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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언론 규제> ②공갈·협박·사기…폐해 '도(度) 넘었다'

송고시간2015-10-14 07:01

범죄 유형·대상 '무차별'…전문가 "언론 가이드라인 필요"

금품갈취 사이비기자 구속(연합뉴스 자료사진)

금품갈취 사이비기자 구속(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사이비 언론의 폐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각종 병폐를 저지르는 사이비 언론은 과거에는 신문, 잡지 등 일부 오프라인 매체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정보화시대인 최근에는 인터넷 매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우후죽순식으로 등장해 광고 협박과 이권개입을 일삼으면서 각종 폐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예로 광주·전남권의 경우 일간지, 주간지, 특수주간지, 인터넷 매체, 잡지 등을 합쳐 언론매체가 600개가 넘는다.

전국적으로 난립 중인 군소 인터넷 매체들이 관공서와 기업체 등에 기생하며 못된 짓을 저지르는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 "기사 안 쓸 테니 돈"…주 타깃은 기업

경북의 지역 일간지 기자 A(44)씨는 2013년부터 경북 신도청 공사장 등을 돌며 날림먼지 등을 사진으로 찍은 뒤 현장 관계자들에게 "기사로 쓰거나 고발하겠다"고 겁을 줬다.

A씨는 이런 방법으로 현장 직원들로부터 820만원을 뜯어내다 12일 구속됐다.

외국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업자들도 사이비 기자들의 돈벌이 표적이 된다.

인터넷 언론매체 기자 B(61)씨와 또 다른 인터넷 매체 기자 C(52)씨도 공갈 협박 혐의로 올해 1월 구속됐다.

'국내산'이라고 적힌 포대에 중국산 쌀을 섞어 담는 이른바 '포대갈이'를 한 경기도 부천시의 한 양곡업체를 협박해 800만원을 챙긴 혐의다.

해당 업체는 "신고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요구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검찰에 하소연했다.

강원도의 한 주간신문사 기자 D(48)씨는 서울, 경기, 강원도 등에 있는 레미콘 공장 등을 찾아다니며 "먼지가 풀풀 날린다. 고발하겠다"고 몰아세웠다. 공사현장 22곳에서 1천3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내다 경찰에 잡혔다.

골재채취·재건축·폐기물 업체 등 민원이 많거나 현장에서 위법 가능성이 큰 곳만 찾아다니며 기사를 안 쓰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례는 근절되지 않는다.

각종 개발사업이 한창인 세종시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건설현장만 돌아다니는 기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다.

◇ 부정적 기사와 광고 맞바꾸기

서울의 한 인터넷 매체는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기업이 정부기관 감사에서 제재를 받았다는 내용을 뽑아 기사화했다.

이 매체는 지역본부 역할을 하는 지방의 또 다른 주간신문에도 같은 기사를 실어 이 업체를 압박했다. 해당 기업은 결국 100만원 상당의 광고를 주는 조건으로 입막음을 했다.

부산의 한 기업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과 불법 의혹 등을 다룬 한 소규모 언론사의 기획기사를 막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결국, 광고를 주기로 하고서야 추가 기사를 막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인터넷 매체는 올해 4월 부산의 한 기업이 영업과정에서 직원이 실수한 약점을 잡아 기사화한 뒤 300만원의 광고료를 받았다.

하지만 다른 인터넷 매체 4곳이 해당 기사를 잇달아 게재해 '울며 겨자먹기'로 추가광고를 해야 했다.

◇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들도 골머리앓아

경기도의 한 지방 일간지 소속 E(61)기자는 지난해 4월 시장과 친분을 내세워 동두천시가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개입, 수 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남의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2011∼2012년 거창승강기 대학 부지매입 비리 무마를 조건으로 돈을 받아 챙겼다 들통이 났다.

"광고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그의 협박성 발언에 대학은 700만원을 뜯겼다. 해당 기자는 결국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7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전국 곳곳의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은 지역 군소 언론매체들의 새로운 시장이 되고 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홍보 담당자는 "무리한 광고비를 요구하는 지역 인터넷 매체들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한 인터넷 매체는 우리 회사가 하지도 않은 일명 '대포광고'를 내보낸 뒤 계산서를 홍보실로 보내 결제를 요구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울산시의 한 자치구는 9개 인터넷 매체에 1년에 100만원씩 협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성가신 요구를 하지 않도록 인터넷 매체들을 달랜다는 것이다.

◇ 전문가들 "가이드 라인 필요"

전문가들은 사이비 언론이 언론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언론의 횡포라고 치부하기에는 범죄의 유형과 수단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열악한 언론 환경이 '사이비 기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다시 언론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교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사이비 언론에 대해 "무늬만 언론이고 뉴스 생산 없이 콘텐츠를 받아쓰거나 남의 것을 베끼며 광고 수주, 금품 갈취 등 비언론적 행위를 하고 있다"며 "언론 자체 정화 노력이 가장 필요하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누구라도 '언론으로 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언론 자유를 사전에 규제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 사후 관리감독은 할 수 있다"며 "외국에서는 언론사가 기사를 잘못 쓰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 있고, 민형사상 피해를 보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언론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공론화와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이비 언론의 문제를 더는 일부 언론의 문제로 취급할 단계는 지났다"며 "김영란법에 공직자가 아닌 언론인을 포함하는 것에 국민이 동의한 것을 보면 현 상황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한종구 전창해 허광무 이재현 류수현 오수희 김준호 손현규 한무선 김호천 손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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