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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젊은' 스탈린의 비밀을 파헤치다

송고시간2015-08-27 09:59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의 '젊은 스탈린'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정치가들은 대개 젊은 날의 행적이 비교적 소상히 밝혀져 있다. 윈스턴 처칠의 경우 자신이 직접 청년 시절을 기록으로 남겼을 뿐 아니라 그의 청년기를 다룬 타인의 저서들 또한 많다. 젊은 날의 아돌프 히틀러에 관한 저술은 하나의 산업이 됐을 정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등 다른 역사적 거인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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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셉 스탈린만은 예외적 인물이었다. 1878년에 태어나 1953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건만 그 일생을 공정하고 자세하게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이후의 스탈린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으나 그 이전의 스탈린은 비밀의 장막에 가려져 있었던 것. 수천 권에 이르는 스탈린 관련서 가운데 1917년 이전의 그를 조명한 연구서는 고작 두 권뿐이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주기에는 이마저 객관성과 구체성에서 역부족이었다.

스탈린 연구에 매달려온 사이먼 시백 몬티피오리는 저서 '젊은 스탈린'을 통해 이 같은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주고자 한다. 이 책은 스탈린이 태어나서 1917년 10월 볼세비키 혁명으로 정부에 입성하기까지 39년 동안의 삶을 풍부한 사진과 함께 상세히 들여다본다. 저자는 볼세비키 혁명 이후부터 1953년 사망 때까지의 기록을 담은 저서 '스탈린: 붉은 차르의 궁정'을 이미 펴낸 바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저서가 나옴으로써 스탈린의 전후반기 일대기를 비로소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 것.

이번에 국내 출간된 번역서 '젊은 스탈린'은 분량이 무려 700쪽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즉 분량과 내용에서 스탈린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셈.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나 이상주의 신학생이었던 그가 어떤 연유로 무자비한 음모가이자 간혹한 억압자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 물론 그중에는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새롭게 규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이 책은 거의 10년에 걸쳐 9개국, 23개 도시에서 진행한 조사와 연구의 산물이다"고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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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이전의 스탈린과 그 이후의 스탈린은 얼른 봐서 도저히 동일인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달랐다. 지극히 평범한 남자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인으로 변신해버린 것. 하지만 혁명 이전에도 그의 일탈적 행동과 범죄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았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은행강도, 폭력적 갈취, 방화, 약탈, 해적질, 살인 등 웬만한 강도단 두목을 훨씬 능가하는 폭력성을 보였다는 것. 다시 말해 그의 일생은 명암이 극명히 교차하는 모순적 행로였던 셈이다. 수십 개의 이름을 쓰던 그가 스탈린이라는 성을 공식으로 처음 사용한 때는 1917년이었다.

대개의 경우 탄생과 성장기의 경험은 두고두고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은 정상궤도 진입이 힘들 정도로 엄청난 후유증을 낳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스탈린 역시 그랬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스무 살 때 이상주의 성향의 신학생이 되고 낭만주의적 시를 쓰고 친구들와 어울리기 좋아했다. 하지만 서른 살 무렵인 1907년에는 은행강도가 돼 있었다.

어둠의 길로 들어선 그는 폭력과 약탈, 방화 등 범죄행위를 겁내지 않는다. 가정생활도 일탈 그 자체였다. 여러 정부들과 애정 행각을 벌여 사생아를 낳게 하는 등 아들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보통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린날의 상처도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나는 스탈린을 형성한 데는 이처럼 비참한 어린 시절보다 훨씬 더한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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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스탈린은 젊은 날부터 정치 조직가이자 폭력 단원이었으며 차르 체제의 보안 시스템을 뚫는 달인이었다. 자신이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대장인 레닌과 맞서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인간이었다. 지식인의 재능과 살인자의 재능을 겸비한 희귀 인물이었던 것. 이를 알아본 레닌은 1917년 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부관으로 스탈린을 일찌감치 평가해 등용한다. 1917년은 이들이 서로 알고 지낸 지 12년째가 되는 해였다.

저자는 "레닌과 스탈린은 혁명 이전에 각자가 거느리던 무자비한 음모가들의 작은 그룹을 모방해 기묘한 소비에트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들려준다. 이어 "이 책은 그저 한 사람의 전기만이 아니라 그들 집단의 연대기이며, 소련의 전사이자 강철 날개를 가진 나비로 탈피하기 전 땅속에 있는 벌레, 침묵 속의 유충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김병화 옮김. 시공사. 712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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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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