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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고진섭 옹 "조그만 희망 이어갈 수 있어 다행"

송고시간2015-08-25 16:43

남북 가족 상봉 정례화 간절히 바라

다시 찾은 희망
다시 찾은 희망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5일 대한적십자 봉사자들로부터 남과 북이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소식을 접한 고진섭(오른쪽) 할아버지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에 기뻐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조그만 희망이라도 다시 품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제주에 사는 고진섭(83) 할아버지는 25일 남과 북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극적 합의를 한 데 이어 올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한 가닥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 부모와 3명의 남동생을 두고 누나와 같이 이남으로 내려왔다.

황해도 송화군 상리면이 고향인 그는 한국군과 국제 연합군이 중국인민지원군의 공격으로 일제히 후퇴하던 1951년 1·4 후퇴 당시 고향 앞바다의 작은 섬 초도(椒島)로 누나와 함께 몸을 피했다. 당시 나이 17세였다.

어떻게 하든 장남과 장녀는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은 "누나와 같이 일주일만 초도에 머물면 될 것"이라며 고 할아버지와 누나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들 남매는 1년 가까이 섬에 갇혀 생활해야 했고 이어 죽도에서 만난 숙부와 함께 이듬해 보급선을 타고 전남 목포로 내려왔다.

가족과 영영 이별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만날 수 있길"
"다시 만날 수 있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25일 남과 북이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는 소식을 접한 고진섭 할아버지가 인터뷰를 하며 북한에 있는 동생을 만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폭격을 피해 갖은 고생을 다하며 목포에서 대전, 부산으로 피란한 고 할아버지는 부산 국제시장에서 양복점과 식당일 등을 하면서 결혼을 했고 아내와 아들, 딸 다섯 식구를 부양했다.

부모와 헤어질 적 '일주일'이라 약속했던 시간은 어느덧 60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겼다.

반세기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고 할아버지는 아직도 고향의 모습을 그림 그리 듯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자주 갔던 앞산과 뒷산이 있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재밌게 놀았다. 고향에 있던 냇가와 나무 한 그루, 과수원이 있었던 것까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피란 생활을 하다 정착을 한 뒤부터 줄곧 부모님 제사를 지내왔던 고 할아버지는 지난해 간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치료를 받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지면서 제사도 더이상 지낼 수 없게 됐지만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동생 생각만큼은 놓을 수 없었다.

최근 남과 북의 대치상황을 보며 마음 졸이던 고 할아버지는 "잠도 자지 못하고 TV를 봤다"며 "다행히 서로 합의를 했다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북에서 고생하며 생활했을 동생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 남과 북의 평화적인 관계 속에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가 돼 가급적 많은 사람이 잃어버린 가족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간절히 바랐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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