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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아들 또 만나겠나"…거제에 남겨진 90세 노모 울음

송고시간2015-10-26 15:06

43년전 오대양호 납북 어부 가족들의 아픔 간직한 거제도 농소마을

한 마을 선원 14명 북에 끌려간 거제 농소마을
한 마을 선원 14명 북에 끌려간 거제 농소마을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1972년 12월 오대양 1·2호를 타고 서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경남 거제시 장목면 농소마을 어민 14명은 다른 지역 출신 어민들과 함께 북한 경비정에 의해 끌려갔다. 43년전 사건은 마을 주민 가운데 납북 어민 가족이 현재 2명 밖에 남아있지 않아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농소마을 전경.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이북에 있는 둘째아들 태준이는 언제 또 볼 수 있나."

경남 거제시 장목면 농소마을에 살고 있는 박규순(90·여)씨는 43년 전 납북된 둘째아들 김태준(62)씨를 그리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24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에서 1972년 12월 오대양 1·2호를 타고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정건목(64)씨가 어머니 이복순(88)씨를 43년 만에 만났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당시 오대양호를 탔다가 정씨와 함께 납북된 선원들의 거제 거주 가족들에게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씨는 큰아들 김이준(사망)씨와 둘째아들 태준씨가 오대양호를 탔다가 모두 이북으로 끌려간 뒤 한동안 생사를 모른 채 '눈물의 세월'을 보내야만했다.

다행히 남북관계 개선으로 12년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둘째아들을 만나 어느 정도 회한을 풀었다.

"두 아들이 모두 착했어.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라서 제대로 못먹이고 못입힌 게 늘 마음에 걸려."

박씨는 26일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둘째아들 얘기를 하면서 휴지로 수시로 눈물을 닦아냈다.

2평 남짓한 박씨의 방에는 둘째아들과의 상봉장면을 담은 커다란 액자가 놓여 있었다.

박씨는 "둘째아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액자를 꺼내들고 둘째아들을 가리키며 "한번 만이라도 더 볼 수 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그는 거제시 고현에 살고 있는 딸이 손주들과 자주 방문해 그나마 혼자 사는 외로움을 덜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생활보호대상자로서 정부 보조금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양쪽 다리가 불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박씨는 "둘째를 한 번도 볼 수 있느냐"며 재차 물을 정도로 간절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듯했다.

"납북 둘째 또 만나겠나"…거제 90세 노모, 액자에 아들 간직
"납북 둘째 또 만나겠나"…거제 90세 노모, 액자에 아들 간직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경남 거제시 장목면 농소마을에 살고 있는 박규순(90·여)씨는 43년 전인 1972년 12월 오대양 1·2호를 타고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에 끌려간 납북된 둘째아들 김태준(62)씨를 그리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씨는 26일 연합뉴스와 만나 "두 아들이 모두 착했어.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이라서 제대로 못먹이고 못입힌 게 늘 마음에 걸린다"면서 화장실용 휴지로 수시로 눈물을 닦아냈다. 박씨는 다행히 남북관계 개선으로 12년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둘째아들을 만나 어느 정도 회한을 풀었다. 박씨가 액자 속 둘째아들을 가리키고 있다.

농소마을에서 오대양호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납북된 사람은 박씨의 두 아들을 포함해 모두 14명.

이들의 가족 가운데 농소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은 박씨와 옥철순(84·여)씨 등 단 2명에 불과하다.

다른 이들은 이미 오래전 남편이나 아들 등 가족을 그리워하다 고향을 등졌다.

옥씨는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부했다.

농소마을 이장 박홍근(74)씨는 "납북된 선원들의 가족들이 대부분 외지로 나갔다"면서 "납북의 아픔은 이곳에서 더이상 느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20대였던 박씨도 인천 쪽에서 고기를 잡던 중 뒤늦게 납북 사실을 전해듣고 두려움에 떨다가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70여가구의 농소마을 주민들은 어업과 논·밭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농소마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대부분 일하러 나가 마을 자체가 텅 빈 분위기였다.

거제시 관계자는 "워낙 오래전 일이고 생존가족도 거의 없어 농소마을에서 오대양호 납북 문제는 더이상 관심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쌍끌이 어선 오대양61·62호는 서해상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의 공격을 받고 나포돼 정건목씨를 포함한 선원 25명 전원이 황해도 해주항으로 끌려갔다.

이중 현재 생사 확인이 된 사람은 16명(사망 10명, 생존 3명, 확인 불가 3명)으로 생존자 3명은 모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남측 가족과 만났다.

이들과 함께 끌려갔던 전욱표씨는 2013년 8월 압록강을 건너 탈북, 41년 만에 국내에 들어왔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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