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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스타' 로슬링 "2∼3% 성장률 만족하며 살 시기 됐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한국, 아시아에서 변화 선도할 국가""일보다 행복 추구할 때 더 오래 살아…양성평등은 남성에도 좋다" "빅데이터로 생명연장 가능…그래서 등록센서스가 중요"

(세종=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숫자보다는 삶의 질을 봐야 합니다. 성공과 결과로 움직이는 문화도 바꿔야 합니다."

세계적인 통계학자인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원의 한스 로슬링 교수(67)가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차례나 강조한 말이다.

한국 사회의 당면한 문제인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의 타개책으로 로슬링 교수는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와 여성의 지위 향상을 꼽았다.

저성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삶의 새로운 방식을 찾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게 로슬링 교수의 조언이었다.

특히 이 과정에선 여성의 지위 향상을 통한 양성평등을 변화의 열쇠로 지목했다.

지한파 학자인 로슬링 교수는 아시아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 국가로 한국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경제·사회·문화적인 발전도를 볼 때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지식 콘퍼런스인 테드(TED)에서 인기 강사인 로슬링 교수는 오는 11월의 인구주택총조사(인총)를 앞두고 통계청 초청으로 방한했다.

인터뷰에 앞서 로슬링 교수는 백암아트홀에서 2시간 동안 '세계 인구 변화와 과거와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다음은 로슬링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TED 스타' 로슬링 "2∼3% 성장률 만족하며 살 시기 됐다" - 2

-- 저출산·고령화, 저성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당면문제다. 교수님이 그동안 변화에 대해 낙관적인 반응을 보여왔는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 지속적인 수준의 경제성장률 유지한다는 시각 자체에 무리가 있다. 2∼3% 경제성장률에 만족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시기가 됐다. 선진국과 중국의 격차는 당연히 있다. 그래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국가가 3% 성장하면 1인당 1천 달러의 소득이 늘어나는데, 인도가 10% 성장하면 1인당 500달러의 소득이 늘어난다.

저출산이 문제인데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육아를 훨씬 쉽고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주면 많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사회 분위기가 계속되고, 여성에게 돈벌이와 부모 봉양까지 맡기면 절대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싱글맘들에 대한 편견도 지워야 한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미혼녀와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없애야 한다. 결혼과 이혼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절대 이혼이 안된다는 문화에서는 결혼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결혼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선진국은 숫자보다는 삶을 봐야 하는 단계다.

-- 부의 배분 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해왔는데,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한국의 부의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는가.

▲ 그렇게 많지는 않다. 한국은 1950∼1960년대에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 수준이 높아졌고 사회 인프라도 구축됐다. 농어촌 지역도 발전하는 등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이후 노조 등의 권익향상 활동도 많이 일어났다. 세금으로 사회 전반적인 발전을 추구한 건 진보주의적인 정책이라고 할만 하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극단적인 불평등을 피해간 좋은 사례다. 한국은 필리핀과 아주 대조적이다. 필리핀은 과거 유망한 국가였지만 보편적으로 교육과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았다.

지금 한국은 여타 선진국과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다. 교육 수준에 따라 임금격차가 크다. 그렇다고 해도 고소득층이 많이 앞서 있지만 전체적인 계층이 함께 상향되는 그래프를 갖고 있다.

-- 여성의 지위를 사회발전의 중요한 변수로 꼽고 있는데, 한국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어떻게 보는가.

▲ 여성들이 잘 조직화되고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점진적인 가치변화가 발생하면 결론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과거 스웨덴의 경우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5년 짧았으나 1970년대 양성평등이 진전된 후 2년 정도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남자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행복을 더 추구할 때 더 오래 살았다. 양성평등이 남성에게도 좋게 작용한다는 사례다.

한국도 분명히 변할 것이다. 제가 놀라워한 건 한국이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삶의 질에 집중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하는 문화와 아이들에게 많은 성취를 요구하는 문화, 성공과 결과로 움직이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보면 돌파구가 나타날 것이다.

아시아에서 이런 것을 해낼 수 있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일본은 아직 제국주의 시각에 젖어 과거에 대해 사죄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 체제이고 싱가포르는 작다. 대만은 정치체제가 불안하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주의가 충분히 확립돼 있고 규모도 적당하다. 역사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경제·사회·문화적인 발전도로 볼 때 모범적인 사례다.

-- 로슬링 교수가 운영 중인 마인드갭 사이트는 각국 언론인은 물론 정부들도 애용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전형으로 꼽힌다. 한국에서 최근 미디어 변혁기를 거치면서 데이터저널리즘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어떤 통계가 데이터 시각화 시 가장 인상 깊었나.

▲ 출산율 변화 통계가 가장 흥미로웠다. 특히 한국만큼 출산율 변화가 극적으로 변한 사례는 지구 위에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과거에 출산율 감소는 큰 뉴스가 아니었다. 감소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딘 속도의 변화는 세계를 바꾸어놓았다.

두 번째로 인상깊었던 데이터 시각화는 1인당 국민소득과 평균수명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북미 및 유럽지역과 여타 지역 간의 격차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선진국와 후진국으로 이분화되지 않고 대부분 흩어져 있다.

유럽과 북미에선 자만과 무지가 배합되면서 인도와 이슬람 등이 변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 세계가 모두 변화하고 있다.

-- 빅데이터 분석이 정교화되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 전염병은 데이터로 빠르게 탐지해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 빅데이터는 비즈니스에서 성공적인 사례가 많다. 이케아의 경우 일기예보를 활용해 매장의 직원 배치와 재고 확보, 상품 배치 등을 한다. 이런 식의 데이터 분석에는 별다른 비용도 들지 않는다.

-- 보건의료분야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전 질병대응과 노화억제 등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등 죽음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

▲ 빅데이터를 통해 생명연장을 하는 건 가능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등록센서스가 중요하다. 10년, 20년 등 오랜 기간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극복할 수는 없지만 연기할 수는 있다.

lkb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10/04 12: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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