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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원불교 대종경 뜻을 곱씹으며 깨달음을 새기다

신작 판화전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신간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깊고 넓은 지혜를 쉽고 일상적 언어로 담고 있는 원불교 경전 '대종경'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로 소중한 도서입니다. 우리 말글로 돼 있어 번역이 필요없는 토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지요."

판화가 이철수(61)씨가 3년간 대종경을 곱씹으며 그 뜻과 자신이 얻은 깨우침을 목판에 새겼다.

이철수, 원불교 대종경 뜻을 곱씹으며 깨달음을 새기다 - 2

이씨는 그 결과물 205점으로 '네가 그 봄꽃 소식 해라'는 제목의 순회 전시를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서울, 대구 등 6개 도시에서 연다. 같은 제목의 신간도 문학동네에서 최근 나왔다.

15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씨는 "특정 종교를 향해 눈을 돌리라는 게 아니라 원불교를 통해 제시되는 지혜에 귀를 기울여보자고 말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1891~1943)가 창시한 원불교는 올해 원기(圓紀) 100년을 맞았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를 함께한 원불교 김성진 교무는 "대종경은 쉬우면서도 차분하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경전"이라며 "관람객을 생각하게 하는 이철수 판화가의 작품세계 역시 이런 점에서 맞닿아있다고 여겨 원불교에서 5년 전 판화작품을 제안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씨와 원불교와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 원불교 교당에 다녔던 부인을 잠시 따라다닌 것뿐이었다.

30여년이 지나 손에 잡은 대종경이 "너무 좋아" 작업을 하기로 결심한 그는 당초 제안받은 100점을 훨씬 뛰어넘어 밑그림만 300여점을 만들었다.

줄이고 줄여 이번 전시에 205점을 선보이는 그는 3년이면 본격적인 작업기간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어렵게 시간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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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창시자가 정신적으로 기성 종교에 신세 진 것 없이 자력으로 득도했고, 그 종교가 현재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종교와 무관하게 교양서로도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필요성을 느낀 원불교는 대종경을 출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해볼 수 있도록 결정했다. 단행본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이씨는 "대종사의 언행록인 대종경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쉬워 푹 익은 고구마 같았다"면서도 "오히려 그래서 이야깃거리를 찾기 어려워 저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스스로 한탄도 했다"고 털어놨다.

마음공부 또는 수양, 힐링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형식적이고 고귀한 말의 성찬이 이어지는 이 시대에 대종경은 친숙하게 다가오고 "우리 땅에서 태어난 토종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그는 여러 번 강조했다.

충북 제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그는 수십번 대종경을 읽었다. 그림과 함께 경전만 적거나 그 아래에 자신의 깨달음을 덧붙이는 방법 등으로 판화를 새겼다.

작품 중에는 산 위에 해 또는 달이 떠 있는 듯한 그림에 그저 '좌선'이라는 두 글자만 쓴 것도 있다.

이씨는 외출했다가 귀가해서 어깨에 멨던 가방을 내려놓듯이 "마음을 탁 부리다, 즉 마음을 내려놓는 것처럼 마음도 그렇게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수, 원불교 대종경 뜻을 곱씹으며 깨달음을 새기다 - 4

작품 중에는 원불교의 개교 표어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를 적은 판화도 포함됐다.

이씨는 "물질의 개벽에는 긍정적,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지만, 물질의 세계가 고르지 않아 생기는 폐해도 많은 것 같다"고 바라봤다.

민중 판화가로 잘 알려진 그는 "요즘 우리 사회가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면서 성찰하는 데 있어 "그런 것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건데 진보, 보수가 어딨느냐"며 "왜 자꾸 나에게 딱지를 붙이려 하는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술작가로서 자신을 돌아보면 "미술적 재간을 자랑하는 작가라기보다는 세상 사람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집 밥처럼 내보이는 사람"이라며 "작품의 뜻이 잘 전해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힘을 덜 주는 미술이 그런 면에선 더 효과적"이라고 돌아봤다.

책에선 판화 속 글귀를 일일이 영문으로 번역해 작품 옆에 배치했고 판화가 담고 있는 경전을 부분 발췌해 도서 끝 부분에 덧붙였다.

전시는 21일부터 11월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시작한다.

원불교 100주년 기념성업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부대행사로 대종경 자료도 선보인다.

이후 대구 봉산문화회관(11월10~15일), 광주 대동갤러리(12월3~9일), 익산 예술의전당(12월10~23일), 부산문화회관(12월24~31일)으로 이어지고 내년 대전 예술가의집(1월5~14일)에서 마무리한다.

지역마다 전시가 열릴 때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고 관람객을 위한 판화 체험마당도 준비된다.

js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10/15 16: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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