토론회'를 여는 등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 넘어야 할 산 많다…농민 반대, 대체 용수 확보대책 '흐릿'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굿둑이 개방되면 당장 농경지에 피해를 보게 될 낙동강 하구 농민 1만8천여 명(5천919가구)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가 관건이다.
개방 시 염분 침습에 따른 피해 보상비만 해도 엄청날 것으로 추정되며, 소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이다.
농민단체는 이달부터 하굿둑 개방 논의의 맞불 성격으로 '하굿둑 개방 반대 서명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반재화 부산 농민연대 회장 "지난달 1일 슈퍼문 때 바다 수위가 올라가며 녹산지역 농경지에 스며든 염분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있었을 정도로 소금물에 민감한 상황인데, 하굿둑을 개방하면 아예 농민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며 "하굿둑 개방을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각종 용수 확보 문제도 골칫거리다.
부산시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덕산정수장 건립을 통해 공업용수 등을 해결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식수원 해결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남 창녕 강변여과수 취수 등 새로운 취수지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 등은 전혀 없는 상황이고 오히려 언론 등을 통해 경남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전달되고 있다.
정부 설득도 과제다.
시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낙동강하굿둑 관리는 국토교통부 산하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하고 있고 최종 결정권도 국토부가 쥐고 있다.
국토부 등은 농경지 보상과 대체 취수원 마련 등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하굿둑 개방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상화 낙동강하구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공동상임대표는 "부산시가 낙동강 하굿둑 개방 의지를 밝힌 것은 선언적인 측면에서는 의미가 크다"며 "하굿둑 건립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부산시가 점진적 개방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부를 설득한다면 하굿둑 개방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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