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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속에 빠진 '증도가자'… 실체 놓고 진실 공방

송고시간2015-11-01 16:45

국과수 "자연과학적 분석으로 고인쇄박물관 활자 위조 결론"남권희 교수 "활자 주물법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 부족"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고활자가 위조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지난달 31일 열린 학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주장돼 온 '증도가자'(證道歌子) 논란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충남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개최된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을 주제로 지난 4월부터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강 연구사는 언론에 공개된 발표문을 통해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00년 앞서는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라는 기존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돼 연구를 시작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말한 기존 자료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4년 발주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의 용역 보고서로,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주장한 남권희 경북대 교수 연구팀(경북대 산학협력단)이 만들었다.

강 연구사는 "고인쇄박물관 활자 7점과 국립중앙박물관 보유 활자 1점에 대해 표면과 외관 검사, 성분 분석, 서체 비교, 직선도 검사, 투과 금속 밀도 검사 등 비파괴 분석을 시행한 결과 고인쇄박물관 활자는 위조의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조품으로 보는 근거로 "활자에 자연적으로 생성됐다고 하기 어려운 뚜렷한 경계선이 있고, 표면과 내부가 서로 다른 물질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부 활자는 먹을 인위적으로 씌운 것으로 보이며, 글자의 직선도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 보고서가 증도가자를 진품이라고 뒷받침한 이유인 금속의 성분비, 활자에 묻은 먹의 연대, 서체 등 세 가지 모두가 의심스러웠다"면서 "자연과학적으로 진짜라는 데이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위조품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국과수의 연구 결과에 대해 남권희 교수는 "활자 주물 방식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온 결론"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남 교수는 "고대 청동 유물은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고, 적지 않은 금속 관련 연구자들이 활자 안에 발견되는 층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도가자와 번각본인 증도가의 글자는 100% 일치할 수 없다"면서 "고인쇄박물관 활자는 땅속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고, 먹이 묻어 있지 않은 일부 활자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직선도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또 활자에 인위로 먹을 덧칠한 흔적에 대해서는 "먹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고려시대 것으로 확인됐는데,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먹이 거의 없고 중국에서 그 시대의 먹을 일부러 가져와 묻혔다고 보기에도 어렵다"고 반론을 폈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남은 과제는 활자의 출처 파악과 파괴분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쇄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다보성고미술의 증도가자 추정 금속활자는 모두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우선 국립중앙박물관 활자는 개성에서 출토된 뒤 일본인이 덕수궁미술관에 넘겼다고 전해진다. 고인쇄박물관과 다보성고미술 활자는 각각 남권희 교수와 김종춘 대표가 대구의 고미술상으로부터 구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지난 30일 증도가자라고 주장되는 모든 활자의 입수와 보관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재료 일부를 훼손하는 파괴분석은 지금까지 어떤 연구자도 실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비파괴분석보다 과학적인 기법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사는 "비파괴분석이 정성분석(定性分析)이라면 파괴분석은 정확도가 더 높은 정량분석(定量分析)"이라면서 "파괴분석은 추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미궁 속에 빠진 '증도가자'… 실체 놓고 진실 공방 - 2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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