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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도라산역 벽화 일방 철거는 예술가 인격권 침해"(종합)

1천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국가 소유 미술품 폐기에 첫 기준 제시
도라산역에서 철거된 벽화
도라산역에서 철거된 벽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술가 이반(75)씨가 경의선 철도 도라산역에 그린 벽화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철거·소각한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소유권을 가진 미술품이더라도 마음대로 폐기해서는 안되며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객관적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폐기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국가가 소유한 미술품을 폐기하는 행위가 작가의 예술의 자유나 저작인격권 등을 침해하는지에 관해 대법원이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이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이씨에게 1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도라산역에서 철거된 벽화
도라산역에서 철거된 벽화도라산역에서 철거된 이반 작가의 벽화 '포효하는 한반도 호랑이와 두 날개'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법원은 국가가 스스로 의뢰해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설치했고, 사실상 재현이 불가능한 벽화를 불과 3년도 되지 않아 작가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조급하게 철거하기로 한 것은 저작인격권 침해일 뿐 아니라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돼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벽화를 폐기하는 것은 비록 벽화에 대한 소유권에 근거한 처분행위라고 하더라도 작가가 가지는 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고 소유권을 부당하게 제약해서는 안 되는 만큼 저작물의 종류와 성격, 설치 경위와 폐기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인 정당성 없이 폐기한 경우에만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5∼2007년 통일부 의뢰로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벽화를 그렸다.

그러나 이 벽화는 '분위기가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씨의 동의 없이 2010년 5월 철거됐다.

이씨는 헌법상 보장된 예술의 자유와 저작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2011년 정부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은 정부가 동의는 구하지 않았지만 예술가가 대가를 받았다면 저작물에 대한 운명을 점유자의 손에 맡긴 것이라고 판단,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벽화를 철거하고 소각한 것은 이씨가 예술창작자로서 갖는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 22조에서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고,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특정 예술작품을 국가가 일방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예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할 수 있고, 정부가 관람객 설문과 외부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철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근거를 제출하지 못했으며,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벽화를 폐기한 것은 정부의 미술품 보관 관리규정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eshi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8/27 11:5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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