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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지도가 바뀐다> 2070년엔 한반도 절반이 아열대기후

송고시간2015-08-29 06:01

'우리 농업에 위기이자 기회'…고온·병충해 강한 농작물 개발 필요

주요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 북상 지도
주요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 북상 지도

(전주=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농산물의 주요 재배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5.8.29 <<농진청>>
ichong@yna.co.kr

(서울·전주=연합뉴스) 임주영 백도인 기자 =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위도(북위 37도)의 온대성 기후대에 위치한다. 이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나라 곳곳에서 아열대성 기후의 징후가 분명히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아열대는 열대와 온대 사이의 지역으로, 비가 적은 곳이 많다. 아열대의 범위는 학자와 이론에 따라 다르나, 대개 위도 25∼35도 사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를 포함한 남해안 일대와 울산, 포항이 아열대 지역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열대 기후 징후를 보이는 지역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는 것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올해 2월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 책자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을 조사한 결과, 1954년 이후 45년 동안(1945∼1999년)에는 10년마다 0.23도씩 증가했다.

분석 기간을 1981년 이후 30년으로 설정할 경우(1981∼2010년) 10년마다 0.41도씩 상승했다. 최근 10년(2001∼2010년)에는 0.5도 상승했다. 기온 상승 추세가 점차 가속하는 양상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한반도 온난화가 1980년대부터 서서히 시작된 것으로 봤다. 이후 계속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났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2100년 우리나라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5.7도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2020년 이후에는 남부지방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이남이 모두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같은 기후의 변화는 생태계는 물론 산업과 농업 부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랭성 식물의 분포지는 축소되는 반면 난대성 식물의 분포지는 확대되고, 한대성 병해충은 줄어드는 대신 아열대성 병해충은 증가한다.

특히 한반도의 농작물 지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보리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고, 온대 과수인 사과는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의 재배지도 제주도를 벗어나 전남·경남 등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동안 재배가 어려웠던 강원도의 사과 재배면적이 10년 사이에 224%나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제주도에서만 재배됐던 패션후르츠는 경북 김천, 구미와 충북 진천으로 생산지역이 북상했고, 아열대성 과일인 멜론은 강원도 양구에서도 재배된다.

채소의 재배 적지 역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라면 2010년 7천449㏊였던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 4천516㏊, 2050년 256㏊으로 급감하고 2090년에는 '0'이 된다.

반면, 2만2천957㏊였던 난지형(暖地型) 마늘의 재배면적은 8배인 18만1천612㏊로 급증한다.

사과 재배지 분포도
사과 재배지 분포도

(전주=연합뉴스)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에 따라 국내 농산물의 주요 재배지가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진은 사과의 재배지 분포도. 2015.8.29 <<농진청>>
ichong@yna.co.kr

생소했던 아열대성 채소 재배는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며,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 맞춰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및 농림수산 분야 정부 부처에서는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상청은 최근 아열대 기후 현상이 빈발하는 것과 관련, 한반도 기후 변화의 영향 및 아열대 기후화를 주제로 전문가 포럼을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장기적으로는 기후 분석 자료와 생태 자료를 연계해 한반도의 '아열대 한계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업 분야에서는 고온과 아열대성 병해충에 강한 품종 개발, 새로 도입된 아열대성 농작물의 표준화된 재배법 개발 및 보급, 농작물별 적절한 재배면적 조절, 급속히 유입되는 아열대성 외래 병해충 및 유해 식물 방제 방안 마련 등이 요구된다.

정부는 현재 농림수산업 분야의 '기후변화 대처 플랜'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플랜의 핵심은 고온과 병충해에 강한 벼, 과일, 채소류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벼 39종, 맥류 12종, 사과 8종, 무·배추 4종, 어류 7종, 해조류 2종 등 모두 127종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에 매년 1천3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

농촌진흥청 산하 온난화대응연구소도 기후 변화에 맞는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모두 38가지의 열대와 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적응성 시험을 하고 있다. 파파야, 오크라, 쓴오이 등 하나같이 낯선 이름의 작물들이다.

일부에서는 아열대 기후에 맞는 농업 모델 만들기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기후 변화는 빨라지는데 품종 개발에 최소 10∼20년이 걸리고, 품종을 개발하고도 농사 방법 등을 농가에 전파해 정착시킬 때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 시급한 것은 급증하는 외래 병해충과 유해 식물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다양한 경로로 유입된 외래 동식물은 이미 우리 농업에 새로운 위협이 된 지 오래다.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은 온난화로 월동이 가능해져 과수원에 큰 피해를 주고 있고 단풍잎돼지풀, 환삼덩굴 등의 외래 잡초도 발생 면적이 날로 넓어지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아열대 작물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우리 농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장·단기 대응계획을 세밀하게 세워 품종 개발과 병해충 방제, 검역 등의 문제를 차질없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온이라는 하나의 요소만 놓고 한반도를 '아열대'로 분류하는 데는 더 심도 있는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열대 기후에서는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는 없다는 게 통설이나 현재 한반도에서는 겨울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전문가인 정현숙 기상청 대변인(이학박사)은 "기온·식생·생태 등에서 아열대 기후의 징후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아열대 기후로 분류하는 것은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인식 공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doin100@yna.co.kr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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