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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SA에 농락당한 독일 정보기관…협력하고 도청당해

송고시간2015-09-30 17:31

한국인·독일인 예멘 납치, G20 한-독 협의 내용 등 도청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있는 주독 미국 대사관의 성조기 뒤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독일 하원 의사당이 자리잡고 있다.(연합뉴스 사진DB)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있는 주독 미국 대사관의 성조기 뒤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독일 하원 의사당이 자리잡고 있다.(연합뉴스 사진DB)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정보기관들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에 철저하게 농락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예멘서 한국인 엄영선 씨와 독일인 등 기독교 구호단체 소속 간호사를 비롯해 외국인 9명이 피랍된 사건과 관련, NSA가 독일 정보기관들의 비밀 교신 내용을 최소 2차례 도청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국제판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무차별한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최근 공개한 NSA의 도청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엄 씨 등 3명은 며칠 뒤 피살된 채 발견됐으며 나머지 사람의 생사는 알 수 없었으나 피살 사실이 2014년 8월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피랍 사건 발생 당시 독일 외무부와 예멘 주재 독일대사관에 구성된 위기대응팀엔 외교관 외에 독일범죄수사청(BKA), 대외정보기관 헌법수호청(BND) 등도 참가해 정보수집과 접촉 통로 확보에 나섰다.

슈피겔에 따르면, 스노든이 최근 공개한 NSA의 도청 목록에는 '독일-예멘/ 인질' 키워드로 표시된 사항이 2건 있다.

하나의 내용은 "독일 BKA는 예멘 내 서방 인질이 살아 있다고 보고함. 예멘 관리들은 정보공개를 지연하고 있음. 2009. 7. 12"이다.

사흘 뒤 도청된 내용은 "첩보: 예멘 내 독일인 인질 관련 논의 중요 국면에 도달. 2009. 7. 15 BND 보고"로 더 민감한 것이다.

슈피겔은 이는 미국의 전자감시시스템이 테러나 무기밀매 용의자 이상의 것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NSA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정부 요인들뿐만 아니라 BND 등 NSA와 협력 중인 독일 정보기관들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고 폭넓게 도청하고 있다는 의심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피겔은 NSA가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민과 각종 기관을 사찰하는 것을 BND가 돕고 있음을 독일 정부가 2010년부터는 알고 있었음에도 대응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는 앞서 지난달 "독일 BND가 NSA의 비밀 정보수집 악성 소프트웨어인 엑스키스코어(XKeyscore)를 제공받고 사용을 허가받는 대신에 자신들이 수집한 독일 정보를 넘겨주는 협약을 NSA와 맺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독일 내무부 대변인은 슈피겔에 "독일 당국은 예멘 인질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사찰 증거를 가진 게 없다면서 독일 정부 당국자의 통신은 통상 암호화돼 보호되지만 보안규칙 준수보다 신속 통화가 더 중요한 긴급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NSA가 독일정보기관의 통신 내용을 도청할 때 이용한 기술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스노든의 문서에 언급된 사찰 장비의 암호명은 3개이며 이 가운데 2개는 이미 알려져 있다.

하나는 '페어뷰'(Fairview)를 통해 전송되는 통신트래픽을 보여주는 US-990이며, 다른 하나는 해킹을 피하기위해 사용하는 가상사설망(VPN)의 암호를 뚫는 페어뷰의 서브프로그램 US-3150이다.

페어뷰는 NSA가 미국 통신업체 AT&T와 함께 개발한 도청 프로그램의 암호명으로, 대륙 간 해저 케이블을 포함한 광통신망 자체에 접근해 통화나 이메일 내용 등을 모두 가로챌 수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페어뷰에 대한 NSA의 내부 설명자료에는 지난 2009년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한국과 독일 간의 현안 논의 내용 도청이 페어뷰에 의해 이뤄졌음이 나타나 있다.

당시 NSA 요원들은 도청한 정보를 특급비밀(Top Secret)로 분류해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파트너 정보기관들에도 보내줬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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