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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에 '죽음의 함정'…지하주차장 채광창

송고시간2015-10-15 07:39

설비기준·안전규정 없어…안양서 초등생 추락사의무설치 아니라 관련 법 미비…"점검해 안전사고 막았어야" 지적도

(안양=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대개 지하주차장의 조명과 환기를 위해 주차장의 천장에 해당하는 지상부에 채광창을 설치한다.

이 채광창은 콘크리트 벽체 위에 '톱라이트'라고 부르는 아치형의 지붕을 덮은 구조로 돼 있는데 지붕은 반투명한 재질이어서 낮시간에는 지하주차장에 조명을 제공하며 시멘트 벽체와 지붕의 연결부위에는 틈을 만들어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톱라이트' 지붕이 지상의 지면과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낮은 곳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다 재질도 그리 튼튼하지 않아 자칫하다 사람이 밟거나 올라설 경우 추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채광창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설비기준이나 안전규정이 없고 아파트 관리사무소도 기껏해야 '추락위험'과 같은 경고문구를 부착하는 것 이외에는 별도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아파트단지에 '죽음의 함정'…지하주차장 채광창 - 2

아파트단지에 '죽음의 함정'…지하주차장 채광창 - 3

지난 12일 경기도 안양시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채광창에서 A(9)군이 10m 아래 지하 2층 주차장으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안양시는 "지하주차장에 채광시설이나 환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 관련 시설물에 대한 최소 활하중 등 별도의 설비 기준이나 안전 규정 등도 없다"고 15일 밝혔다.

활하중은 구조물 자체의 무게에 따른 하중(고정하중)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람이나 물건 등이 그 위에 놓일 때 생기는 하중을 뜻한다.

안양시 관계자는 "현재 채광시설에 대한 안전 규정도 없을뿐더러 사고가 발생한 지점과 인접한 언덕 위로는 사람이 평소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아파트가 지어진 12년 전부터 푯말 외 안전장치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A군의 사망을 초래한 채광창은 아파트 출입구 쪽에서 보면 아이들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가로 8m, 세로 2m, 아치형 지붕 포함 높이 2m)여서 사고 위험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아파트 동이 계단형으로 조성돼 있다 보니 뒤쪽 편에 경사진 언덕 위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좁은 길에서 보면 한발만 내밀어도 아치형 지붕에 발을 얹을 수 있을 만큼 지붕의 높이가 낮다.

당시 또래 친구들과 언덕 위쪽 길에서 놀이터 쪽으로 가던 A군은 중심을 잃고 플라스틱 재질의 렉산(폴리카보네이트·폭 60cm) 수십 개가 창살에 엮여 있는 구조인 아치형 지붕으로 넘어졌다. 그 충격으로 실리콘으로 접합된 플라스틱판이 창살과 분리되면서 공간이 생겨 A군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채광창 주변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설치한 '출입금지' 푯말이 있었지만, 사람들의 출입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펜스 등의 안전장치는 없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시공사나 관리사무소 측의 소극적인 대처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당수 다른 아파트들에서도 주변 지형에 따라 채광시설의 아치형 지붕이 지면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게 설치돼 언제라도 사람이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때문에 아치형 지붕의 높이는 물론 지붕을 이루는 재질의 안전에 관해서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아파트 시공자와 관리자도 이와 같은 위험을 인식하고 사고를 막기 위한 점검과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서규석 한국건축구조기술사 회장은 "모든 건축물은 안전하게 설계·시공돼야 한다는 건축법상 기본원칙을 봤을 때 시공 관계자는 해당 시설에 대한 프레임과 접합부 설계까지 안전하게 확인했어야 했다"며 "시설보수를 위해서라도 최소 한 사람이 지붕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지붕은 그 하중을 견뎌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붕이 견뎌야 하는 하중은 최소 제곱미터 당 100㎏ 정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이후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단지 내 환기용 채광 시설 지붕에 실리콘을 바르는 등 보수작업에 나섰지만, 시는 모든 채광시설의 노후화된 지붕을 새로 교체하라고 아파트 측에 요구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건처럼 아파트에 예상치 못한 위험요소가 있을 것으로 판단, 관내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설물 위험요소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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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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