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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키원전 가동 멈추자 42년 만에 강이 얼었다

송고시간2015-10-13 11:00

지난해 영구정지 뒤 핵연료 제거 중인 버몬트양키원전…경제성 때문에 문닫아"폐로 뒤 지역경제 침체 우려"…사용후핵연료 관리와 폐로에 12억달러 필요한국 고리1호기도 2017년까지 운전 뒤 영구정지·해체

(버넌<미국 버몬트주>=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북동부를 남북으로 655㎞ 가로지르는 코네티컷 강.

캐나다 국경 인근에서 발원해 뉴햄프셔주, 매사추세츠주 등을 지나는 이 강은 버몬트주의 작은 마을 버넌 곁을 지날 때면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절대로 얼지 않았다.

코네티컷 강변에 자리 잡은 버몬트양키원자력발전소에서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온배수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겨울 코네티컷 강이 42년 만에 꽁꽁 얼었다. '이색 풍경'에 놀란 마을 주민은 강가로 몰려나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코네티컷 강이 갑자기 언 것은 지난해 12월 29일 버몬트양키원전이 영구정지(폐로)되면서부터다.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온배수가 사라지면서 강가의 모습이 40여 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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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몬트주 전력의 38%를 공급해 온 버몬트양키원전은 오래되긴 했지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2032년까지 운전해도 된다는 승인까지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천연가스와 도매 전력가격이 하락하고 설비 개선에도 큰 투자비가 필요한 상황을 맞는 등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자 운영업체인 엔터지는 결국 영구 정지를 결정하게 됐다. 잇따른 사고로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것도 영구정지 결정의 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 6월 국내 원전 가운데 처음으로 고리 원전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고리 원전 1호기는 가동 시한이 만료되는 2017년까지 운전된 뒤 영구정지와 해체에 들어가게 된다.

미국은 지금까지 총 33기의 원전을 영구정지했다. 이 가운데 15기의 원전을 해체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는 156기가 영구정지됐으며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3개국만이 원전 해체 경험이 있다.

지난주 찾아간 버몬트양키원전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상당히 을씨년스러웠다. 시골에 자리 잡아 원전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원래 적은데다 650명에 달하던 직원 수도 폐로 후 절반 아래로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 직원은 총 316명으로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제거하는 작업 등을 하고 있다. 이후 핵연료를 식히는 과정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면 직원 수는 127명으로 줄게 된다.

사용후핵연료를 건식 저장소(dry cask)에 옮길 2020년 전후에는 감시 인력 50명만 남게 될 예정이다.

버몬트양키원전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지역 재정에 약 5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로 기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2020년 이후에는 1천300만달러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버몬 카운티는 지난해 예산을 50만달러 삭감해야 했다. 경찰 인력 등 행정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지는 양키원전의 영구정지를 결정하면서 부지회복기금 2014년 1천만달러(2015년부터는 3년간 매년 500만달러), 청정에너지개발기금 520만달러, 주 경제 개발 갹출금 2014년 200만달러(2018년까지 매년 200만달러) 등을 버몬트 주에 내기로 했지만 가라앉는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원전 인근에서는 이와 관련한 주민의 걱정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버논 카운티 기획위원회에서 일하는 패티 오도넬 씨는 "발전소가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다른 곳에 가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지역 사회로서는 그만큼 세금이 줄어드는 등 경제적으로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버몬트원전해체 시민자문패널 의장인 케이트 오코너 씨는 원전 영구정지 결정과 관련해 지역사회의 의견이 갈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계속 운전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지시켜야 한다는 사람도 많았다는 것이다.

오코너 씨는 "좋은 인재를 놓치게 되는 등 지역사회가 복잡한 상황에 처했지만 답은 쉽게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며 "엔터지가 이곳 직원들을 다른 지역의 엔터지 소유 원전에 재취업하도록 도와주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발생한 여러 사고에 대해서는 "다소 걱정스러운 사고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됐다"며 "당시에도 심각할 정도로 우려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605MWe 규모의 버몬트양키원전은 비등수형경수로(BWR)로 지연해체(SAFSTOR) 방식을 택했다. 60여년 동안 서서히 방사능을 줄인 뒤 해체하는 형태다.

원전해체 방식에는 이 같은 지연해체를 비롯해 단기간에 해체하는 즉시해체(DECON), 콘크리트 등으로 밀봉하는 차폐격리(ENTOMB)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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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원전이 지연해체 방식을 택한 것은 안전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폴 패러디스 양키원전 폐로디렉터는 "원전사업자가 폐로방식을 결정하고 NRC가 검토해 승인한다"며 "지연해체는 장기간 방사능이 감쇄하도록 해 안전하며 60여년 동안 필요한 펀드도 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단 42년 동안 원전 내 건식 저장소에 보관된다. 미국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처분 시설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조셉 린츠 양키원전 정부업무 담당 매니저는 "현재 양키원전 냉각풀에는 2천996개의 사용후핵연료 다발이 저장됐다"며 "이미 884개 다발이 13개 건식 저장소에 보관되는 등 총 3천880개의 다발이 양키원전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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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원전은 45개의 건식 저장소를 추가로 만들어 총 58개를 확보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폐로 등에는 총 12억4천200만달러가 들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폐로비용에 8억1천700만달러,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에 3억6천800만달러 등이 필요하다.

엔터지는 소비자가 낸 전기요금 중 일부를 적립해 폐로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6억6천500만달러가 마련됐고 나머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예정이다.

폐로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 원전 부지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 고리1호기의 영구정지만 결정했을 뿐 해체 방식 등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핵심 원전 해체 기술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최근 "원전 해체는 우리 기술로 할 것이고 부족한 기술은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해외 원전 해체 시장 개척을 위해 2030년까지 6천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리 기본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운영 중인 원전 436기 중 2040년까지 200기가 영구정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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