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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핵심사안 '파견확대' 두고 勞-使 날선 대립

송고시간2015-09-16 16:58

"파견 확대해 경쟁력 높여야" vs "파견 규제해 비정규직 줄여야"

금속노조 비정규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속노조 비정규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노사정 대타협으로 본격 추진될 노동개혁의 핵심사안 중 하나는 파견근로 확대 문제이다.

파견 확대는 '일반해고'나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못지않게 노동계와 재계가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노사정은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으로 대안을 마련, 이를 법안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경영계는 너무 엄격하게 제한된 파견근로를 확대해 선진국들처럼 기업의 생산 유연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생산현장에 불법 파견이 만연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며, 파견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경영계 "우리나라 생산유연성 뒤떨어져…제조업 파견 허용해야"

현재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종, 197개 직종에만 파견을 허용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을 규정했다.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은 컴퓨터·행정·경영·재정·특허·영화·연극·방송 분야 전문가, 사무지원·음식조리·건물청소·배달·운반 분야 종사자, 번역·통역가, 창작·공연예술가, 전기공학·통신 기술공 등이다.

경영계는 파견근로를 금지하는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을 주장한다.

특히, 제조업 생산공정에 파견을 허용하자고 역설한다. 생산공정의 파견이 허용되지 않다 보니 불법 파견이라고 비판받는 사내하도급이 만연해, 그 적법성 여부를 둘러싼 생산현장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파견근로와 사내하도급은 외부 하청업체에 일을 맡긴다는 점에서는 갖지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느냐 여부에 따라 갈린다.

파견근로자는 직접적인 업무 지시나 지휘, 명령을 받을 수 있지만, 사내하도급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파견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제조업체가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다면 이는 불법 파견이 된다.

불법 파견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조업체인 현대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그 갈등은 2005년 사내하도급 근로자였던 최병승씨가 해고된 후 "현대차의 직접 지시를 받고 일했기 때문에 사내 하도급업체는 해고 권한이 없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데서 비롯됐다.

2010년 대법원이 최씨 승소 판결을 내려 현대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장 점거, 송전탑 농성, 시위 등의 투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노사 간 물리적 충돌과 소송전이 이어졌다.

결국, 현대차가 이달 14일 사내하도급 근로자 6천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면서 갈등은 겨우 봉합됐다.

경영계는 이러한 충돌과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이 제조업 생산공정의 파견 금지 때문이라며, 법 개정으로 이를 허용할 것을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형준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 생산공정의 파견근로를 허용해 경기 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생산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국내 제조업체는 경쟁력을 잃고, 외국기업의 투자 기피로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제조 부문의 파견 허용을 주장했다.

◇ 노동계 "노동시장 갈수록 양극화…불법 파견 등 줄이고 정규직 늘려야"

노동계는 불법 파견과 사내하도급을 더욱 강력하게 규제하지는 못할망정, 파견 허용 업종을 더 확대하면 노동개혁의 주요 목표인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는 절대 이룰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미 대기업에서 파견, 사내하도급이 만연한 상황에서, 파견 허용업종까지 확대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 459만명 중 파견, 하도급 등 간접고용 근로자는 92만명(20%)에 달한다.

여기에 직접고용 근로자의 22.9%에 이르는 기간제 근로자까지 합치면,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무려 4명이 비정규직이라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본부장은 "불법 파견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데,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제조업 전반에 만연한 불법 파견과 노동권 침해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사내하도급이 노동법에 규정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파견과 도급의 판단 기준을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법의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파견, 하도급 근로자의 임금체불이나 산업재해를 원청 사업주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역설한다. 질 나쁜 일자리를 줄이려는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55세 이상 고령자, 관리자 또는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5천600만원)에 포함되는 전문직에 대해 파견 허용업무를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금형, 주조, 용접 등 6개 업종의 파견 허용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한 만큼 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무분별한 파견 확대는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일자리 질을 떨어뜨리고, 저임금의 나쁜 일자리만을 양산하게 된다"며 "이러한 파견 확대를 허용하는 법 개정안은 결코 환노위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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