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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10주년> ①북핵협상 7년간 동면…잠을 깨워라

북핵환경 극도 악화…北, 核고도화·비핵화 협상거부장거리로켓·4차핵실험 시사…"더어려워져, 3차위기"고강도 압박 주문 봇물, '9·19 정신' 강조 목소리도
(영변<북한> AP=연합뉴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자주의 핵뢰성을 울렸다는 표현을 썼다"면서 "이번에 또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제4차 핵실험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9월 북한 영변의 핵시설 단지의 위성사진으로 미국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것.
(영변<북한> AP=연합뉴스)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 2013년 2월 핵실험을 실시한 직후 자주의 핵뢰성을 울렸다는 표현을 썼다"면서 "이번에 또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제4차 핵실험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4년 9월 북한 영변의 핵시설 단지의 위성사진으로 미국 위성영상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제공한 것.

<※ 편집자주 = 오는 19일이면 북핵 6자회담의 첫 결과물로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공약한 9·19 공동성명 채택 10주년을 맞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은 2008년 말 이후 7년간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북한의 핵능력은 고도화되는 등 북핵 상황은 어느때보다 엄중합니다. 더구나 북한은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 70주년 계기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 이후 북핵 진행 상황을 짚어보고 전문가 조언 등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물 9꼭지를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북핵 협상의 이정표로 기록됐던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오는 19일로 꼭 10년을 맞는다.

북핵 6자회담 가동 약 2년 만인 2005년 9월 제4차 6자회담 2단계 회의(13~19일)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공약한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맞았다는 호평과 함께 한반도 및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에 대한 기대가 드높았다.

그러나 10년 후의 현실은 참담하다.

지난 2005년 9월 19일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5년 9월 19일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8년 12월 베이징에서의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6자회담이 7년간 열리지 못하고 있고, 9·19 공동성명은 사실상 사문화 위기에 처해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헌법상 핵보유국 명시(2012년), 핵·경제 병진노선 채택(2013년) 등으로 핵보유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으며, 3차 핵실험(2013년)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으로 핵능력을 소형화·다종화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의 전략적 사고를 바꾸기 위한 고강도 압박·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를 담은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 북한을 유인해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핵능력 고도화·비핵화 협상 거부', 악화된 환경…"제3의 북핵위기"

9·19 공동성명 이후에도 가다 서기를 계속하며 삐걱대든 북핵 협상은 2007년 2·13 합의와 10·3 합의로 드디어 해결의 문턱에 들어서는 듯했다.

북한의 핵포기 의사를 원론적으로 확인한 9·19 공동성명에서 핵프로그램의 포기 과정을 동결→불능화→신고→폐기의 4단계로 나눠 그중 동결 이행 절차를 구체화한 '2·13 합의'(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 이어 불능화 조치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북한의 의무사항으로 명기하고 이행시한을 등 구체사항에 합의한 '10·3 합의'(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로까지 나아간 것이다.

북측은 이에 따라 2008년 6월26일 중국 정부에 핵시설 및 핵물질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하고, 이튿날에는 영변의 5MW 원자로 냉각탑 폭파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북측이 시료채취를 비롯한 과학적 검증과 고농축 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를 끝으로 장기 '휴면상태'에 들어가 현재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측은 6자회담이 파행을 겪는 동안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고도화시켜왔다.

2006년 10월9일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5월25일, 2013년 2월12일 등 총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지난 5월에는 SL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하며 핵타격 수단이 본격적인 소형화·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잇따른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통해 핵 투발수단 능력향상에도 주력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데 이어 "때는 이미 늦었다", "비핵화는 더 이상 협상의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비핵화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과의 핵군축 차원에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더구나 지난 14일 "선군조선의 위성들이 우리 당 중앙이 결심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지를 박차고 창공 높이 계속 날아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면서 다음달 10일 당 창건일 70주년 계기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북측은 또 15일에는 이달말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 유엔 안보리 등의 추가제재를 염두에 둔 듯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면서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사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의 핵활동 중단과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에 대한 북측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 정부 주도로 이른바 '탐색적 대화'를 추진해왔지만, 북측은 귀를 닫고 응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하는 현 상황을 1992~1993년 제1차 핵위기, 2002년 제2차 핵위기에 이은 '3차 핵위기' 상황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상기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AP/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AP/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자료사진)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2차 핵위기 당시에는 북한이 비핵화 틀 안에서 평화적 핵이용을 얘기했다면 현 상황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며 핵·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3차 핵위기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북핵 해결의 과제가 더 어려워졌고, 우리가 굉장히 무디어져 있지만 사실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여년간 속아왔다" vs "9·19 정신으로 돌아가야"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며 버티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한미일 등은 북한에 대해 북한이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와 함께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제재·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주도적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중관계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최악인 상황에서 중국의 대북 지렛대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또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수 있을지 등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 9·19 공동성명 10주년을 앞둔 현 시점에서 중국 및 미국과 북핵 외교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특히 다음 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상차원의 '새로운 공동인식' 도출을 꾀하고 있다.

미국이 내년 대선국면에 진입,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오바마 미 행정부 임기내 북핵 모멘텀 마련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로서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로서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대북 압박과 제재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 요소가 담긴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로서 2·13 합의와 10·3 합의를 이끌어냈던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갖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전략적 계산 공식을 만들어 주기 전에는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사실상 고강도 압박을 주문했다.

그는 "북한이 어떤 상황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압박을 통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핵 문제만큼의 집중력과 의지를 가지면 북핵 해결 여건도 달라진다"면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제재로는 북한처럼 고립된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미국이 더 이상 북한에 가할 제재가 없다 등 5가지 가정을 미신으로 규정하며 보다 강력한 압박과 제재 필요성을 제기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핵포기 의지가 안 보이는 상황인데,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것이 미국 때문이라는 담론이 있다. 20여년을 속아왔으면 그런 논리는 그만해야 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배드캅'(나쁜 경찰), 우리 정부의 '굿캅'(착한 경찰) 역할을 통한 북한의 전략적 사고 변화 추구를 강조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폐기 공약뿐 아니라 북이 필요로 하는 평화체제, 경제협력, 북미 및 북일 수교 등 우리가 쓸 수 있는 레버리지가 담겨 있다"면서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 평화체제 구상을 던지는 등 오늘의 현실에 맞게 공동성명 내용을 전략적 카드로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핵 협상이) 죽은 것 같지만 여전히 헐떡거리며 살아있다"면서 "죽었다고 우리 스스로 자포자기하면 안 되고, 자포자기는 북한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달말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마지막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통해 실제 동결 여부를 확인한 뒤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4자 평화회담'을 동시에 열어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고 6자회담과 4자회담의 병행추진을 주문했다.

lkw77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9/16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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